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밥을 먹을까?

by Dr Jang

코스모스가 제법 자랐다.

물론 화분이 엎어져서 가지가 부러진 슬픈 코스모스도 있고 처음부터 발육상태가 좋지 않아 크는 게 시원찮은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코스모스는 나름 성장을 잘했고 몇몇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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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양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과학실에서 얻은 비료가 있었고 그 비료는 마침 약간 고급 버전의 비료라 손에 묻거나 하지 않았다. 작은 환과 같은 모양이었다. 교실 한쪽 종이컵에 검은색 작은 구슬 같은 비료를 두고 스스로 자기 코스모스에 비료를 10알씩 주라고 했다. 그리고 만지고 나서 손을 씻을 것, 먹거나 하지 말 것-아이들 호기심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 줄기에는 닿지 않도록 할 것 등의 주의사항을 말했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비료를 집어서 자기 코스모스에 뿌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것을 할 때 자기 것이면 더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그야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관심의 정도가 다르다. 아이들은 저마다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비료를 관찰하면서 뿌렸다. 몇몇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냄새를 맡아보고 으악~하면서 무슨 똥냄새가 난다며 난리다. 아직 아이들에게 비료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알면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기는 하다.


아이들이 뿌린 코스모스에게 물을 줬다. 흙 표면에 뿌린 비료가 녹아 양분이 뿌리에 흡수되란 의미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코스모스를 소중히 다뤘다. 비료를 뿌린 후 며칠이 지나 비료가 약간 녹은 모습을 보고는 왜 저렇게 되었냐고 질문을 한다.


얼마 전 우리 반에서 약간 독특한 성격을 가진 녀석이 자기는 깜빡 잊고 비료를 주지 못했는데 -아참, 아이들에게는 비료라는 말보다 영양분을 준다는 말을 했다. 점심시간에 급식을 먹는 것을 비유하여 아이들에게 왜 영양분을 주는지 설명했다. 물론 잎의 광합성 작용은 생략했다. 그건 지금 수준의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성격이 독특한 이 녀석도 비료를 챙기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어떻게 주는지는 다른 친구들이 알려줬다. 이런 일은 한 번 잘 이야기해 두면 아이들은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일을 해낸다.


늘 일찍 와서 자기 할 일을 잘하는 귀여운 녀석이 어느 날 궁금한 것이 있는지 나에게 다가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언제 또 영양분을 주나요?

아이 말은 언제 또 식물에게 밥을 준냐는 뜻이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알다시피 식물에게 주는 비료는 우리가 먹는 밥처럼 삼시세끼 주는 것이 아니다. 한데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틀 전 비료를 줬으니 언제 또 영양분 즉 밥을 주냐는 뜻이었다.


아! 그렇구나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자주 먹어야 건강하게 잘 클 수 있을까 말이다.

너무 진지하게 설명하면 좀 그렇다 싶어 우리처럼 자주 밥을 먹지는 않는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식물도 우리처럼 자주 밥을 먹고 싶지 않을까? 물도 먹고 싶을 테고. 초보 식물집사들 중에서 과영양, 과습으로 식물을 저세상을 보내는 이유가 문득 짐작이 된다. 그럴 수도 있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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