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혈귀들
귀멸의 칼날이 연일 흥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넷플릭스에도 여러 편 있길래 일단 극장판을 봤다. 무한열차 편을 봤는 데 전개가 빠르고 액션씬이 화려하다.
악당과 대결을 선호하는 일본 애니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었다.
거기에 혈귀, 일본말은 오니라고 하는 괴물들은 흡사 드라큘라나 좀비를 연상하게 했다.
오, 재밌다. 왜 19금인지는 금방 드러났다.
탄력을 받아 시리즈를 봤다.
주인공 탄지로와 네즈코의 슬픈 가족사를 중심으로 무한열차 편에서 궁금했던 여러 서사들을 알게 되었다. 가족을 중심으로 동생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게 했다. 어쨌든 탄지로는 동생을 인간으로 바꾸기 위해 귀살대를 선택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혈귀다. 지금까지 등장한 혈귀들은 다들 사연이 있었다. 비록 탄지로에 의해 제거되지만 그들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탄지로는 그들을 위로한다.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는 그의 의지와 외롭고 슬픈 혈귀들이 부딪히지만 그들은 탄지로에게서 위로를 받고 사라진다.
세상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혈귀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혈귀라는 것은 이 사회가 만드는 괴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상처받은 영혼들은 자신을 파괴하거나 남을 파괴하곤 한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에 아파하면서도 치료받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덧난 상처에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칼을 휘두르거나 자동차로 사람을 해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들을 보면 범인들은 비뚤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져 상처를 입을 사람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혈귀들과 상당 부분 공통점이 있다.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혈귀들이 사람들을 먹으며 힘을 얻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파괴의 에너지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다른 사람을 해쳐 자신의 부정적 생각을 정당화하고 쌓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이 애니에서 탄지로는 잡아 먹히는 입장에서는 두렵고 무서우며 공포스러워 저주스러운 혈귀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희생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공감을 하며 평안을 추구한다. 그래서 혈귀들은 사라져가지만 원망을 쌓기보다는 애절하게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본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조차도 혐오스럽겠지만 말이다. 탄지로의 이런 입장은 아프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한다.
또한 개화기 일본은 급격히 무너져가는 무사 계급에 의한 폭동이나 사건이 자주 발생했으며 긴 기간 이어져온 무사 계급의 특권은 새로운 시대에 묻혀 버린다. 탄지로는 사라져 가는 무사 계급의 화려한 정점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칼날로서 위로한다. 일본 문화 특유의 세계관이다.
어쨌든 흥미진진하지만 시리즈를 보면서 약간의 피로감도 있다. 너무 많이 죽으며 죽음이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