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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an 24. 2018

#46. 인재를 보호할 줄 아는 리더(1)

리더의 편애는 조직을 망친다

'핵심 인재는 약자다'

역사에 비추어보면 능력이 우수한 인재는 주변의 견제와 질시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땐 문제가 아니지만,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되면 위험에 빠진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의 능력을 헤아려 살필 줄 아는 군주와 함께 한다면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지만 귀가 얇은 군주 밑에 있다면 그의 생명이 담보될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사례가 넘쳐난다. 

어쩌면 핵심인재는 강한 자가 아니라 가장 약한 자 일지 모른다.

전쟁터에서는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를 하는 탓에 적의 표적 1호가 될 것이고,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내부의 적(?) 들이쳐놓은 덫 때문에 생명이 위협 당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래전에 방영된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최수종 분)을 보면 유금필이라는 장수가 모함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고려 최고의 맹장 중 하나로 북방 오랑캐들에겐 대추장으로 추앙받을 만큼 존경받는 인물이다. 능력 또한 출중해서 전쟁에서 세운 공이 남다르다 보니 태조의 칭찬을 독차지하는 일이 많았다.

한 번은 서경에서 유금필 장군이 오랑캐들에게 만세 삼창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마침 이를 지켜본 서경 총관 왕식렴은 만세 삼창은 폐하 이외의 사람은 받을 수 없는 것인데 이를 받았다는 이유를 달아 대역 죄인의 굴레를 씌운다. 이에 홍유, 배현경 등과 같은 동시대의 맹장들이 동조하면서 삭탈관직으로 다스릴 것을 주청 하기에 이른다.

다음이미지

태조는 만세 삼창 사건이 오랑캐들의 자발적 의지임을 알고 있었기에 신하들이 그를 대역죄로 몰고 가는 것이 이치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이 계속해서 죄 줄 것을 요구하자 마음이 내키지 않음에도 신하들의 청을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형벌의 정도였다. 태조는 신하들이 청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내리면서 신료들이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 시대의 신동으로 일컬어지는 최응이 말하기를 신하들이 원하는 것은 삭탈관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귀양을 보내라고 말한 때문이다. 이에 태조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고 최응이 답하기를 신하들 간의 시기. 질투, 견제 등과 같은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내어주고 열을 얻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태조를 설득한다.

최응의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한 는 끝내 신하의 청을 받는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의제인 유금필을 삭탈관직하고 더하여 최응이 말한 대로 신하들이 예상치 못한 양의 중벌을 더함으로써 신하들 간의 대립과 반목을 일거에 차단하는 고도의 정치적 카드를 꺼내기에 이른다.

이와 같은 결정은 이일을 주도한 신하들도 조심하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즉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정치는 누구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처분이었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들은 주변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숙명이 있다. 

가뜩이나 견제를 받고 있는 처지에 주변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행동을 취하든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또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압박감, 일을 가로막는 시장의 저항감, 경쟁자의 견제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데 이를 이겨 내야 하는 것이 그들이다.

그들이 받는 압박감은 힘을 얻는 동력이 될  있지만, 반대로 힘을 약화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중 시기와 질투를 동반한 견제와 대립은 부정성에 기인하는 대표적 압박 사례다. 태조 왕건은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나라를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에 의형제인 유금필을 삭탈관직하고 곡도에 유배까지 보낸 것이다.


리더는 핵심 인재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드러난 쏠림은 금물이다. 

인재를 생각하는 마음이 과할 경우, 편애로 비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자칫하면 인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유금필 장군이 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만든 당사자는 태조 왕건의 편애가 불러온 결과가 아닌가? 그러니까 진짜 벌을 받을 사람은 태조라고 하는 고려의 리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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