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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11. 2017

#43. 노인마을 65번가 사람들

사람은 다 늙는다

‘(큰소리로) 아버지, 불 켜드릴까요?

‘왜’

‘너무 어두워서요’

‘내버려두어, 난 밝은 거 싫어’


아버님은 달달 한 빵을 좋아한다.

지난 토요일 점심에도 여느 때처럼 좋아하시는 단팥빵을 데우고 커피 한잔과 함께 아버님 방에 넣어드렸는데 방이 좀 어두웠다. 그래서 밝은 것이 좋겠다 싶어 불을 켜드리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말이다.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침대에 앉아서 혼자 드시는 것을 좋아한다. 거동이 불편한 탓도 있지만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밝은 것이 싫다는 말은 그 날 처음 들었던 터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온종일 누워 있는 것이 걱정되어 조금씩 운동이라도 시켜 드릴 요량으로 부축해서 거실을 왔다 같다 하는 운동을 권했지만 버거워하신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셔서 아버님이 편하게 느끼는 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는 늘 상 누워 계신다.


11월 어느 날 중앙일보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노인 오면 장사 안 된다”, “뭐 하러 나다니냐” 노인차별 사회에 관한 기사였다. 평소 노년에 관한 관심이 많다 보니 그냥 흘려지질 않았다.

중앙일보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누구나 때가 되면 다 노인이 되는데 마치 자기 자신은 절대 늙지 않는다는 확인 도장이라도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노인들은 다르다.

신체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젊은 사람들과 다르기에 노인이라고 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노인을 대하는 시각이 속상하다.


 노인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 그들은 방금 들었던 것도 금방 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들은 상세하게 기억한다.

- 필요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 외엔 딱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몸이 따라주지 않는 만큼 한 발 한 발 떼는 것도 조심스럽다.

- 질병을 달고 산다. 65세가 넘어가면 평균 4가지의 질병을 앓고 6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다

- 어깨나 등이 심하게 굽어 있다. 지팡이를 잡고 걷는 모습에서 보는 이의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 거친 피부와 주름들, 오돌 도돌 튀어나온 심줄, 그리고 몸에는 특유의 냄새가 배어있다.


이것이 노인이다.

모르는 일도 아니다. 몰라서 하는 구박이라면 계몽이라도 하겠지만 다 알면서 굳이 구분 지으려는 생각이 속상하다.

그 옛날 마수걸이도 하지 않은 가계에 여자 손님이 들어오면 하루 종일 재수 없다면서 소금을 뿌렸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점포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중년과 노인일 텐데 그때도 노인 손님이 오면 재수 없다고 할 것인가?

물론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엔 남 모를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리 그래도 모든 노인을 폄하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인간에겐 도덕성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에 대한 관용을 가지고 살아가는 도덕적 가치는 이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기초적 소양이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그런데……


나이 듦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조된 모든 것엔 끝을 만나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인간이 겪어야 하는 삶의 과정엔 노년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정거장을 거쳐야 한다. 다름 아닌 ‘노인 마을 65번가’로 명명된 인생 철도 환승역이다.



그림출처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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