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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Feb 27. 2022

직함이 떨어진 은퇴자가 잊지 말아야 할 4가지 행동원칙

직함은 '유통기한이 있는 힘'이다

오늘은 김욱 작가님이 여든셋이 되셨을 때 출간하신 (폭주 노년)이란 책에 실린 글로 시작할까 합니다. 작가님이 전직 교장으로 은퇴한 분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토로한 글인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직이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이름 앞에서 직함이 떼어진 사내는 노숙자나, 교장이나 대기업 회장이나 대통령이나 다 똑같다. 아무도 써 주는 데가 없고 할 것도 없는 무산계급이다. 그것도 버려진 무산계급이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직 교장선생님에게 은퇴 후 6개월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답니다. 주말이면 동료 교사들이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가지고 와서 고기도 굽고 술도 먹으면서 지냈으니까요. 이때까지만 해도 은퇴한 교장선생님은 왕이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장선생님 사는 곳이 저수지가 있는 곳에 땅을 사고 통나무집을 지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느라 피곤했던 일상을 풀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으니 저라도 방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가 계속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직이 교장이지 은퇴한 이후에도 교장은 아닐 텐데, 떠난 자로서 겸손함을 잊고 교장 실에서 사람 윽박지르던 기술만 여전히 시현하려는 교장을 접하면서 아무리 저수지 앞 통나무집이라고 해도 교사들이 더 이상 찾아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결국엔 후배 교사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끝내는 ‘옴팡눈에 반곱슬에 앞짱구’인 아내와 데낄라를 탐하는 자신(교장)만 남았답니다.


결국엔 통나무집 앞, 저수지를 찾아오는 낚시꾼들 곁에서 심부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네요. 고기 밑밥도 주워오고 엉킨 낚싯줄도 풀어주는 소일을 하면서 해루 해가 빨리 저물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죠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저수지로 떨어지는 달빛을 안주삼아 술잔을 들이켜는 날이 많아지고 덕분에 주사도 늘어나고 신세한탄 삼아 발길을 끊어버린 후배 교사들에게 늦은 밤 전화해서 제발 한 번만 더 만나러 와 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글을 읽으면서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인간 세상에서 직함은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직함만 높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말로가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직장 생활하다 보면 수많은 상사들을 접하게 됩니다. 게 중엔 부러울 만큼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상사도 있지만, 성과보다는 인품이 훨씬 더 뛰어난 상사도 있습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소수일 뿐이죠.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탓에 성과 도출형 리더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뽑을 것 다 뽑았다고 생각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치는 것도 기업이 가진 속성인 만큼 한 개인의 입장에서 무엇이 옳다고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사철이 되면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성과가 뛰어났던 사람도 직함이 떨어지고 나면 병든 닭 마냥 어깨의 힘이 빠지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지지를 얻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그 인간 잘 나갔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상사도 있습니다. 결국엔 그 사람의 평소 인품이 마지막 날의 풍경을 결정한다고 할까요?

직함이 높은 리더라고 해서 동료 부하 직원을 함부로 하란 법은 없는데, 어깨에 달린 직함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상사가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이는 비단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죠.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대 개인도 자기 어깨의 직함을 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고 윽박지르던 모 정치인처럼. 자신을 대리해서 일하라고 뽑아준 국민을 협박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하인이 하늘 같은 주인을 겁박하는 모습은 어제오늘 벌어지는 일도 아니죠. 어깨의 힘은 기한이 있어서 언젠가는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착각하고 맘껏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그 사람의 인품을 가늠하곤 합니다. 그래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인품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통해 체득한 처세가 더해지면서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이 만들어집니다. 속된 말로 이런저런 꼬리표가 만들어지는 거죠. 은퇴자의 평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평판이란 '나를 경험했던 타인이 나를 대신해서 써주는 이력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가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잘못 감지하고 행동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직함의 힘이 셀 땐 누구도 면전에 대 놓고 질타하거나 충고하는 걸 주저하지만 직함이 떨어지고 나면 전직 대통령도 무서워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말죠.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인품이 좋아서 추앙받는 분이었다면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습니다. 예와 격을 갖추어 예우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전 직함이 높고 강했어도 인품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속된 말로 쌍소리 듣는 건 기본이고, 동내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죠. 정치 판을 보면 극명하게 들어 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정치판을 4류로 규정하는 꼬리표가 붙은 것 아닐까요?


개인도, 조직도, 사회도 국가도, 특별히 정치인도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직함의 힘을 사용하면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부메랑을 맞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은퇴자도 직함이 떨어진 후를 위해 특별히 챙겨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많은 것을 챙겨야 하지만 그중에서 4가지만  집어 보겠습니다


첫째, 적어도 퇴직하기 5년 전부터는 잘 헤어질 준비가 필요합니다

직함의 힘은 유통기간이 존재하는 힘입니다.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처럼 직함의 힘도 약발이 다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왕년에’를 목 놓아 외친다고 누구 한 사람 귀 담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유통기간이 다한 직함의 힘입니다. 그러므로 그 힘을 믿고 함부로 사람을 대한다면 은퇴한 그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겁니다. 교장 선생님처럼 말이죠


둘째, 은퇴하고 나면 직함의 힘은 미련 갖지 말고 버려야 합니다

직장 생활할 때는 동료들과 언제든 술잔을 기울일 수 있지만, 은퇴하고 나면 그런 시간도 쉽지 않습니다. 은퇴 전에는 업무의 끈이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싫어도 상사와 함께하는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피하기 어렵지만, 은퇴 후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직함이 높은 은퇴자라고 해도 전 직장 동료들과 식사라도 하려면 후배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직함의 힘이 빠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때도 통하는 힘이 있긴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품이죠. 동료들이 인정하는 인품을 가진 분이라면 은퇴 후에 적어도 외면당하는 일은 최소화될 수 있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은퇴하고 나면 직함의 힘은 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면서 마음속의 화를 터트리는 일이 자주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셋째. 고독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합니다

은퇴 에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다수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남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옳지 않은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은퇴자에게 외로움은 거부하기 힘든 숙명입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기 자신의 내면적 힘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외로움은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개인의 숙제입니다. 문제는 외로움의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한 예로 관계의 외로움인지, 철학적 해답을 얻기 위한 외로움인지 말 이죠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외로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혼자서도 외로움을 통제하는 고독 훈련이 필요합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나 혼자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생활도 좋은 예가 되겠죠


넷째,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꼰대라는 말을 듣는 이유 중엔 고리타분한 생각과 행동이 주된 요인이지만 한 편으로는 감수성이 떨어진 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와기타 요시노리가 지은 (중년 수업)에서  말하는 ‘감수성을 되살리는 세 가지 방법’이 은퇴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무조건 거꾸로 생각해 보라

- 해 본 적이 없는 일만 골라서 도전하라

- 한 번쯤 해 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에 도전하라


감수성은 설렘이 있는 자극을 만드는 힘인 만큼 꼭 참조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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