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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03. 2018

#80. 가치 있는 도전엔 남다른 깊이가 있다

"족적"

발로 밟고 지나갈 때 남는 흔적으로 발자취를 의미할 때 쓰는 말이다. 족적은 크게 방향성이 분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기엔 우왕좌왕 갈지형이지만 그 방향이 분명한 목표점을 향하고 있다면  가치 있는 교훈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걷고 있어도 그 방향이 모호해서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면 실패의 발자국 중 하나로 남겨질 공산이 크다. 정처 없이 걷다가 이름 모를 어느 한 곳에 멈춰 서서 미련과 회한으로 점철된 인생을 복기하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가치 있는 족적의 패턴을 분석해 보면 평탄한 길을 걷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일관되게 걸었을 뿐 아니라, 갖가지 장애물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전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족적에서 남다른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2001년 독학으로 초졸 검정고시를 시작한 할머니가 있다.

2003년 초등학교 졸업하고, 2005년 중학교 졸업, 이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영어, 과학도 무난히 통과한다. 하지만 국어에서 발목이 잡히고 만다. 빠른 속도로 지문을 읽고 답해야 하는 난제에서 시간 부족을 느낀 할머니, 무려 9번이나 떨어진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하지만 할머니는 그럴 맘이 없었나 보다. 그래서일까? 하늘은 할머니의 노력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포기하지 않는 그의 도전은 10번의 두드림 끝에 수능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쟁취한다.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백 번 읽었다 하면 말 다했지. 그게 머릿속에 다 들어가도록 다 읽었습니다"

자료: 인사이트 핫이슈

공부하는 과정에서 졸음을 없애려고 커피를 너무 마신 탓에 심장에 물이 차는 바람에, 박동기 이식 수술까지 받은 박 할머니. 도전이 계속될수록 건강이 악화되자, 이를 걱정한 자식들이 두 번이나 책을 버렸지만, 할머니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배움에 대한 늦깎이 도전은, 건강도 나이도 문제가 될 수 없었나 보다.  


"수성대학교 사회복지과, 새내기 19학번 박선민"  

81세의 나이에 얻은 박선민 할머니의 새로운 이름표다.


2019년이 코 앞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발자국들에 의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의 나는 오늘 내딛는 발자국의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이쯤에서 숨고를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수정해야 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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