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시간만 죽일 뿐, 글 한 줄 제대로 쓰지 못할 만큼 마음이 허하다. 마음이 자리를 잡지 못하니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잡지만 두세 장 넘겼을 뿐, 무슨 내용인지 도통 와 닿지 않는다. 눈엔 자갈이 굴러가듯 서걱거리고, 마음은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성장함에 따라 자리도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무는 일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후웨이홍>이 지은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은 다를까?
마음도 성장하지 못하면, 할 바를 알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오늘 내가 그랬다. 당장 좇기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마음만 부산하다. 또 법정 스님을 통해 답을 구해본다. 『아름다운 마무리』 <청소 불공> 편 145P, 6번째 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그날의 삶이다. 그와 같은 하루하루의 삶이 그를 만들어 간다. 이미 이루어진 것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갈 뿐이다”
나는 오늘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어지럽게 흩어진 마음을 내깔겨 둔 채로 말이다. 오늘은 그게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