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K POP Re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lumnlist Oct 15. 2023

[아이브]모두 좋아.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니까.

아이브 EP, 'I'VE MINE' 리뷰

가요계 라이벌 구도는 역사가 꽤 오래됐어. 남진 VS 나훈아, H.O.T VS 젝스키스, 동방신기 VS 빅뱅, 소녀시대 VS 원더걸스. 현시대 여자 아이돌 라이벌 구도는 뉴진스 VS 아이브인 것 같아. 콜라보하는 대기업을 봐도 그래. 아이폰의 모델은 뉴진스, 갤럭시의 모델은 아이브. 펩시의 모델은 아이브, 코카콜라의 모델은 뉴진스. 이처럼 라이벌 기업의 광고를 서로가 맡아하고 있지. 물론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어.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즐기자. Entertain이잖아. 다들 얼마나 멋있고 귀여워(아이브 뉴진스뿐만 아니라, 지금 활동하는 모든 그룹들). 어쨌든 난 두 그룹 다 좋아해.


10월 13일 발매된 ‘I’VE MINE’은 전작과는 다른 느낌이야. 전곡을 쭉 들어보면 뭐랄까… 의도적인 배치가 인상적이야. 이번 앨범은 홀수 곡과 짝수 곡을 따로 들어야 하는 앨범 같아. 1, 3, 5번 트랙은 무대에서 내려와 메이크업을 벗은 아이브 본연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라면, 2, 4, 6번 트랙은 여전히 무대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 전작들은 뭔가 비장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 앨범은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이 많이 들어. 특히 [Off The Record]나 [OTT]가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지.      

1. Off The Record

1번 트랙인 [Off The Record]는 디스코 리듬 기반의 얼터너티브 팝 트랙이야. 뮤지컬 캣츠의 넘버 [Memory]를 오마주한 인트로가 인상적이었어. [Memory]의 쓸쓸하고 고독하지만 희망찬 느낌을 [Off The Record]에 담으려는 것 같거든.

곡은 리듬과는 상반되게 마냥 신나진 않아. 왠지 모르게 쓸쓸해. 마냥 해맑아 보이는 친구가 사실은 거대한 우울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느낌이야. 사실은 누구나 그런 이면을 가지고 있잖아. 남에게 얘기하기엔 너무 커다란 말들을 품고 살잖아.

[Off The Record]가 이번 앨범의 색을 결정지은 것 같아. 항상 말했듯이, 앨범의 첫 곡은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정체성)를 드러내. 화려한 의상을 벗고, 메이크업을 지우고, 편한 복장과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Off The Record]. 그 덕분에 앨범을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하는 거 같아.     

2. baddie

[baddie]는 라이트한 Trap EDM 곡이야. 라이트하다는 말의 의미는 화려한 Drop 파트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빌드업 파트가 존재하지 않아서야. [After Like]나 [Love Dive]처럼 비장하진 않아. 이 정도 트랙이면 좀 더 강렬하게 갈 수도 있을 법한데, 일부러 피크를 찍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딱 멈춘 느낌이야. 그래서 그런지 여유가 생긴 느낌이 들어.

[baddie] 트랙 자체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의 ost에 삽입될 만큼 강력해. 아이브가 처음 보여주는 색깔이지. 전작들은 비장함은 있었지만 그게 ‘센 언니’ 같은 느낌은 아니었거든. 이번 곡으로 아이브는 콘셉트를 더 확장했어. 아마 다음 앨범이나 다다음 앨범쯤엔 [baddie]보다 좀 더 강렬한, 정말 ‘센 언니’ 트랙이 나올 거 같아.     

3. Either Way

이 앨범을 표면적으로만 들으면 ‘조울증’처럼 보여. 근데 앞서 말했듯이 우린 마음속에 거대한 우울을 가지고 살아가잖아. 이 앨범이 그런 느낌이야. 면과 이면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줘. [baddie]에선 그렇게 센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바로 다음 트랙 [Either Way]에서는 연약한 모습을 보여줘. 첫 가사부터 마음이 아파.

‘누가 내 말투가 재수 없대. 잘난 척만 한대.’

그리고 2절에 나오는 가사

‘털털한 줄 알았던 저 아이는 마음이 너무 약한걸.’

우리는 모두에게 평가받아. 그들은 한 번의 행동으로 내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내 겉모습만 보고 내 모든 걸 판단하려고도 해. 사실은 그 모든 게 오해에서 비롯된 건데. 맹인모상(盲人摸象)이란 말처럼, 나의 한 ‘면’으로 내 모든 ‘면’을 알 수 없잖아. 나도 모르는 나를 남들이 어떻게 알겠어. [Either Way]는 지금 10대에게 아이브(그리고 작사가인 선우정아가)가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아.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거, 밝은 면이 있으면 반대로 어두운 면도 있다는 거, 그 모든 게 나니까 나의 어떤 면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거. 그리고, 남들의 평가에 너무 매달릴 필요 없다는 거.

