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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Jan 24. 2024

A형 독감 걸렸을 때 듣는 노래

아프니까 이런 노래들이 땡겨요.

 저번 주 금요일 저녁부터 오한이 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A형 독감 진단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제가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아파서 짜증을 부린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A형 독감은 아파서 짜증이 나더라고요. 진짜 짜증 나게 아픕니다. 코로나 걸렸을 때도 짜증을 내진 않았었는데. 아... 소심하게 A형 독감이나 걸리고... 아 그 A형이 아니라고요? 아하... A-ha!

 종일 누워서 글 쓰다가 일어나서 드라마보고 각종 과자 빵 음식들 다 섭취했습니다. 아픔을 핑계로 합리화를 하니 음식이 더 맛있더군요. 세상에... 던킨 바바리안 도넛은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최고였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음악은 들어야죠.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들었던 노래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두서가 없습니다. 열이 38도래요. 곡 스타일의 일관성, 없습니다. 그래도 귀에 맞으실 겁니다. 그럼, 노래 들으러 가볼까요?


1. Luis Miguel - O tú ,o Ninguna

 12살이란 이른 나이에 데뷔해 현재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는 멕시코의 국민 가수, 라틴 볼레로의 왕 루이스 미겔의 [O tú ,o Ninguna]입니다. 남미! 하면 정열적인 음악이 떠오르실 텐데요. 의외로 '볼레로'가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쿠바에서 유래됐다고 하네요.


 스페인에도 볼레로라는 장르가 있죠.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들어보시면 스페인의 볼레로 스타일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최초의 쿠바 볼레로는 페페 산체스의 [tristeza]입니다.


 분위기가 와-안전히 다르죠? 그래서 쿠바의 볼레로와 스페인의 볼레로는 별개의 장르 취급을 합니다. 형식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스페인의 볼레로 음악은 3/4. 라틴 아메리카의 볼레로는 4/4박자를 따릅니다. 스페인의 볼레로는 무곡에 가깝고 라틴 아메리카의 볼레로는 사랑을 주제로 한 느린 템포의 음악입니다.


 다시 우리 루이스 미겔 형님의 곡으로 돌아와서!

 [O tú ,o Ninguna]을 의역하자면, '당신이 없는 내 삶은 의미가 없다'라는 뜻이라네요. 가사도 굉장히 예쁩니다. 특히, 후렴구에 나오는 가사가 너무 좋더라고요.


Si no existieras

만일 그대가 이 세상에 없다면


Yo te inventaria

난 그대를 만들어 내서라도 함께할래요


Como el sol al dia

마치 한낮의 태양처럼


O tu, o ninguna

그대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많은 싱글 분들이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낄 때가 '아플 때'라고 하더라고요. 저야 뭐, 가족들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았지만, 혼자인 집에서 끙끙 앓았다면 엄-청 슬펐을 겁니다. 고독하고.

 저는 루이스 미겔의 [O tú ,o Ninguna] 가사 같은, 운명의 짝을 만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내 모든 걸 다 줘도 모자랄 것 같이 느껴지는, 평생 사랑할 반려자. 가끔 이런 얘기하면 "네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래. 사랑은 그런 느낌이 아니야. 그건 환상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결혼과 사랑이 무엇일지, 어떤 느낌으로 내게 다가올지. 말로만 들어선 잘 모르겠거든요.


 루이스 미겔의 발라드는 참 좋습니다. 한국 발라드와도 결이 비슷해 특히 한국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루이스 미겔의 다른 곡도 소개해보겠습니다.


Luis Miguel - Pensar En Ti (강추!!!!!)
Luis Miguel - Contigo En La Distancia
Luis Miguel - "No Sé Tú"
Luis miguel - sabor a mi


볼레로가 아닌 퓨전 재즈 기반의 신나는 음악도 있답니다.


Luis Miguel - Sol, arena y mar

 나온 지 2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련된 느낌이 있습니다.




 2. Cristian Castro - Mi vida sin tu amor

 또 다른 멕시코 출신 볼레로 가수, 크리스티안 카스트로입니다. 1974년생인 그는 배우이자 가수인 어머니와 코미디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예인 집안이라 끼는 보장받은 크리스티안 카스트로는 1984년, 11살의 나이로 어린이 콘테스트 방송에 출연했지만, 나이가 어려서 결승에 진출하진 못했다고 하네요. 곡의 분위기가 루이스 미겔과 비슷하죠?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결혼은 3번을 하셨더라고요? 두 번째 결혼 상대였던 발레리아 리베르만과 이혼하면서 파산 신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죠.

