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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12. 2024

교차성(Intersectionality)

1. 최근 커피챗을 통해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2. 교차성이란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에는 젠더, 인종, 성적 지향, 계급, 장애, 연령, 종교 등 다양한 억압이 상호교차적으로 작용하기에 이를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흑인여성 법학자 킴벌리 크렌셔(Kimberle Williams Crenshaw)에 의해 처음으로 고안/체계화 되었습니다. 


3. 흑인여성이면 흑인이 경험하는 차별과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을 모두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이구나- 하고 쉽게 이해할 수도 있는데요. 교차성을 이런 '더하기(+)' 개념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4. 예를 들어 노동자 계급의 흑인 남성 & 노동자 계급의 백인 여성이 '노동자 계급'이라는 공통점만으로 묶일 경우, 흑인 남성의 경험이나 백인 여성의 경험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젠더, 인종, 계급 3개 측면에서 모두 억압받는 사람 > 젠더, 인종 2개 측면에서 억압받는 사람 > 인종 1개 측면에서만 억압받는 사람 이런 식으로 억압에 순위를 매겨버리는 위험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5. 즉, 여러 억압 메커니즘은 서로 교차하면서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교차성은 단순히 차별들의 합 그 이상입니다. 특정 정체성들의 '중첩점'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차별과 억압이 있음을 밝히는 개념으로, 구조의 어떤 역동이 특정 정체성들을 취약하게 만드는지 살필 것을 요구하는 개념입니다.


6. 직장에서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주니어 여직원'이 떠오릅니다. 아직 일도 사회생활도 서툰 그들은 주니어로서 견뎌야 하는 부당함과 동시에 여직원으로서 견뎌야 하는 부당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의 평가/보상/배치 권한을 쥐고 있는 리더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입니다. 그 권력의 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누군가는 이를 함부로 쓰기도 합니다. 주니어X여직원이라는 이중구조에 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까지 삼중으로 적용되면, '인턴 채용 안 되고 싶어? 정규직 전환 안 되고 싶어?'라는 말로 시작되는 갖가지 행태들을 목도하게 됩니다.


7. 이렇게 쉬운 예 말고도 있습니다. '미혼X무자녀X남직원' 인데요. 이 무슨 백인 헤테로 남성같은 특권층의 상징 같냐 생각하시려나요? 제가 다녔던 모 대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주재원 단신 부임이 불가했습니다. 어디 맘 붙일 데도 없는 싱글 남성이 해외 나가면 책임감도 없고, 여자나 만나면서 일도 제대로 못할 거라는 겁니다. 남자는 자고로 가정이 있어야, 배우자와 자녀가 있어야 궂은 일 험한 일 가리지 않고 척박한 해외법인에서도 버틴다 이거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경쟁력 있는 커리어를 쌓고 싶으면 결혼을 해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주재원을 다녀오지 않으면 리더 자리에 올라가기가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기혼 유자녀 남성에 비해 모종의 억압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억압이라기 보다는 미세공격(micro-aggression)에 가까우려나요?)


8. 이렇게 교차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은 다양한 정체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넷플릭스만 떠올려 봐도 평면적인 인물은 재미 없잖아요? 입체적인 인물이 훨씬 재미있잖아요? 그렇다면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입체적이구나- 하고 다차원적으로 또 전체적인 접근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울러 사회에 존재하는 미묘한 억압과 차별을 캐치해 내는 섬세함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덧) 여성과 남성 사이뿐만 아니라 같은 젠더 사이에서도 상대적인 권력 차이(권력관계)가 발생하는 원인을 교차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교차성이라는 다차원적인 접근이 갖는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대적인 권력 차이(권력관계)가 불평등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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