방 문에 붙여둔 태극 음양 포스터. 문양을 보면 음 안에 양이 있고 양 안에 음이 있지? 모든 건 따로 동떨어져있지 않아. 서로 공존하는 거야.

[Either Way]의 메시지처럼, 우리 모두가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 물론 너무 어렵지. 나도 그게 안 되는걸. 그래도, 내 이면을 조금씩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오늘부터 해보려고. 내 이면을 사랑하는 연습을.     

4. Holy Moly

나를 사랑했으니까 다음은 남을 사랑해야지. [Holy Moly]는 그간 보여줬던 아이브의 색과 궤를 같이해. 아프리칸 리듬을 기반으로 한 댄스 트랙인 [Holy Moly]는 [Love Dive]와 [Eleven]에서 들었던 몽환적인 느낌과 리드미컬함을 갖고 있어. 더 쉽게 설명하자면, 전에 비유했던 아마조네스가 돌아온 거지.

트랙도 신선해. BPM이 점점 빨라져. 보통 곡의 다이내믹을 주기 위해 더블템포(BPM을 변경하지 않고 박자만 1/2로 쪼개는 기법)로 하는 경우는 있어도, BPM을 변경하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그런 경우가 아주 없다는 건 아니야). 근데 BPM을 바꿨어. 웃긴 건, ‘점점 빨라지는’이란 가사가 나올 때부터 BPM이 서서히 빨라진다는 점이야. 보통 곡이 완성되고 가사가 붙는데, 트랙의 변화를 캐치하고 노래에 맞게 작사한 서지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지.

 [Holy Moly]는 내가 기대했던 아이브의 색이야. 앞서 말했듯, 초기에 보여줬던 아마조네스 느낌이 곡에 녹아들어 있어. 토속적인 아프리카 퍼커션 악기와 리듬, 정글에서 외치는 듯한 보컬 애드리브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 그래서인지 노래를 듣자마자 반가운 느낌이 들더라고. 오래된 친구와 술 한 잔 하며 추억 얘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자, 이제 강렬한 트랙을 들었으니 다시 편안한 트랙을 들으러 가볼까?     

5. OTT

다시 부드러워졌어. 내가 좋아하는 시티팝의 감성을 지닌 [OTT]는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은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곡이야. 이 곡은 멤버인 장원영 혼자 가사 작업을 했어. Korean Lyrics라고 하는 걸 보니 가이드에 포함됐던 영어 가사는 그대로 살린 것 같아.

가이드는 데모 트랙을 말해. 유튜브에 K-POP Demo version을 검색해 보면, 탑라이너(멜로디 작곡가)가 데모로 부른 영어 버전이 나오지. 데모 버전에 있는 영어 가사가 느낌이 좋으면 그대로 쓰기도 해.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이나 F(x)의 [4 Walls]도 데모에 쓰인 가사를 그대로 차용해 제목까지 쓴 곡이지. 가사는 곡하고 잘 붙어. 장원영은 작사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곡이 좋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느낌의 곡이거든. 내가 힘을 뺐다는 느낌을 받게 된 이유가 된 곡이기도 해. 가볍게 흐르는 [OTT]는 딱히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하고 밝은 노래야. 어느 날, 어느 순간에 듣고 싶단 생각이 들 것만 같아.     

6. payback

[Payback]의 리듬은 [I Am]에서 들었던 리듬과 비슷해. 두 곡 다 3연음 베이스 리듬이야. 가끔 어떤 가수가 전에 보여줬던 음악 같은 노래를 한 곡 더 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Payback]은 [I Am]을 듣고 ‘이런 느낌의 곡 한 번 더 내줬으면’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곡 같아.     


1,3,5번 트랙은 부드러운, 2,4,6번 트랙은 강렬한 음악으로 배치를 해뒀어. 그리고 또 한 가지. 1,2,3번 트랙은 트리플 타이틀로, 4,5,6번은 수록곡으로 되어있지. 1,2,3번 트랙은 아이브가 처음 선보이는 느낌이고, 4,5,6번 트랙은 아이브가 이미 한 번 보여줬던 느낌의 트랙으로 나뉘는 거 같아([Holy Moly]는 [Love Dive]와 [Eleven]. [OTT]는 [I WANT]. [Payback]은 [I AM] ). 그래서 1,2,3번 트랙은 트리플 타이틀이, 4,5,6번 트랙은 수록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체적으로 힘이 빠졌지만, 아이브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이번 앨범 ‘I’VE MINE’. 새로운 색의 아이브 [baddie], 강한 메시지가 담긴 [Either Way], 부드러운 느낌의 [OTT]와 [Off The Record], 전작의 바이브를 그대로 유지하는 [Payback]과 [Holy Moly]까지. 아이브의 팬이 아니어도 음악이 좋아서 들을 것 같아. 그중 난 특히 [Either Way]를 추천하고 싶어. 지금 우에게 가장 장필요한 메시지 같거든.  


이 글은 이곳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소미] 너를 만나기 위해 Fast Forwa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