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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Feb 04. 2024

[정산] 1월을 정리해 봅시다

1월에 발매된 신곡 추천

 아니, 근데 있잖아요. 토끼처럼 빠르게 지나간 2023년의 잔향이 채 사라지지 않았는데, 왜 벌써 2024년 2월인 거죠? 제 생각엔 시간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선조보다 우리가 수명이 긴 게 아니라, 선조들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보다 느리게 흘러가서 수명이 짧아 보이는 것뿐인 거죠. 그럼 83세에 돌아가신 영조는 지금 나이로 환산하면 몇 살이냐고요? 음... 150살?

 1월이 흘러갔습니다. 1월은 흘러갔지만, 1월에 발매된 곡은 남아있죠. 한 번 살펴봅시다! 1월에 무슨 곡들이 발매되었는지!


1. 지슈 - 너의 온도

 저는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진지한 것을 싫어하는데, 제 천성이 우울이어서 그렇습니다. 진지하고, 조용해지면 정말 참을 수 없는 우울이 밀려오거든요. 희한하게 우울감은 항상 고독을 몰고 오는데, 외로워 보이는 두 감정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 너무 아프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나 봅니다.

 1월 13일에 발매된 지슈의 EP 'Unconditional Love'는 저의 우울감과 고독감을 대변해 주는 듯한 앨범입니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너의 온도]. 저는 이렇게 쓸쓸한 코드 진행에 마음이 갑니다. 고독할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전압이 맞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전압이 맞지 않는 두 개의 전자기기가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둘 중 하나가 망가지거나, 둘 다 망가집니다. 그래서 고독할 때는 전압이 맞는 우울한 음악을 듣습니다. 아무래도 지슈의 이번 앨범은 저와 전압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울의 전압을 맞추고 싶은 날, 지슈의 EP 'Unconditional Love'를 추천합니다.


2. The Bowls(더 보울스) - RADIOSTAR

 지슈의 음악을 듣다, 더 보울스의 음악을 들으니 깜짝 놀라셨죠? 마치 아무도 없는 집에 애인을 몰래 데려와 한참 놀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들이닥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감정의 급격한 변화. 아직 재생하지 않으신 분들은 우울감을 떨쳐내고 재생해 주세요.

 1월 18일에 발매된 더 보울스의 싱글 [RADIOSTAR]입니다. D'sound나 Jamiroquai가 연상되는 애시드재즈 기반에 브릿락이 섞였습니다. 아,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전부 섞어놓았네요. 그래서인지 처음 [RADIOSTAR]를 듣고는 질투심이 나더라고요.

 '아... 너무 좋아서 짜증 나.'

 '나도 이런 노래 쓰고 싶은데.'

 짜증 날 정도로 제 취향입니다. 강렬한 인트로가 끝나니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폭신한 벌스가 나오고, 벌스가 끝나니 락킹한 후렴구가 나옵니다. 01 : 55초부터 시작되는 인터루드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특히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리드 신스 사운드가 참 매력적입니다.

 듣자마자 팬이 되게 만든 음악, 더 보울스의 [RADIOSTAR]였습니다.


3. GroovyRoom - Yes or No (Feat. 허윤진 of LE SSERAFIM, Crush)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팀이 몇 있습니다. 다른 팀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지만,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잘 변하지 않더라고요. 브아걸 곡 중에 [My style]과 [Love]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루비룸이 [Love]를 샘플링한 곡을 발매했더라고요? 1월 17일 발매된 그루비룸의 [Yes or No]입니다.

 인트로를 듣자마자 '야릇 야릇한~ 널 향한 나의 맘~'이 입 밖으로 나왔는데, 기존의 멜로디를 지워버릴 만큼 강력한 드럼 리듬이 뒤이어 나오더군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2 step 리듬이 딱! 나오니, 이거 참...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얹어진 허윤진의 보컬 라인은 이 곡의 오리지널리티를 견고히 다집니다. 타점이 많은 드럼 리듬 덕에 곡은 빠른 속도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2절에서 나오는 크러쉬의 보컬은 곡이 지루해질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앞서 듣던 몽환적인 멜로디와는 달리, 크러쉬의 보컬은 좀 더 거세고 강력합니다.

 그렇게 듣다 보니, 어느샌가 곡이 끝나있더군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던 음악, 그루비룸의 [Yes or No]였습니다.


4. 후이 - 흠뻑

 펜타곤의 후이가 1월 16일,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타이틀 곡인 [흠뻑]을 듣고 음악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슈거힐갱의 [Rapper's Delight]에 샤카 칸의 [Like Sugar]를 깔끔하게 섞고, 거기에 블루스락을 한 스푼 섞은 듯한 음악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고전(오리지널리티)을 모던하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복각한 음악들을 좋아합니다. 일례로 프린스를 자신의 색깔로 복각한 자넬모네의 [Make Me Feel]이 있겠네요. 실제로 프린스가 생전 자넬모네의 앨범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여러 장르가 섞였지만, 후이의 통통 튀는 매력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후이는 노래의 맛을 아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힘을 뺄지, 어디서 힘을 줄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적재적소에 제대로 된 밀당을 합니다. 그 밀당이 듣는 이로 말미암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고전을 자신의 스타일로 복각한 음악, 후이의 [흠뻑]이었습니다.


 5. 이박사 - SAUNA

 국산 뽕(마약 아닙니다)의 대가, 이박사의 신보가 1월의 끝자락인 31일에 발매되었습니다.

 [사우나]는 잘날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모두가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깨가 들썩이는 경쾌한 비트이지만, 가사는 곱씹을 여지를 줍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뽕끼 있는 음악은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됩니다.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은, 애초에 호불호의 범위에서 벗어난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의 피에는 뽕이 흘러서이지 않을까요.

 뽕맛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음악 이박사의 [사우나]였습니다.




                  주목해야 할 정규앨범


홍다빈 - Giggles

 DPR LIVE에서 홍다빈으로 바뀐 뒤 발매된 첫 앨범 'Giggles'. DPR LIVE에서 홍다빈으로 바뀐 이유, 지금까지 그가 겪은 일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포부까지 담은 이번 앨범은 앨범이 아닌 영화를 발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센스의 에넥도트를 듣고 느꼈던 아픈 감정이 기글스에서도 느껴졌습니다. 그가 겪은 고통이 제게도 느껴졌달까요. 4번 트랙인 [Till I Live]에 삽입된 아버지와의 통화내용을 들으니 누군가 가슴을 조르는 듯이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홍다빈은 대중성을 놓지 않았습니다. 1번과 2번, 11번과 13번 트랙에서 그는 여전히 대중성을, 다시 말해 폼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앨범을 쭉 들으니 홍다빈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겪은 압박과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그 모든 걸 이겨내고 [Green Juice]로 Detox한 뒤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앨범을 구매하는 거죠.

 




 이렇게 1월에 발매된 음악을 살펴봤습니다. 갑진년부터 좋은 음악이 넘쳐나네요. 과연 2월은 어떤 음악들이 발매될까요?

 아, 여러분의 1월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1월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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