 크리스티앙 카스트로는 라틴 음악계에선 명성 있는 가수입니다. 앨범 총합 판매량이 1,000만 장이라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자료가 별로 없네요. 잘 모르면 어떻습니까? 노래 감상을 위한 사전조사 같은 건 없으니까요. 그저 노래만 즐기면 되죠. 크리스티안 카스트로의 다른 곡도 소개하겠습니다.

Cristian castro - Lo Mejor de Mi
Cristian castro - Volver a Amar
Cristian Castro - Agua Nueva



3. Whitney Houston - Run To You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면 옛 발라드가 그렇게 듣고 싶습니다. 분명 최신 노래가 기술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더 발전된 음악일 텐데 왜 옛날 음악의 감성만은 이기질 못할까요.

 [Run to you]를 들으면 마음이 찡합니다. 막, 뭐랄까... A형 독감의 짜증을 조금은 중화시켜 준다고 할까요.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강력한, 여리지만 단단한 느낌입니다. 한 가지만 완벽하게 하는 것도 힘든데,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니. 왜 많은 여자 보컬리스트들이 휘트니 휴스턴을 롤모델로 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죠?


 통탄스럽게도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2월 11일,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가수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좋은 방법은, 그들의 음악을 감상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노래를 위해 태어난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거든요. 그들과 함께 행복하는 것이 가수를 기리기 가장 알맞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Whitney Houston - I Will Always Love You


4. Air Supply - Goodbye

맨날 제목을 까먹는 노래, 산소 공급의 [Goodbye]입니다. 맨날 제목을 까먹어서 구글에 'i would rather be alone'을 검색하곤 했죠. 그 부분의 가사만 또렷이 생각이 나서요. 심지어 가사도 틀립니다. 'i would rather hurt myself'인데,  'i would rather be alone'로 검색해서 애꿎은 케린 화이트 음악만 들었답니다.


 사실 저는 air supply 형님들의 버전보다는 제시카의 버전이 더 익숙합니다.

 

 익숙한 이유는 아무래도 98년도에 개봉한 영화 '약속'의 주제가로 쓰였기 때문이겠죠? 그 영화를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 때 많은 예능에서 박신양과 전도연의 교회 신을 패러디할 때 bgm으로 이 노래가 쓰여서 잘 알고 있죠. 자국민들은 잘 몰라도, 한국인들은 알고 있는 제시카의 [Goodbye]. 아플 때 들어야 제 맛입니다.


5. Morten Harket - Can't take my eyes off you

 그룹 'A-HA'의 보컬, 모르텐 하켓이 리메이크한 [Can't take my eyes off you]입니다. 개인적으론 원곡 가수인 프랭키 발리 버전보다 모르텐 하켓의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프랭키 발리는 매일 장난스럽던 남사친이 고백하는 느낌이고, 모르텐 하켓은 진중한 남사친이 고백하는 느낌이랄까요. 남사친의 고백이라고 표현하니 왠지 기분이 묘해집니다. 저는 여성이 좋습니다. 어쨌든.

 모르텐 하켓의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1993년에 개봉한 '콘헤드 대소동'이라는 영화에 삽입된 OST죠. 영화를 위해 발매된 음원이 대박을 쳐서 지금은 영화보다는 음원 자체가 더 유명합니다.



 모르텐 하켓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있죠. 'A-HA!'. 아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 있죠. 바로 [Take on Me]인데요. [Take On Me]는 그야말로 7전 8기의 음악이었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자, 한 번 들어보세요.


 'A-HA'의 전신이 되는 밴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밴드 'Bridges'인데요. 모르텐 하켓을 제외한 'A-HA'의 멤버, 페울 보크토르사보위와 망네 푸루홀멘이 소속되었던 밴드입니다. 이들이 1981년 발매한 곡이 있는데요, 바로 [Take on Me]의 전신이 되는 [The Juicy Fruit Song]입니다.

