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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21. 2018

#79. ~~답다

나다운, 회사다운, 나라다운.....

“~답다”

다음이미지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 ‘그것의 긍정적인 속성을 충분히 지니다’의 뜻을 더하여 “~”에 해당하는 것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답다”, “회사답다”, “나라답다”는 말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답다는 말의 속내는 긍정성에 기반한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그 반대의 의미를 내포할 때도 사용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긍정성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표방하는 현 정부는 “나라답지 않는 나라”의 모습으로 전 정부를 비유했다.

언론 통제, 사익 추구, 불통일반, 비선 정치, 사당화를 통한 끼리끼리 정치, 배신으로 대변되는 보복의 정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표방했던 것을 나라답지 않은 이미지규정했다.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만 하면 나라를 다시 정상괘도에 올리는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 정부가 제시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이미지 중 하나는 “전 정부와는 반대적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회사다운 회사”는 어떤 이미지를 말하는 것일까?

왕 회장으로 통하는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생각과 전략을 통해 국가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가령, 배 만드는 기술은커녕 조그마한 배 한 척도 만든 경험이 없는 그가 거북선 그림이 담긴 오백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막대한 외화를 끌어드리고, 그 돈으로 허허벌판 백사장에서 배를 두 척이나 만들어냈다.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격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조선국가의 기틀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사업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전략이 곧 기업의 전략이 되고 기업의 전략이 국가의 전략으로 연결된 대표적 사례다.

다음이미지

그래서 “정주영 = 현대 = 도전”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과 같이 거칠고 투박하면서 덩치가 매우 큰 이미지가 따라붙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정주영 회장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 오른다. 흔히 표현하는 현대답다는 말은 투박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삼성답다는 말은 치밀하면서 꼼꼼한 관리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조직에 몸답고 있는 구성원들이 당신의 회사를 회사답다고 인식하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차가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타인의 눈으로 보면 대기업이고 높은 급여와 복지혜택, 그리고 외부에 각인된 특별한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입사하고 싶은 회사라는 선망을 담아 “회사다운” 이미지를 만든 것은 아닐지?


“나다운 나”는 어떤 나일까?

나의 본질적 성격이나 성향에 가장 근접한 나를 말한다. 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보인 흔적의 산물들이 패턴화 되어 각인된 이미지가 나를 떠올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구두쇠로 소문난 사람이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밥을 산다는 것이다. 밥을 사야 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밥을 산다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른 긴 해도 ”왠 일이야, 네가 밥을 다 사고?”“별일 일세,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등과 같은 표현을 접할 수 있다. 거꾸로 누가 뭐라고 해도 밥을 사야 하는 입장임에도 밥을 사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이유로 얻어먹기만 하는 이미지,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각인된 경우 주변 사람들은 종종 놀려 먹으려는 심산에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오늘은 네가 밥 사는 거지?”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그럼 그렇지, 그게 너지 너 답다”

물론 이런 이미지를 좋다고 할 순 없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 인식된 이미지와 행동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답다는 표현이 긍정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예를 든 것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답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만약 그 이미지가 없다면 추구하는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하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다운 나, 회사다운 회사,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정의하고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공유한다고 해도 조직 구성원 간의 소통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게 되고 이는 조직의 와해를 부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리되면 이런 말을 피하긴 어렵다.

“그게 ~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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