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아이의 나라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왔다.

by Dr Jang

노인과 아이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노인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아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다.

어르신 혹은 어린이는 이와는 반대로 높여 부르는 명칭이다.


2022 개정 초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온 우리나라 변화의 특징은 저출산 고령화였다. 어린 친구들에게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개념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그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 간단히 설명한단 말인가?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으나 할 수 없이 좀 거칠게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사는 시대의 문화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 많이 낳고자 한 사람들의 생각이 아이가 없거나 혹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원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필자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좀 걸렸던 부분이다. 바로 '노인'이라는 단어다. 노인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치중립적 낱말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 하지만 우리가 예전 학교 다니면서 배울 때에는 노인이라는 말보다는 어르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낱말을 자주 썼다. 물론 그때에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넘쳐나던 시대였고 전통적인 가치들이 이렇게나 빨리 변화하지는 않았다. 효도가 강조되고 인간이 어떻게 바르게 살지를 탐구하던, 유교적인 전통의 후반부에 해당한 시대였으니 노인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버릇없는 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인이라는 낱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순간, 그들은 어른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되었다. 예전 농경 사회에서는 어른들의 경험이란 게 매우 중요했다. 수십 년을 살아온 경험은 판단이 어려운 때 유용한 길잡이가 되었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은 속담 중 "늙은 쥐가 독 뚫는다."라는 속담이 있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살아온 연륜이 있으니 독에 갇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것을 뚫어내는 묘안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였고 어머니도 그런 맥락에서 사용하셨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경험이나 지식이라는 게 매 시간 변화하는 지금의 시대에서 어르신, 아니 노인은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습득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동등한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배움의 속도가 느린 나이 먹은 사람, 즉 노인은 젊은이들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

저출산 문제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금, 고령화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사회 수준에서 배우는 것은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으로 배운다.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아이와 노인이라는 범주로 세대가 나눠졌고 거기에 노인이라는 가치중립적인 단어가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다. 고령화 문제라고 하는 노인 문제는 필연적으로 어른들의 경험이 소중하다는 예전 이야기가 모두 쓸모없어지게 만들었다. 씁쓸하기도 하다.

시간은 흐르고 사회와 문화는 변화한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문제는 명확한 미래의 문제고 그것은 아이와 노인의 문제이기도 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예전 감성을 가진 탓인지 노인문제라고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말도 쓰기 애매하여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교과서에 버젓이 노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은 어쩔 수가 없다. 사회가 변화하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청개구리는 어디에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