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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Oct 04. 2023

[뉴진스] looking for attention

뉴진스 1집 EP 리뷰

뉴진스는 데뷔 전, 오디션 과정부터 ‘민희진 걸그룹’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었다(지금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 인스타 공식 계정에 접속하면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게, 데뷔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뉴진스는 마침내 2022년 8월 1일, 데뷔 앨범이 발매됐다. 곡은 총 4곡으로, 현재까지도 [Attention]과 [Hype boy]는 멜론 TOP100에 차트인 되어있다.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는 뉴진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1. attention

1번 트랙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트랙이다. 마치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이성이 내게 자기소개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아티스트에게 자기소개는 첫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일 것이다.

1번 트랙의 제목은 [Attention]이다. 굉장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첫 앨범의 첫 곡 제목이 ‘주목’이라니. 제목보다 더 이목을 끌었던 건 트랙 그 자체다. 노래를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 난 아직 이 곡의 인트로 박자를 제대로 카운트하지 못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패닝 되는 Chant 샘플은 첫 박을 쉬고 진행된다. 하지만 첫 박을 쉬고 진행된다는 사실은 사운드가 나온 후에야 알아챌 수 있었다. 1, 3 카운트라고 청자를 속이던 Chant 샘플은 자기 자리인 2, 4 카운트로 돌아간다. 난 이 인트로를 들으며 문득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네가 기존에 알던 아이돌 곡 같을 줄 알았지? 우린 다를 거야.’

이런 메시지에 신빙성을 더하듯, 곡은 여타 아이돌 곡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내 귀를 특히 사로잡은 부분은 멜로디 라인이었다. R&B 기반의 부드러운 비트 위에 얹어진 멜로디는 그 흔한 고음 파트 하나 없이 유려하게 진행된다. 전체적으로 다운된 믹싱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트로 Chant의 입혀진 빅 스타디움의 통로 같은 거대한 리버브 때문일까. 마이너로 진행되던 곡이 후렴구에서 메이저로 바뀌면서일까. 후렴에 나오는 윈드차임과 더불어 가성으로 나오는 ‘Attention~’ 파트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 간에 분명한 건, 기존에 알던 아이돌 곡과는 다른 느낌의 무엇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3인조 R&B 걸그룹 TLC가 K-POP스럽게 로컬라이징이 된 느낌이 들었다.

가사는 하이틴스럽다. 얼핏 보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가사로 쓴 것 같지만, 청자의 마음을 대변한 것처럼도 보인다. 1번 트랙을 듣자마자 뉴진스에게 집중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이틴스러운 가사와 완숙한 트랙의 케미스트리. 다음 트랙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2. Hype boy

2번 트랙인 [Hype boy]는 뭄바톤 리듬 기반의 일렉트로팝 댄스곡이다. [Hype boy]의 특징은 팝 트랙 느낌을 띈다는 점이다. 대개 아이돌 음악은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꽉 차 있다(물론 나는 그런 맥시멀한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 보통의 아이돌 곡과는 달리, 악기들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릴 만큼 트랙이 미니멀하다. 벌스에 쓰인 악기는 패드(잔향이 길어 전체적으로 물결이 치는 느낌이 드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일종)와 베이스, 드럼과 보컬이 전부다. 신시사이저를 기타로 치환한다면 락밴드의 악기 구성과 같다. 후렴으로 간다고 해서 악기가 버라이어티해진 것도 아니다. 인트로에 쓰였던 Vox synth(목소리를 샘플링해 악기처럼 사용하는 신시사이저 방식)와 패드 신시사이저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정말 필요한 악기만 적재적소에 삽입되었다는 느낌이다.

악기는 줄었을지언정 청량감은 외려 늘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토리니의 해변을 걷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Attention]과는 다르게 [Hype boy]는 좀 더 활동적인 장면이 연상된다. 햇빛이 내리쬐는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처럼 활동적인. 두 곡에서 느껴지는 느낌의 차이는, 부드러움과 강렬함, 정적과 동적으로 대비될 수 있다. 아마 뉴진스의 프로듀서는 이런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뉴진스는 파워풀한 창법도, 부드럽고 세련된 창법도 전부 소화할 수 있어.’

뉴진스는 [Attention]과 [Hype boy]에서 능력을 증명해 보인다.

3. Cookie

Trap 비트 기반의 몽환적인 곡인 [Cookie]는 우리를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귀여운 놀이공원 마스코트들이 밤이 되어 장난스러운 귀신으로 변해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는 느낌이 든다. 청량했던 전 곡들과는 다르게 [Cookie]는 살짝 무겁다. [Attention]과 [Hype boy]에서 여름의 요정 같던 뉴진스는, 장난기 넘치는 유령이 되어 청자를 놀라게 만든다.

‘내가 만든 cookie. 너를 위해 구웠지.’

예전엔 CD를 굽는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음악도 CD로 구워 CD플레이어로 재생했었고, 게임 파일도 CD로 구워서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했었다(그만큼 저작권 인식이 낮았기도 했었다). 왠지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사가 재치 있게 느껴졌다.

이 곡에선 앞선 두 곡과 뒤에 나올 마지막 트랙인 [Hurt]엔 존재하지 않던 브릿지 파트와 아웃트로 파트가 나온다. 그래서 다른 곡들의 길이 보다 약 1분가량 길다. 어째서 그런지 찾아보니, [Cookie]만 비트 메이커가 달랐다. [Attention]과 [Hype boy], [Hurt]는 프로듀서 250이 비트 메이킹을 했고, [Cookie]는 프로듀서 Jinsu Park(Frnk)이 비트 메이킹을 했다. 곡 길이와는 상관없이 두 작곡가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뉴진스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4. Hurt

마지막 곡인 [Hurt]는 미디움 템포의 R&B 트랙이다. 앞선 곡들의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곡이다. 이 곡 역시 코러스 라인이 유려하게 보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마지막 트랙까지 듣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모든 노래에 재밌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보컬 애드립이나 FX들이 듣는 재미를 더한다. 트랙이 미니멀하다 보니, 그런 요소들이 더욱 잘 드러난다. 아마 뉴진스를 좋아하는 팬들도 이런 요소를 듣고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뉴진스라는 팀 이름처럼 새로운 흐름을 만들 아이돌의 탄생을 단 두 곡, [Attention]과 [Hype boy]으로 알렸다. 제일 놀랐던 이유는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트랙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아이돌스러운 곡들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미니멀하다. 어쩌면 단순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만큼. 하지만 그 미니멀함이 신선하고 또 중독성있다. 마치 익숙한 프렌차이즈들로만 즐비한 먹자골목에 새로 입점한 지중해 음식점 같다.

다만 곡들의 유기성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물론 개인적인 해석이다). 단편 소설을 묶은 소설집 같은 느낌이랄까. 장편을 읽는 기분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록된 단편 소설들이 모두 신선하고 좋다. 어쩌면 일부러 유기성을 포기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1시간 40분가량 되는 영화를 15분으로 요약한 유튜브 영상들이나 16편이나 되는 드라마를 단 2시간으로 요약한 영상들, 숏폼이나 릴스가 대세를 이루는 현시대에 앨범의 유기성을 고집하는 건 어쩌면 조금은 고리타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뉴진스는 그런 현시대에 가장 알맞은 앨범을 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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