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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내려놓는 순간, 삶은 더 치열해진다

1화_프롤로그

by 이종범

은퇴는 끝이 아니라, 혼자 살아내야 하는 시간의 시작이다


돌이켜보면

명함을 내려놓는 순간, 삶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자리와 책임을 내려놓으면,

이제는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명함을 반납하고 나니,

그 자리엔 고요함 대신 막막함이 밀려왔으니까요


매일 아침, 어디론가 향해야 했던 습관은 사라졌고,

누군가의 부름을 기다리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할 일에 대한 굴곡이 생긴 시간 앞에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처음부터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혼자 살아내야 하는 시간의 시작이었죠


은퇴 후, 진짜 싸움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은퇴 후 가장 힘든 싸움은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괜찮은가,

누구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은가,

계획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아직 버틸 수 있는데,

마음이 먼저 흔들린 거죠


'나'라는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던

일, 사람, 명함, 자리가 사라진 후,

오롯이 남은 건 나 자신 뿐이었습니다


그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야 했죠



은퇴 후 살아남기 위한 작은 '생존 수칙'


은퇴 이후 삶은

결코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꾸준히,

나를 지키는 습관들을 만들어야만

조금씩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습니다.


대단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기본입니다

과거를 내려놓고 겸손하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나만의 피난처를 만들고,

부부 사이에도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을 신앙을 키우고,

하루하루를 글로 기록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고,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피붙이라는 마지막 생존선을 지키면서,

작은 비상금 주머니로 자유를 확보하는 것.

더하여 건강 관리 루틴을 만들고

배움을 지속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런 실천들이

은퇴 후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내야 한다


명함은 내려놓았지만,

삶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진짜 '나'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니까요


자리를 지켜야 했던 시간,

역할에 갇혀 살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버텨야 합니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은퇴가 해방이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것,

그렇다고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은퇴는

삶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지금부터 펼쳐질

'은퇴 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12가지 생존 수칙'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전략이 아닙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단단한 삶의 루틴입니다.


이 작은 수칙들이

은퇴 후에도

당당하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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