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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09. 2024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나의 허접함

케이다(K-Diversity)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DEI라는 주제에 대해 막연했던 관심을 다듬으며 키워 나가기로 시작한 지 꼭 한 달째입니다.


시작의 힘이란 이리도 무서운가요. 제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시작' 뿐이었는데,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이 저를 또 어디론가 데려다 놓습니다. 이거 알았니? 저건 알았어? 어때, 새롭지?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네가 관심있는 분야가 이렇게 넓은 줄 몰랐지? 여기가 끝인 줄 알았니? 아니야, 저기 더 있어-'하며 이리저리 자신을 펼쳐내 보여줍니다. 


관성의 법칙은 이리도 강한가요. 중구난방 두서없이 이 얘기 저 얘기를 흩뜨려 놓는데, 그게 뭐라고 습관이 되어 계속 매일 씁니다. 본인이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 분간도 못 하고 있는데, 그저 배우는게 즐거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검색하고 생각하고 나와 연관짓고 회사와 연결지어 봅니다.



요새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것. DEI를 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알았을 법한 것들을, 나는 너무도 몰랐다는 것. 근데 그래서 빨리 공유하고 싶고 알려주고 싶고 나눠주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세상에 여러분, 이런 개념도 있었대요 글쎄!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하며 마구 얘기하고 싶어요.


또, 제가 막연하게나마 불편하게 느꼈던 어떤 지점들, 혹은 두루뭉술하게만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들이 어떤 개념으로 설명될 때, 대입될 때의 그 짜릿함이란!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질문들까지. 



사실, 한 달 새 나름의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당최 한 달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이 짧은 사이에 스스로의 부끄러움/한계와 마주할 때면 정말이지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창피를 뛰어넘게 하는 설렘과 흥분과 재미가 더 큽니다. 그냥... 그냥 신나요! 제가 많이 안다는 확신은 없지만, 나만큼 이걸 진심으로 재밌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자신은 있습니다.


요새 저는 제가 보고 듣는 세상 모든 것이 DEI라는 프리즘을 통과해서 다가옵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워 신난 아이가 길거리 간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랄까요. 매일매일 제가 간판 읽는 거 구경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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