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나타났어요!

by Dr Jang

코스모스가 어느 정도 피어서 이제는 먼저 핀 모스모스가 지는 시기가 왔다.

아이들은 먼저 핀 꽃이 지니까 코스모스의 생명이 다 한 줄 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옆에 있는 꽃봉오리를 가리키며 설명해 줬다.

-자, 봐봐, 여기 지는 꽃 옆에 다시 꽃봉오리가 생겼지?

그제야 아이들은 아~! 하고 밝은 표정이 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니 혹시나 싶었던 일이 일어났다.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녀석 바로 진딧물이었다.

여기 농사짓는 분들은 뜨물이라고 하는 진딧물은 가정용 식물을 가꾸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해충이다.


-뭔가 조그마한 까만 벌레가 있는데 이게 뭐예요?


순간 느낌이 생겨 식물을 보니 진딧물이었다. 몇몇 코스모스는 상당히 많은 진딧물이 붙어 있었다.

살충제를 치면 순식간에 사라지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얘들도 생명이니까. 하지만 분명 코스모스에게는 악당과 같은 존재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식물을 가꿔놓고 다른 생명을 죽이라는 말을 어떻게 할까?

순간적으로 이런 고민이 들었다.


-코스모스가 힘들어하니까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해충이야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진딧물도 살아야겠지만 내가 가꾸는 코스모스가 죽게 되니까 해충이 되는 거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침범하는 것은 악당이 되고 해충이 된다. 진딧물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죄가 없다. 단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코스모스를 못살게 구니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된다. 지극히 '나' 중심적이지만 그게 인간의 운명이다. 생각을 정리해 보니 그랬다.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우선은 보이는 것을 살짝 눌러 없애라고 했다.

벌레라면 무서워하면서 저항이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아이들은 코스모스에 붙은 진딧물을 태연하게 잡고 있었다. 좀 의외였다. 어른들의 논리를 아이들이 잘 받아들여 그런가 싶었다. 오히려 진딧물을 잡다가 잎이 찢어졌다며 걱정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진딧물을 오히려 더 늘었다. 피해가 눈에 보였다.

최후의 방법을 써야 했다. 바로 살충제.

살충제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있기에 열심히 검색해 보니 그래도 저독성에 집에서도 쓸 수 있는 방제약이 있었다. 후기를 읽어보니 식집사들의 벌레에 대한 고민들이 보여 관심이 갔다.

주문을 하고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상자를 뜯어 주의 사항을 읽어보니 예전 비오킬이라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 같았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오후에 코스모스를 들고 야외에 나가서 냅다 살충제를 뿌렸다. 속이 시원했다. 역시, 생명에 대한 존중도 자기 중심성이 있는 모양이다.


이튿날 보니 진딧물이 거의 다 사라졌다.

다행이다.

역시 과학의 힘이다.

하지만 생명을 없앴다는 약간의 죄책감은 남아있다.

코스모스여, 건강히 자라다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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