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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중국인 관광객을 ‘조금’ 이해해 보기

중국인은 도대체 왜 그러는가?

by 앨리버

한국인이 중국인을 만나기 가장 쉬운 장소는 아마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주변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 성수 같은 곳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런 곳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게 마련이라 으레 서로 간의 접촉이 잦아지곤 한다. 때론 접촉이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사태를 예방하고자, 내 주변 지인들이 자주 물었던 질문 위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을 ‘조금’ 이해해 보는 질의응답으로 이번 이야기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질문. 중국인 관광객들이 카페 또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 후에 테이블 정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답변. 중국에서는 정리하지 않는 것이 기본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직원들이 테이블 정리를 하곤 합니다. 스타벅스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그냥 자리를 뜨면 직원들이 테이블 정리를 해요. 그러니까 그 컵이나 식기들을 직접 치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거죠. 우리가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물은 셀프’라고 쓰여있는 문구를 보기 전에는 서빙하시는 분이 물을 갖다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질문.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다른 한국인들이 직접 테이블 정리를 하는 걸 보고 눈치챌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답변. 오히려 ‘눈치’란 한국인의 고유한 문화인 것 같아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유니 홍은 눈치를 ‘한국인의 비밀 무기’라고 했고, 이미화 작가는 ‘한국인의 숨겨진 소프트 스킬’이라고 할 정도로요. 중국인들은 비교적 타인에게 관심이 적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봐야지’ 같은 생각을 쉽게 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테이블 정리하는 것 자체를 못 볼 수 있어요. 혹시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했던 테이블을 연달아 이용하려는 경우에, 그분들이 테이블 정리를 깜빡하거든 살짝 알려주세요. 중국인들은 포용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금세 테이블 정리를 해 줄 거예요.


질문. 줄을 서다가 중국인에게 새치기를 당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답변. 보통 “새치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줄을 서러 가곤 합니다. 제 중국인 친구 말로는 ‘그냥 한번 시도해 보고 안되면 말지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인 것 같다고 하니, 안 된다는 걸 확실히 표현해 주면 돼요. 물론 중국인들도 줄 잘 섭니다! 가끔 그런 분들이 있는 것이죠.



질문. 사람이 많은 좁은 길에서 신체 일부를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불편해요.

답변. 중국인들은 서로 간의 신체 안전거리가 상대적으로 좁은 것 같아요. 이건 제 생각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신체가 닿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길이 있고, 한적한 길이 있다면 저는 둘러가더라도 조금 한적한 길을 선호하거든요. 그런데 중국인들은 사람들이 많아도 최단거리를 선택하길 선호하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중국 여행을 가셨을 때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서로 신체가 닿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질문. 중국인들은 음식을 많이 시키고 다 먹지 않아요. 낭비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답변. 중국에서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많이 준비하고 손님은 그것을 남기는 것이 예의예요.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들을 위해 푸짐하게 준비하고, 손님 입장에서는 음식을 남길 만큼 배불리 많이 먹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그래서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많이 주문하고 또 남기곤 해요. 중국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랫동안 다져진 문화이기 때문에 서서히 바뀌는 중입니다.



중국에 오래 살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처음에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테이블 정리하는 것이 제법 귀찮더라고요.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그때는 ‘아, 중국이 살기 좋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거리가 가깝지만 여러 다른 문화를 가진 두 나라, 그 사이를 오가는 관광객 중에서도 기대감을 갖고 우리나라에 온 여행객들을 조금 이해하고, 불편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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