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싱싱한 김장용 무를 상상했다. 아이들이 하나씩 들고 가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장면.
그렇게 생각하고 무 씨앗을 심었는 데, 실패다.
실패의 원인은 햇빛이다.
무를 심으니 이틀 만에 쑥 새싹이 올라왔다.
성공이다! 싶었다.
교실은 아무래도 광량이 부족하니 LED식물등 밑을 옮겼다.
며칠 동안은 나름 잘 자라는 것 같더니 웬걸 길이만 쭉 늘어나더니 옆으로 쓰러진다.
안 되겠다 싶어서 야외 화단으로 옮겼다.
아이들이 실망할 것 같아서 햇볕 치료라는 말을 했다.
새싹이 떡잎이 날 때 햇볕이 중요한 데 그걸 보충하기 위해 밖에 둔 것이다.
며칠을 출근하면서 관찰했다. 그런데....
옆으로 누워서 힘없이 쳐지는 현상이 나아지지는 않고 오히려 뿌리 부근 줄기가 가늘어진다.
안 되겠다 싶어서 모종판 밖으로 쳐진 싹을 안으로 넣어두었다.
각각 아이들이 심어서 번호를 표시해 둔 거라 조심스러웠다. 만약 어떤 새싹이 부러지거나 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분명 왜 그런지 질문할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러할 거다.
며칠 더 두고 봤다.
그런데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깨끗이 포기하는 마음으로 다른 모종판에 무 씨앗을 넉넉하게 다시 심었다.
주말을 지나고 오니 무 싹이 쑥 나왔다. 여기까지는 쉽다. 예상대로다.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야외 화단으로 옮겼다. 제발 본잎까지 잘 났으면 좋겠다.
며칠이 지나서 보니 처음 심었던 무는 엉망이다. 거의 말라죽었다.
다시 심은 무 씨앗은 똑바로 건강하게 자란다. 햇볕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줄기가 붉은색에 가깝다.
그러다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시기가 있구나.'
말 그대로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시기가 있다. 그때 해야 할 어떤 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수정할 방법이 없다.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결정적 시기라는 교육학적 용어가 식물을 키우다 생각날 줄은 몰랐다.
오늘도 출근하면서 무 새싹의 건강을 체크한다.
제발 무사히 커 다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