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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Oct 08. 2023

[전소미] 너를 만나기 위해 Fast Forward

전소미 EP 'GAME PLAN'리뷰

2023년 8월 7일, 전소미의 EP ‘GAME PLAN’이 발매됐다.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건 I.O.I 활동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이를 갈며 작업했다는 느낌이 든다. 프로듀서, 아티스트, 회사 모두가 심혈을 기울인 덕분인지, 이번 앨범은 전소미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작품이 되었다. 5곡으로 이뤄진 ‘GAME PLAN’은 전소미가 가진 모든 재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랩, 보컬, 퍼포먼스 그리고 프로듀싱 능력까지. 내심 그녀의 팬이었던 나는 드디어 그녀가 딱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은 분명하게 전략적이다. 계획적으로 작업한 느낌이 든다. 


그럼, 이제 그녀의 ‘GAME PLAN’에 대해 들어보기로 할까.

1.금금금

1번 트랙인 [금금금]은 미니멀한 팝 트랙이다. 장르를 규정짓기엔 다양한 느낌이 결합되어 있다. 왠지 N.E.R.D의 [Lemon] 바이브가 느껴지기도 하고, Charli XCX의 바이브가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표절을 한 것 같다는 말은 아니다). 재밌는 요소가 많은 트랙과 전소미의 트렌디한 랩 벌스의 조화는 드디어 전소미가 본인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준다. Pre-verse(벌스가 시작되기 전 파트)와 브릿지를 제외하고는 화성 악기(피아노나 신스 등, 폴리포닉 악기)가 나오지 않는다. 화성 악기가 나오는 부분에선 드럼과 베이스가 전부 빠진다. 그 덕분에 곡은 미니멀한 느낌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앨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금은보화가 넘쳐흐른다고 자랑하는 가사보다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전소미이다. 전소미? 그게 무슨 소리지? [금금금]에서 전소미는 랩과 보컬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1절이 끝나고 나오는 랩은 현재 YG에서 가장 핫한 래퍼 리사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까리하다. 그뿐 아니라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전소미는 자신이 올라운더 플레이어라는 걸 [금금금]에서 증명했다. 결국 가사에서 말하는 금은 물질적인 금이 아닌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2.Fast Forward

2번 트랙인 [Fast Forward]는 90년대 하우스 느낌과 현재의 딥하우스 느낌을 적절하게 조합한 댄스 트랙이다. 후렴에 쓰인 삼각파(Triangle Wave. 신디사이저의 기본 파형으로, 기음의 홀수 배음을 가지고 있다) 신시사이저는 Robin S의 [Show Me Love],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안무 역시 Mondotek의 [Alive]나 Yelle의 [A Cause Des Garcons]처럼 그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테크토닉 안무이다. 과거의 다양한 요소를 가져와 만든 노래[Fast Forward], 거기에 전소미의 트렌디한 목소리가 얹히니 단순히 옛 요소들을 복각한 느낌이 아닌, 전혀 새로운 느낌의 트랙이 되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청량감 넘치는 악기들에 있다. 90년대 하우스 음악은 몽환적이고 어두운 느낌의 악기들이 주를 이뤘다면, [Fast Forward]는 이비자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청량감 넘치는 악기들이 트랙의 주를 이루고 있다. 벌스에 나오는 신시사이저는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을, Pre-chorus에 나오는 신시사이저는 바다에 비치는 뜨거운 태양 같은 느낌을, 브릿지에 나오는 피아노는 시릴 만큼 차가운 느낌을 준다. 거기에 시원시원한 전소미의 보컬까지.

그렇기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발매 시기도 적절하다. 8월 7일. 태양이 가장 강렬했던 8월의 여름, 청자들은 [Fast Forward] 덕분에 더위를 이겨냈을 거라 생각한다.

가사의 콘셉트 역시 좋다. 너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할 사람과 사랑을 스킵하고 널 만나고 싶다. 빨리감기라는 뜻의 [Fast Forward], 이 콘셉트에 힘을 더하듯, 곡은 중간중간 Fast Forward Effect를 삽입했다.

계산적으로 짜인 [Fast Forward]. 아마 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는 차트에 계속 머무를 것 같다.

3.개별로

3번 트랙인 [개별로]는 가사가 특히 재밌는 댄스곡이다. 전 남자친구를 신랄하게 디스하는 [개별로]는 요즘 언어들로 이루어진 가사이다. 제목으로도 쓰인 ‘개별로’ ‘근처에서 숨도 쉬지 마. 내 산소 아까우니까.’ ‘baby 너는 악몽이야, 지옥 불에 떨어져라, 길 가다가 넘어져라, 통장 잔고 바닥나라, 아끼던 거 고장 나라, 여자친구 바람나라.’ 그리고 ‘개 같은 건 너야, 개별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을 가사에 쓰게 되면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별로]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소미의 곡 해석 능력 덕분인 것 같다. 후렴구를 웅얼거리는 듯이 부른 덕분에 자칫 유치하게 느껴졌을 가사가 부드럽게 들렸다. 

술집 혹은 클럽에서, 남자친구의 저주 인형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 연상된다. 만약 내가 [개별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면, 그런 장면을 넣었을 것 같다. 다만, 너무 진지하게는 말고 조금 장난스럽게.

4. 자두

4번 트랙인 [자두]는 업템포의 R&B 트랙이다. 벌스에 나오는 킥 리듬이 [개별로]의 킥 리듬과 같아 두 곡이 연계되게 느껴진다(물론 곡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빠른 템포의 댄스곡인 [Fast Forward], 강렬한 랩핑이 인상적인 [금금금]에서와 달리, 부드럽고 포근한 비음이 강조된 [자두]는 전소미가 홀로 가사를 작업했다. 전소미의 팬이라면, 그저 눈을 감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5. The way

5번 트랙인 [The Way]는 레트로 신스팝 곡이다. 두아 리파와 더 위캔드 덕분에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해진 레트로 신스팝을 전소미는 조금 더 밝게 해석했다. 밝은 트랙과는 다르게 가사는 이별에 관한 노래이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이혼에 관한 노래 같다. 아마 상대방과는 합의 이혼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루 만에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걸 보니, 유책 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한 것으로 사료된다. 전 회사인 JYP 엔터테인먼트와 좋은 이별을 했고, 또 그 시기도 꽤 지났기 때문에, 전 회사와 관련된 내용을 가사에 빗댄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작사 크레딧에 전소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적으로 작사가가 어디에선가 영감을 받아서 쓴 것 같다(영화에서든, 주변 인물의 얘기에서든). 앨범 설명에는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와 새롭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다짐을 그렸다고 한다.

전소미의 전작 ‘XOXO’와 신보 ‘GAME PLAN’ 사이에는 2년이란 공백이 존재한다. 그 사이 전소미 본인이 겪었던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The Way]를 마지막 트랙에 배치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정말 대체 불가한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된 전소미.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녀의 정규 앨범이 나왔으면 한다. 날이 갈수록 향상하는 프로듀싱 실력이 정점을 찍는 그 순간 나올 정규 앨범은 얼마나 다채로울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녀의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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