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말하다

by Dr Jang

아이들이 심은 코스모스 씨앗은 확률이 정말 거의 50%로 싹이 났다. 그 말은 절반 가까운 씨앗이 아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싹을 틔우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럴 것에 대비해 씨앗을 넉넉하게 심었는 데 그것조차도 50% 확률이라 간당간당하게 싹이 났다.

문제는 여유분으로 싹을 틔운 코스모스와 자신이 직접 고르고 심은 코스모스를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였다. 아이들이 선택하여 심은 코스모스가 싹이 나질 않는다면 분명 실망할 테니 말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섭섭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아예 심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실망할 일이다. 남들이 다 하는 걸 내가 못한다면 속상할 테니까.

코스모스 싹이 어느 정도 자랐으니 이제는 옮겨 심어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시기가 늦어질 것 같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화분에 옮겨심기를 하기로 했다.


-코스모스 씨앗은 여기 보이는 것처럼 100개를 심으면 50개가 납니다. 혹시 자기 코스모스가 씨앗이 나질 않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기로 생각했지만 사실, 며칠 전 싹이 나질 않는 아이들을 따로 불러 한 번 더 씨앗을 고르고 심었다. 며칠 후 보니까 몇몇은 싹이 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있었다. 특히 출석 번호 1번과 2번 아이의 싹이 두 번 다 나지 않았다. 둘 다 코스모스에 대해 관심도 많고 기대도 많이 하던 녀석들이라 더 맘이 쓰였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코스모스 꽃을 보기 위해서는 심어야 했다. 먼저 싹을 틔운 코스모스는 벌써 본잎이 나오고 키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준비한 말을 하고 모종 심기를 했다. 아이들은 공부하지 않고 교실 밖에서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다. 걱정했던 섭섭한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간혹 아쉬움을 표현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에 묻혀 무사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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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종이를 깔고 흙을 넣었다. 예시를 보여주고 이만큼 넣으라고 하니 제법 잘했다. 코스모스 모종을 내가 직접 포트에서 빼서 줬다. 포트가 딱딱하여 뿌리가 잘 빠지지 않으니 자칫하면 줄기가 끊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애정을 쏟은 코스모스가 아니라면 간혹 줄기가 끊어져도 그냥 남은 모종으로 심으면 되는 데 그게 아니니 더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아이들은 내가 이야기 한 내용을 잘 받아들였다.

여유분의 모종으로 즐겁게 화분에 옮겨 심었다.


교실에 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로 기록하라 했다.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여 지나가면서 슬쩍 봤다. 특히 씨앗이 나지 않아 속상해하던 아이들을 눈여겨봤다. 그러다 한 방 먹었다!

아이들의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늘 새 코스모스를 '입양'했다.


맞다!

그렇게 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사정이 있으니 입양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린 녀석들이지만 한 수 배웠다. ㅎㅎ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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