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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an 04. 2018

#1. 떨켜

화려한 날은 길지 않다


낙엽!

단풍과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이미지입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낙엽 밟는 소리에 추억을 담아가곤 하죠. 그런 낙엽을 대하다 보면 드러나지 않는 어떤 쓸쓸함이 묻어있지 않던가요?


나무라는 몸체에서 떨어저 나 낙엽이라는 추억의 선물을 안겨주는것도 잠깐, 수분이 마르고, 잎은 뒤틀리고, 벌레가 갉아먹었는지 구멍은 숭숭 뚤려있고……

역시 화려한 날은 오래가지 않나 봅니다.


낙엽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요?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뿌리를 통해 빨아 드리는 수분의 양은 부족해집니다. 반면 나뭇잎을 통해 발산되는 수분의 양은 큰 변화가 없다보니 수분의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수분은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활엽수는 잎이 넓다보니 엄청난 양의 수분을 증발시키는데 몸체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이 위협받는 것이니까 좋은 일은 아닙니다. 잎의 공헌도를 떠나서 나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할 수는 없는 법, 잎을 떨궈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떨켜를 아시나요?

다음이미지

잎과 가지를 잇는 경계선에 생성되는 것으로 코르크처럼 단단한 세포층을 말합니다. 떨켜는 가지에서 잎 자루로 연결된 통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공이 막히고 수분과 양분이 오고 갈 수 없게 됩니다. 덩달아 엽록소의 합성도 멈춥니다. 잎의 생명 활동은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나뭇가지에 붙어있을 힘이 없다보니 약간의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낙엽이 되고 맙니다.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광합성을 하죠. 생명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고 했던가요. 생존을 위해 한 여름의 땡볕도 마다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했던 잎이지만 식물의 생존을 위해 목졸리듯 강제로 죽어야 하는 희생양이 된다는게 서글프네요

그런 사연이 깃 탓인지 낙엽을 떠올리면  쓸쓸함, 외로움, 스산함, 그리고 이별같은 이미지가 묻어납니다. 


떨켜는 모든 나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나무 과에는 떨켜라는 세포층이 없습니다. 떨켜에 의해 원치 않는 낙엽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새 잎이 돋아나면서 떠밀리듯 떨어지는 것이 다를 뿐이죠

떨켜에 의해 떨어지든 새 잎에 밀려서 떨어지든 낙엽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굳이 차이를 따진다면 낙엽이 되는 시기만 다를 뿐이죠. 1년 만에 떨어지느냐 그 이상을 넘긴 후에 떨어지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세상의 이치는 모두 이와 같은 수순을 밟는것 같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 아시죠?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힘이나 세력 따위가 한번 성하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화려한 날이 지속되는 기간만 다를뿐 언젠가는 자기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날을 맞이 한다는 것이겠죠.


조직에서 죽어야 하는 그날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오늘의 날개 짓도 언젠가는 접어야 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날이 내일 일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연말. 지인 중에 능력있는 모기업 임원이 있는데 갑자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거에요.  자신이 옷을 벗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모든 지표가 좋았으니까요. 역시 인사는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2018년 현재,

아직 화려한 날이 지속되고 있다면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화려한 날은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화려한 날개짓에 취하지 마세요. 어느 한순간 인간 떨켜들에 의해 고사당할지 모르니까요.


♣ "떨켜"에서 배우는 인생철학

1. 현실이 어떠하든 불평하거나 안주하지 마라

2. 그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다

3. 또 다른 능력의 날개를 달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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