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겸손하게 의견을 구하다.

세종의 대화법 2 / 자부지자(自不知者)

by 이종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드러내고 싶은 욕망, 아는 체하고 싶은 분출 욕구는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임금(리더)이 너무 똑똑하면 신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진다. 신하의 머리를 빌리기보다 자신의 머리를 더 믿기 때문이다.

정조는 신하를 믿지 못하고 가르치려 한 까닭에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박현모 여주대 교수)


마셜 B. 로젠버그가 지은 비폭력대화 제7장 "공감으로 듣기"편에 장자가 말하는 공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듣는 것에는 귀로만 듣는 것이 있고, 마음으로 이해하며 듣는 것이 있다. 그러나 영혼으로 들을 때에는 이런 모든 기능들이 비워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기능들이 비워졌을 때 존재 전체로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바로 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직접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절대로 귀로 듣거나 마음 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는데 리더가 이런 말을 한다.

“그 프로젝트를 하는데 꼭 반영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은 이러이러합니다. 그러니 참고해 보세요?”

이와 같은 리더의 제안은 강요일까? 부탁일까?


<비폭력대화>는 명쾌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부탁과 강요를 구별하는 방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부탁이 받아 드려지지 않을 때, 부탁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라”

부탁에 응하지 않았을 때, 부탁한 사람이 부탁에 응하지 않은 상대를, 비판하거나 비난한다면 그것은 강요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부탁에 응하지 않는 상대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부담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한 사람이 상대의 욕구를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것은 부탁이다.


상대의 말을 들을 때 선입견이나 편견을 걷어내고 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비폭력대화의 글을 인용하면 현재 있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경험하면서 얻은 정보가 많을 때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에 대해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재단하는 심정으로 상담에 임할 경우 공감으로 다가가는 길은 험난해진다. 때문에 더욱더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가 사람을 모르니 함께 의논하자. 세종 즉위 제1 성이다. 세종은 귀를 열어 경청하고, 입을 열어 신하의 의견에 공명하고, 손을 내밀어 함께 실천해 큰 성과를 이뤘다(박현모 여주대 교수)"

"나는 잘 알지 못한다(自不知者)"

이는 상대의 지혜를 청하는 겸손이다. 뿐만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녹아있는 세종의 어진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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