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민은 실행만 더디게 할 뿐이다.
씨앗을 심었다. 아이들과 함께 심었다. 심는 요령을 잠시 이야기하고 차례대로 모종판에 심으니 금방 심었다. 아이들이 책상 종이 위에 쏟아낸 씨앗을 하나 골랐다. 손가락으로 조금 파서 씨앗을 심고 흙을 덮었다. 씨앗은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는 가을의 대명사이고 대략 잘 자란다. 빛만 좋으면 말이다.
작년에도 교실에서 심었는데 결국 LED 조명 밑에서 키웠다. 생각보다 꽃은 오래갔다.
한 가지 찜찜한 것이 발아율이 50%라는 점이다. 아, 그리고 작년에 쓴 씨앗 봉투를 찾았는데 씨앗 수가 훨씬 많다. 올해 산건 뭔가 속은 기분이다. 코스모스 씨앗 30 립이라 표시된 걸 샀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소분해서 파는 것 같다.
어쨌든 50%라는 것은 둘 중 하나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것을 하면 제일 곤란한 상황이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안 되는 경우다. 어른들도 섭섭할 건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넉넉하게 심었다. 한 서른여섯 개 넘게 심었다. 밑에 물을 채워 흙이 흡수하도록 하는 저면 관수에 모종판 뚜껑을 덮어 습도도 높였다. 요즘 이런 농자재가 참 잘 나온다 싶었다.
주말을 지나고 오니 예전과 다르게 싹이 쑥 나있었다. 반가웠다.
그런데, 어? 몇몇 모종판은 아직 흙만 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았다.
등교한 아이들 중 자기 씨앗이 싹을 틔운 아이들은 반가워하며 식물 일기를 부지런히 적는다. 하지만 아직 싹이 나지 못한 아이들은 실망하는 얼굴빛이다.
씨앗이 왜 나지 않느냐는 당연한 물음에 "씨앗 마음"이라며 발아율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 줬다.
어쩌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모든 것은 운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도 좋은 습관이 아니기에 만약 나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 둘 필요가 있었다.
아... 며칠이 지났는 데 아직 싹이 안 난다.
뭔가 조치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