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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19. 2020

천둥 번개가 무서운 미소

AM  6시.

알람이 울렸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  우리 집 막내 강아지 <미소>가 창문을 주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미소를 불러보지만 역시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때였다. 번쩍이는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몇 초나 흘렀을까, 쿠르릉 쾅쾅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린다. 미소가 왜 꼼짝도 하지 않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미소는 천둥 번개를 가장 무서워한다. 천둥 번개가 칠 거란 사실을 미리 감지한 탓에 망부석처럼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소는 지체 없이 숨을 곳을 찾는다. 이때부터는 미소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심장 박동이 장난 아니다. 동물병원에 때보다 심하게 요동친다. 안방 침대 및, 화장실 변기 뒤, 거실 소파 밑이나 소파와 벽 사이 틈새 등, 천둥번개가 치면 미소가 숨어드는 특별한 공간이다. 간식을 줘도, 안아줘도 소용이 없다. 천둥 번개가 물러가기 전까지, 미소는 안절부절못하지 못한다. 동물병원 수간호사로 있는 딸아이 말에 의하면 기절하는 강아지도 있단다. 그에 비하면 우리 미소의 증상은 별게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미소에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감이다. 딸아이도 미소가 걱정되는지 눈을 부스스 훔치며 거실로 나온다.  


"아빠, 미소 괜찮아, 번개 치는데"

"아니"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미소를 딸아이에게 맡겨두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다행히 딸아이 출근 시간이 12 시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출근하면서까지 미소를 안심시키려 애쓰니 말이다.


잠실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벗어나 인도로 올라온 시간은 7시 33분. 바깥 풍경은 저녁을 연상케 할 만큼 어두 컴컴하다. 잿빛 하늘에 반짝이는 자동차 불빛, 영락없는 저녁, 그 느낌이다.

아침 7시 33분, 잠실역 인도에서

빗길을 뚫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휴게실로 향했다. 27층 꼭대기 휴게실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뷰는 일품이다. 오늘은 어둠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은 특별한 뷰를 볼 수 있었다.  잠실 대교 남단으로 줄지어 향하는 자동차 불빛과 휴게실 창문을 때리는 굵은 빗방울은 일상적으로 접했던 광경 하곤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놓치기 싫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동 영상 버튼을 눌렀다.

27층 휴게실에서 내려다본 잠실 남단

영상을 얻고 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게 무슨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요즘 들어 영상 작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그런 거니까 이해를 구한다.


8시 출근자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 준비를 하는데 동료 직원이 사과 한쪽을 건넨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은 커피 한 잔에 사과 한쪽이 추가된 아침을 대한다.


- 가을비가 촉촉한 아침, 사무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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