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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25. 2021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4가지 치명적인 고통!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정치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TV, 신문 가릴 것 없이, 하다 못해 직장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아도 듣고 싶지 않아도 보고 들어야 했던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특히 행복한 노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느낌이랄까요?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는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부모의 헌신적 사랑이 생각났거든요. 우리의 부모들은 많이 가난했지만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당신이 누려야 할 아주 작은 자유도, 사치로 여기면서 기꺼이 당신의 몫을 넘겨준 분들입니다. 말의 진위는 잘 모르겠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들리는 말은 뾰족한 송곳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입니다. 제가 보고 경험했던 우리들의 부모들은 많이 가난했거든요. 그리고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무식하다는 말도 수 없이 들어야 했던 분들이었습니다. 가난한 인생, 못 배운 과거가 죄도 아닌데, 이렇게 치이고 저렇게 치이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인간은 평생 4가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중 하나가 돈이고, 다음은 관계, 건강, 마지막으로 비전이 그것인데, 이 4가지 고민은 ‘따로 또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한 바구니에 담긴 평생의 고민과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은퇴자를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1.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 첫 번째는 '돈이 없는 고통'입니다


오래전에 본 미드 영화 <자이언트>가 생각납니다. 하이틴 스타 제임스 딘과 시대의 요정,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죠. 제임스 딘이 가진 고생 끝에 유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이런 멘트를 칩니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제임스 딘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이런 답을 하더군요


“있는 사람에겐 그렇겠지요”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으로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 3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탈무드-

 빈 지갑은 은퇴자의 어깨를 펴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은퇴 전에 '힘과 지위', '명예', '돈'이 있었다고 해도, 은퇴 후에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 합류하게 된다면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돌아오는 상실감은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이 무엇인지 사회적 약자가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그들의 실체를 알 리가 없으니까요.



2.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 두 번째는 '단절된 유대 관계가 주는 고통'입니다


유대 관계 단절 요인은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돈과 관련이 큽니다. 그러므로 돈과 유대관계는 절대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이 제작한 <노후 파산>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가난이 뭐가 괴로운가 하면 말입니다. 주위에 친구들이 전부 없어진다는 겁니다. 어디를 가자. 뭘 하자고 해도 돈이 들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니까 거절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부담스러우니까 점점 만나지 않게 됩니다. 그게 정말 괴롭습니다”


빈 지갑이 초래하는 관계 단절의 일상은 이런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결혼식 가면 축의금 내야 하지 않습니까? 장례식에 가면 조의금을 내야 하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면 사람들과 교류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상이 비단 일본인의 노후라고 치부할 수 없겠죠. 세상 어떤 나라도 돈 없는 노후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싫든 좋든 세상으로 통하는 문엔 ‘돈’이라는 통행세가 존재하니까요. 당장 먹고살기도 버거운 판에 세상에서 맺은 인연의 끈을 유지하는 문제는 사치로 여겨질 만한 기대로 끝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는 고립을 만들게 되죠


“돈이 없는 것,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보다 제가 더 괴로운 일이 있습니다. 친구와 지인을 잃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도 내편이 될 수 없게 만든 주범 중 하나는 돈입니다. 돈 없는 노후는 가까운 지인도, 친구도 하다 못해 자식과도 연이 끊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면 억지일까요?



3.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 세 번째는 '건강을 잃은 고통'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과 관계는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했건 말 기억하시죠.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도 없는데 건강까지 나쁘다면 그 고통이 오죽할까요? 그렇다면 돈과 관계만 아니라 건강도 역시 한 바구니에 담긴 인생 고통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에서 ‘노인의 건강과 돌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51%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2개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도 22.0%나 됩니다. 결국 노인의 73%는 2개 이상의 중복 만성 질환을 가진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홀로 사는 독거 노후를 살아야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 해집니다.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고령인구는 854만 명입니다. 독거노인 증가 실태를 보면 2018년 140만 명이었는데 2022년엔 171만 명, 2025년은 약 200만 명을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2년 기준으로 65세 인구 5명 중 1명은 독거노인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건강까지 잃어버린다면 어떤 노후가 펼쳐질까요?  잘 살고 못 사는 것을 떠나 자식들의 보살핌이 가능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일까요? 아마도 건강 잃은 홀로 노인에겐 천상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분이 있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살아 있는 것도 누굴 위해서 살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지쳤습니다”



4.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 네 번째는 '비전을 잃어버린 고통'입니다


나이 들어서 무슨 비전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분이 있겠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열정이 사리지고 급기야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삶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노후라고 해서 다를 건 없습니다. 60세가 은퇴할 나이라고 해서 꿈도 비전도 은퇴를 선언해야 할까요? 그건 아니죠. 노년교육 연구회 <은퇴 수업>에 따르면 세계 역사상 35%가 60대~70대에 의해 성취되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업적의 64%는 60세 이상 노인들에 의한 성취되었다고 말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과 책임지고 할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논할 만큼 활동하는 노후는 스스로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내 이름을 콕 집어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할 일도 없는 노후가 일상이라면 그게 행복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잊히는 삶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진 않을 겁니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면 40년입니다. 잠깐이면 지나갈 시간이 아니죠. 그렇다면 무언가 꿈틀거리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합니다. 다 늦은 나이에 영어를 배우고, 그림을 시작하고, 글을 쓰고, 유튜브도 하고… 이런 일련의 행동을 손가락질할 사람이 있을까요? 오히려 나이 들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60세가 늙은 나이도 아닌데 마냥 수동적인 삶을 살 순 없습니다. 아직 주연으로 살아야 할 기간이 너무 많다는 걸 잊지 맙시다. 제 한 몸 가누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진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설 수 있고, 갈 수 있고 빠르진 않아도 뛸 수 있고 판단에 무리가 없는 정신을 가졌다면 조금은 더 나은 노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걸 시도하는 건 고통이 아니죠. 오히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게 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은퇴자의 삶을 윽박지르는 치명적인 4가지 고통으로, '돈이 없는 고통', '단절된 유대 관계가 주는 고통', '건강을 잃은 고통', '비전을 잃어버린 고통'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언급했던 4가지 고통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후지타 다카노리>의 저서 『2020 하류 노인이 온다』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점검해 보겠습니다


“아침, 어스름한 빛 속에서 잠이 깬다.  커튼 틈으로 새어 드는 아침 햇빛이 옷가지와 진단지가 나뒹구는 너저분한 방을 비춘다. 몸이 무거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15분쯤 지나 ‘얼룩과 검은 때로 더러워진 이부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세수를 한다. 냄비에 남아있는 밥으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약을 한 줌 입에 털어 넣는다. ‘지병’ 때문에 약은 빠트릴 수 없다. 그러니 약값이 비싸 병원에는 자주 갈 수 없어 처방받은 약은 절반만 먹는다. 옷을 갈아입고 근처 공원에 나가 그곳 ‘벤치에서 하루를 보낸다’. 어린 학생들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눈앞을 지나간다. 자식도 없고, 배우자도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친척 과도 이미 ‘오래전 연락이 끊겨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싸구려 쌀로 지은 밥’과 마트 반찬 코너의 ‘할인 반찬 하나’로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가끔 할인해 파는 무른 조각 과일을 사 먹는 것이 유일한 사치다. 방안의 조명이라고는 텔레비전의 불빛뿐,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형광등은 켜지 않는다’. 전달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 20만 엔이 채 남지 않았다. 연금은 받지만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돈이 바닥날 텐데,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밤 9시가 되면 곧 잠자리에 든다. 조용한 방 안에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울린다. 가끔 ‘얼른 나를 데려가 줘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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