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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18. 2020

빈 가지.... 수척해 보인다


낙엽 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른 아침 출근길, 늦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려앉은 길가엔 젖은 낙엽이 즐비했다. 덕분에 청소하는 아저씨들만 죽어 난다. 빗자루로 쓸리지 않아서다. 가을 낙엽이란 게 보기엔 좋아도 치우는 사람에겐 곤욕스럽기 짝이 없다. 치우면 떨어지고 또 치우면 또 떨어지고…


지난 주말, 남한산성 자락에 있는 양지 공원을 찾았다. 유튜브 오프닝으로 쓰기 위한 20초 영상을 찍위해서다. 단풍이 지지 않고 빛이 잘 드는 곳에 촬영 준비를 마쳤다. 조금 창피했지만 태연 한척하며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는 평생 소득 진단법” 오프닝 장면을 찍었다. 하지만 영상을 얻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몇 번을 다시 찍었는지 모른다. 바람 때문이다. 덕분에 잎새 잃은 벌거숭이 가지들만 무성해진다


법정스님의 잠언집에 실린 <나무 꺾이는 소리> 끝 부분에 이런 글이 있다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다 떨어지고 몇 개 남지 잎새를 움켜쥐고 있는 가지를 보면, 수척하다는 표현이 와 닿는다. 우리 집 감나무도 벌써 8할의 낙엽이 떨어진 상태다. 매일 저녁 쓸어주지만 그때뿐이다. 내일이 오면  쓸어야 한다. 벌써 일주일째다. 하루가 다르게 낙엽이 떨어진 때문일까. 우리 집 감나무도 수척해 보인다


오늘은 사내 방송 촬영이 있었다. 서둘러서 찍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덕분에 스튜디오를 점령하고, 또 한 편의 개인 영상을 찍었다. <치사하게 은퇴해야 하는 이유>다  스튜디오에서 오프닝 영상을 찍고, 오켐으로 촬영한 본문 내용에 자막을 입혔다. 백지장도 맛 들면 낫다고 편집 작업도 조금씩 빨라진다. 사내 PD에게 편집된 영상을 보여줬더니 예상 밖 칭찬이 돌아온다


"전문 유튜버 솜씨인데요"


그런 날이 리 왔으면 좋겠다. 

컴퓨터를 끈다. 오늘은 5시 퇴근이니까....



치사하게 은퇴해야 하는 이유

https://youtu.be/t29T64zg3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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