Bridges - Miss Eerie (The Juicyfruit Song, earliest recording of Take On Me)

 원곡 장르는 surf music에 가깝네요. 편곡은 다르지만, 멜로디가 익숙하죠? 띵띵띵 똥똥, 띵띵띵 똥띵똥띵~(이걸 어떻게 알아들으라고...)하는 메인 테마가 이 곡에도 살아있네요. 곡이고 밴드고 다 폭망해서 'Bridges'는 1982년 해체되고, 멤버였던 페울 보크토르사보위와 망네 푸루홀멘이 1981년부터 알고 지낸 모르텐 하켓과 함께 밴드 'A-HA' 결성합니다. 노르웨이 출신인 그들은 큰 물에서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영국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1982년, 그들은 [The Juicy Fruit Song]을 재구성해 [Lesson one]이라는 데모곡을 만들게 됩니다.

lesson one

 이때의 곡 역시 띵띵띵 똥똥, 띵띵띵 똥띵똥띵~하는 멜로디가 살아있네요. 근데 뭔가... 딱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Take On me~'하는 후렴 멜로디가 없습니다.


 그러다 1984년, 밴드 아하는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이때 그들의 데뷔 앨범인 Hunting High and Low가 발매되는데요. [lesson one]을 발전시킨 [Take on me]가 수록되게 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그 후렴구까지 삽입된 [Take on me]. 하지만 이때 역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번 발매했는데(아마 싱글 발매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 다 차트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죠(그래도 이때는 곡의 틀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었네요).


  워너브라더스는 '이 곡 무조건 대박 날 거 같은데 왜 안 되지?'라고 생각해,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싸매고 싱글 성공시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악기들을 깡그리 갈아치우고, 편곡도 다시 하고, 뮤직비디오도 당시 아주 획기적으로 기획했다고 하죠. 그렇게 해서 발매된 [Take on me]가 바로 전 세계인이 즐겨 듣는 버전이 된 것이죠.



 과연, 7전 8기의 곡이라고 불릴만하죠?


 [Take on me]의 변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저 역시 2022년에 집필을 끝낸 소설을 2년 넘게 바꾸고 있거든요(물론 2년 동안 한 작품만 잡고 늘어진 건 아닙니다). '이거 진짜 재밌는데, 다른 사람들도 재밌다고 했는데 왜 투고와 공모전에서 번번이 낙방을 할까?'라는 생각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그 소설이 바로 카르마입니다). 이번엔 아예 청소년 소설로 바꿔서 쓰고 있습니다. 그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요.

 그렇게 수정을 하던 와중에 A형 독감에 걸리게 되었고, 아픈 와중에도 계속 퇴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 이게 다 뭔 개지랄이야. 애초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겐 맞지 않는 길인 건가? 이번 공모전에도 떨어지면 내 고생은 뭐가 되는 거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증도 확 났고요. 진짜 회의감과 자괴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 그만두고 그냥저냥 살아야 하나 생각하던 중 [Take on me]의 히스토리를 알게 되었습니다(저도 어제 알았습니다ㅋㅋ). [Take on me]의 미약했던 시작과 찬란한 성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다 x까고 인디언 기우제로 가자.'

 내가 믿음이 있다면, 내가 정말 재밌다고 느낀다면 끝까지 가보자고. 그래야 나중에 누구를 만나 무슨 말을 하든 할 말이 있지 않겠냐고.

 '그 소설 모르긴 몰라도 100번은 고쳤을 거야. 주인공 나이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심지어 이름도 몇 번을 바꿨다니까. 결말은 또 어떻고. 적어도 6번은 바뀌었을걸? 주제랑 소재만 그대로야.'

 재작년, 코로나에 걸렸을 때 아픈 몸을 부여잡고 썼던 단편 소설이 공모전에 합격했었습니다. 이번엔 코로나 보다 더 아픈 A형 독감에 걸렸습니다. 아픈 몸을 부여잡고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한 번 더 믿어보겠습니다. '유행성 독감'이라는 긍정적인 징후를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아파 죽겠는 와중에 쓰는 글의 맛이 또 있네요. 뭐랄까.... 마라탕 가장 매운맛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힘들어 죽겠는데도 손은 멈추지 않네요. A형 독감, 이놈 참 지독합니다. 여러분도 독감 조심하시고요. 만약 독감에 걸리셨다면 연초에 액땜 제대로 하셨으니 앞으로 남은 한 해는 아주 승승장구하실 겁니다. 안 걸리신 분들은 축하드립니다. 안 걸리는 게 더 나아요.... 너무 아픕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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