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by Dr Jang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나갔다.

날도 선선하고 연휴의 끝 무렵이라 동네가 들썩이는 데 우리도 빠질 수 없었다. 사람들 저마다 휴식을 즐기고 있는 저녁.

아파트 정원 길을 걷고 있는데 눈 좋은 아들이 뭔가를 발견하고 말한다.


-청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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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아파트에 청개구리?

날이 어두워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아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청개구리였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뛰는 모습은 힘찼다!

청개구리는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불빛이 귀찮다는 듯 제 갈길로 가고 있었고 우리 가족은 자동차 혹은 사람들의 발에 밟힐까 걱정되어 한동안 따라갔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아주 의연하게 자신의 갈길로 갔고 우리는 저런(?) 청개구리라면 문제가 없겠다 싶어 사진 몇 장을 찍고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문득, 청개구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가족 모두 궁금해졌다.

청개구리는 나뭇잎 혹은 뭍에서 사는 습성이 있어 화단이 우거진 아파트에서 살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 것이다. 잠시 검색을 해 보니 청개구리도 다른 개구리처럼 올챙이 시절이 있고 그러려면 물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의 경우는 연못이나 개울과 같은 물환경이 없다. 아파트 외곽은 모두 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가장 가까운 숲도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지만 가는 길도 큰 도로를 건너야 해서 청개구리의 걸음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이 청개구리는 왔을까?

가족 모두 궁금해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러 가설이 나왔다.

첫째는 어디서에서 실려 왔다는 가정이다. 차나 짐 이런 곳에 실려서 왔다는 생각이었다. 가능은 하겠지만 확률이 낮은 것 같다. 청개구리가 사는 곳에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어떤 일로 갔고 오는 길에 차량에 청개구리가 실수로 차에 탔거나 농작물 등을 가지고 올 때 거기에 청개구리가 뛰어 들어갔고 이후에 함께 실려왔다는 것인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리고 어떻게 탈출해서 여기 내 눈앞에 있다는 말인가?

두 번째로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는 가설이다. 그러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듯 개구리가 태어날 수 있는 물환경이 우리 아파트에는 없다. 결정적으로 이곳에 살면서 청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청개구리가 살면 가끔 청개구리 소리가 들려야 하는 데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이것도 가능성이 낮다. 귀뚜라미 소리, 매미 소리, 비둘기 또는 고양이 소리는 들어봤지만 개구리 소리는 없었다.

세 번째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다. 가장 무책임한(?) 가정인 셈이다. 아파트가 숲이나 자연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 아파트는 도심 한가운데 있다. 야생 동물이 지나갈 만한 곳이 아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ㅎㅎ


아...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미스터리다.


우리는 흔히 아파트라는 공간 혹은 내가 사는 공간은 자연과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파트는 자연과 대척점이 있는 공간이다. 자연이라고는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곳, 나 자신을 위한 식물만 허락되는 곳이 아파트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파트에 동물이 나타나면 호들갑을 떨게 된다. 자연과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는 공간에 자연, 그중에서 동물이 침범해 오다니! 놀람 혹은 신기함이 가득해지는 사건이 된다. 하지만 자연, 그중에 식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야금야금 자신의 터전을 확장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터전에 동물을 초대하여 늘 끊임없이 자연을 이루고자 한다. 관리하지 않은 인간의 터전이 한순간에 풀로 무성하게 되어 버리는 마법과 같은 기적을 우리는 늘 보고 있으니 말이다. 조그마한 거미 한 마리에도 호들갑을 떠는 딸아이를 보면 이 생각이 딱히 잘못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 청개구리 한 마리!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다. 뜬금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청개구리를 좋아한다. 생김새도 예쁘고 귀여우며 청개구리 엄마도 생각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청개구리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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