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아이들과 바질을 수경재배로 키웠다.
여러 작물이 있지만 바질이 실내에서 잘 자라기도 하거니와 향도 있고 해서 선택했다.
자기의 식물을 기른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름도 지어주고 PET병을 잘라서 나름 진지하게 수경재배를 했다.
양액을 넣어주는 것도 한 번 알려주니 서로 도와가면서 제법 잘 수행했다. 아이들의 관심 속에서 바질을 제법 잘 자랐다.
문제는 여름 방학이었다. 교실에 놔두면 틀림없이 식물은 죽는다. 왜냐면 물을 주러 오기도 힘들뿐더러 창문을 닫아 놓은 교실은 기온이 너무 높다. 식물들이 버터낼 재간이 없다. 항상 교실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빛과 방학 기간이 문제였다. 빛은 남향 교실이면 대략 해결되고 요새는 식물 LED도 잘 나와서 보충하면 어느 정도는 잘 자란다. 하지만 방학은 모든 전기 기기 코드를 뽑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빛도 기온도 물도 조건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며칠 간의 시간을 주고 집을 가져가라 했고 아이들은 좋아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뭔가 좋은 것을 하면, 예전 같으면 학교에 두고 전시하면서 자랑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요새는 집에 가서 부모님께 자랑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걸로 바뀌었다. 선생님의 칭찬은 부모님의 칭찬보다 효력이 약한 셈이다.
집을 가져가라고 했을 때 가장 문제 되는 점은 들고 가다가 쏟거나 하여 식물이 잘못되거나 집에서 관심 부족으로 식물을 사망케 하는 것이다(최근에 몇몇 아이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엄마가 학원 갔다 온 사이에 버렸다고 한다. 생명이 쓰레기 취급 받는 현실이다. ㅠㅠ). 실제로 개학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몇몇 아이들은 물을 주지 못해 죽게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가져갈 때 마음과 돌볼 때의 마음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어쨌든, 해외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장기간 체험학습을 간 한 친구의 '돼지'라는 이름의 바질은 그 혹독한 교실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 혹시나 싶어 학교에 온 날 교실에 가보니 물이 많이 줄어 있었지만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물을 보충해 주고 개학날까지 어림해 보니 생존이 가능해 보였다. (참고로 내가 들고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 집은 아파트 저층이라 모든 식물이 다 죽어 나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돼지 바질은 2학기 되어서도 살아남았다. 교실에서 태어나서 계속 자라는 녀석이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교실에 있는 예쁜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옮겨 심은 돼지를 보던 '그' 녀석은 대뜸 방학 때 집을 데려가야겠다고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그 소리를 들으니 속으로 좀 웃겼다. 방학 지나고 왔을 때 크게 관심도 없던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역시 식물도 예쁜 옷을 입어야 관심받는가 보다.
돼지 바질에 준 관심이 적은 녀석을 향해 나는 선생님의 지분, 아이들의 지분(몇몇 아이들은 저 식물 어떻게 하냐고 방학 전부터 걱정했다.)이 있음을 이야기해 줬다. 다른 아이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방학이라는 기간을 끈질기게 살아남은 돼지 바질에게 주는 토분 화분이라는 호사가 바질을 예쁘게 보이게 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아이들 눈도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잘 자라게 해서 겨울 방학 때는 집으로 고이 가져가라 해야 헸다. 저 녀석의 성격에 과연 돼지바질이 살아남을지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