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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15. 2019

#54. 잊힌 사람들!

잊힌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죽어서 잊히는 것이 아니다. 버젓이 살아 있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유가 어떠하든 부모와 형제, 이웃, 친구와의 관계가 단절된 채 살다 보니 사망 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절차를 담당할 유가족을 찾을 길이 없다. 결국은 무연고로 분류되고 이름하여 고독사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해마다 무연고 고독사 사망자가 늘고 있다. 그중 60대 이상자가 무려 48%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60대 이상 노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50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조기퇴직 위험과 이혼, 건강 이상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생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나이 들수록 사회적 관계망도 축소된다. 특히 남자의 경우 경제 활동 능력이 중요한 가치를 차지하는데 조기 퇴직 위험에 노출되다 보니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자녀들 뒷바라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일은 가장의 입장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처방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 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것치곤 너무도 허무한 50대를 발견하는 순간 우울감이 기웃거린다. 보건복지부 한국장례진흥원에서 조사한 2018년 연령별 남성 무연고 사망자를 보면 40대 이상자 중에서 50대에서 남성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70대라고 조사되었다.

자료: 보건복지부 한국장례진흥원


무연고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의 부영구 실장은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를 심화시키는 원인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부모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더해 지금의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허락받고 살아오지 못한 채 성공을 강요받아온 세대들이다. 이런 문화적 관습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중년 남성의 고독사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질병”, “사고”, “실직”, “질 낮은 일자리”, “술”, “외로움”, “자존감 하락”등은 중년 남성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요인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문제는 관계 단절을 가속화시킨다. 고립된 삶은 결국 삶에 대한 희망의 싹을 스스로 제거하는 극단적 선택을 부르고 만다.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나이 들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다 보니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든다. 

낙심하거나 우울한 상황에 처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89.1% 달하지만, 나이 들수록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서 60대가 되면 75%로 하락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60대의 약 25%는 자신을 스스로 가두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다. 

한때는 이 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사랑받는 삶을 살았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였고, 남편, 사위,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면서 살았지만, 원치 않는 위험(실직, 질병, 사고…)을 슬기롭게 헤쳐내지 못하면서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위험 앞에 마주 선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9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몸도 맘도 추운 겨울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마지막 겨울로 인식하는 분들이 없기를 희망한다.

힘겹겠지만 봄으로 향하는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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