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인 나부터 챙기자

오늘도 나를 배려하기 위해 파스쿠찌에 왔다

by 이종범

휴일이면 습관처럼 출근하는 곳이 생겼다.

집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카페, 파스쿠찌다.


참 재미없게 살았다.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것들을 외면한 채 살아왔다.

당구, 오락, 카드, 볼링, 화투(고스톱 등...), 포커 등과 같은 잡기는 물론 술과 담배도 내겐 전혀 필요치 않았다. 아내는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나도 모른다. 그 많은 놀이 중 하나쯤 취미 삼아 해 볼 수도 있으련만, 무엇 때문에 멀리하며 살았을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숨겨놓은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창 시절엔 집, 학교, 교회가 전부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6세 이후엔 집, 교회, 그리고 회사로 활동무대가 바뀐 것 외엔 특별히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은 없었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가족과 함께 교회를 나가고...

그러고 보니 교회가 나에겐 매우 중요한 발산(?) 장소였던 것 같다.

21세부터 할렐루야 성가대 지휘를 시작으로, 성남시 전체 고등학교 혼성 OB 합창단 연주회, 모교인 성일고등학교 재학생 정기 연주회(ZION YB), 성일 ZION OB 남성합창단 정기 연주회 등 28년간 종교 음악을 지휘했다. 신앙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종교가 있었고 지휘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의식적으로 잡기(?)를 멀리한 측면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2011년 이후엔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집, 회사 그리고... 없었다.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이유는 있지만 지면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다. 여하튼 50여 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덕분에 주말엔 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취미가 없는 것이다.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을 자거나 집 뒤 남한 산성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글쓰기를 시작했다. 답답한 집안에서 드 넓은 가상의 공간으로 나를 끌어낸 계기가 바로 brunch였다. 이 만남은 내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시절의 나는, 나를 위한 삶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에 집중했다. 가족을 위해 나의 시간을 온전히 희생해야 했고, 성가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주말을 통으로 교회에서 살았다. 그리고 평일엔 직장에 올인했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사치라고 생각하며 50여 년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 아내 입에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말이 안 나온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저는 48년 동안 타인의 삶을 살았어요. 이젠 나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외부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배우 박칠용 선생님의 고백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작가가 써주는 대본대로 극 중 인물에 집중해야 했기에 타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70을 코 앞에 둔 지금,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연예 인생 48년을 회고하며, 그 안에서 경험한 희로애락을 강의하고 계신다. 배우 박칠용 선생님의 배우자는 민정애 작가님이다. 그렇다 보니 부부가 함께 강연회 강사로 초빙되는 일이 많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퇴직 후 따라 하고 싶은 또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타인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나를 위한 배려의 차원에서 특별한 선물이다.

brunch에 글을 쓰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하면서 나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글 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다. 그렇다고 학교 다닐 때 쓰는 일기를 제대로 쓴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교내 백일장에서 의무적으로 써야 했던 글과 연애할 때 썼던 편지가 전부다. 한 마디로 글쓰기 문외한이 글쓰기가 재미있다니...... 선 무당이 사람 잡을 일 아닌가?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필자가 바로 그 짝이다.


글쓰기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집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집 푸들 강아지 두 마리가 방해물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다가와서 내 무릎에 않겠다고 낑낑 댄다. 그 소리 때문에 무릎에 앉히면 또 한 마리가 낑낑대고... 할 수 없이 컴퓨터를 덮어야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카페에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강아지의 방해가 없다 보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파스쿠찌에서 글쓰면서 한 컷

그때부터 주말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출근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파스쿠찌다

글쓰기에 몰입하며 재미를 느끼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인생 선물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글 쓰며 여행하는 산업강사"가 꿈인데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종범1111.png 매일경제 / 이종범의 제 3의 나이 칼럼중에서


"매일경제 우버人""제3의 나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고, 도전하는 신문 한국투데이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저자 인터뷰〉〈명강사 인터뷰〉그리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이 행사되는 곳을 취재하며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보험신문에 60+ Life story라는 제목으로 노년기 삶에 대한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한국보험신문 칼럼
한국투데이 기사


변화는 그렇게 찾아왔다.

타인에 집중할 땐 오지 않던 것이,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선물처럼 다가왔다.

나를 위한 배려의 시간, 온전히 내가 주인공이 되어 웃고 울을 수 있는 나만의 무엇(?)에 집중하는 시간.

나를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게 하지 말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특별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금요일 휴가를 낸 오늘(2월 4일)까지 파스쿠찌로 출근 중이다. 물론 설 휴가가 끝나는 수요일까지 계속될 것이다. 덕분에 밀린 글을 쓰듯 거침없이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 오늘 이 시간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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