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임 BGM

게임 BGM 추천

by kolumnlist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던 기억보다 게임을 했던 기억이 더 생생해. 오늘 어디서 놀까?라는 친구들의 대화 속 장소는 인터넷 세계였었지. 뭐, 피씨방이기도 했고. 지금은 게임을 하진 않지만, 어렸을 때 즐겨했던 게임 BGM을 들으면 ‘다시 게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 그래도 몇 번 해보려고 했었는데, 내가 알던 그 게임이 아니더라고. 과거는 역시 추억으로 남겨야 하나 봐.

그래서 준비해 봤어. 나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임 BGM!

1. GunZ The Duel OST – Ryswick style

이 브금을 들으면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서 마우스 키를 번갈아서 누르던 그 감각이 떠올라. 나비텝이니 반텝이니 하는 용어가 떠오르기도 해. 특히 난 [Ryswick style]을 좋아했는데, 사람을 고무시키는 비트와 처량한 듯 힘 있게 연주하는 해금 때문에 좋아했었지.

지금 다시 노래를 들어보니, 락과 하우스 음악이 결합된 장르더라고. 자세히 들어보면 ‘FPM’의 음악 스타일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해. 묵직하게 울리는 기타와 해금 사운드를 시부야-k스럽게 바꾼다면, ‘FPM’ 음악이 되지 않을까 싶어.

2. 겟앰프드 OST – Stage1

이 노래 역시 사람을 고무시키기 좋은 비트야. 드럼 앤 베이스 리듬 기반에 장난스러운 신스 악기가 게임 콘셉트를 더욱 부각하지. 겟앰프드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트리트 파이터나 킹 오브 파이터처럼 현실적인 격투 게임과는 다르게 머리와 몸이 1:1 비율인 캐릭터가 나와서 우스꽝스러운 격투를 펼치잖아? 그에 맞게 브금 역시 장난스럽고 재밌지. 아직도 캐릭터가 타격당했을 때의 그 엽기적인 표정이 기억나.

벨트.png 엽기적이야....

3. 프리스톤테일 OST – Ricarten Music

나는 RPG 게임을 꽤 즐겨했었어. 캐릭터를 내 마음대로 꾸미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게 내게 잘 맞았거든. 그래서 반대로 롤이나 배그 같은 대전 게임은 재미가 없더라고. FPS 게임도 잘하지 않았었고.

프리스톤테일은 내가 좋아하던 RPG 게임 중 하나였어. 갑옷도 멋있었고 캐릭터도 멋있었거든. [Ricarten Music]는 마을에서 나오던 브금이었는데, 노래가 좋아서 종일 마을만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 어딘가를 여행하는 느낌이 났거든. 그래서 초보자 사냥터를 벗어나지 못한 채로 게임을 접었었지.

4. 바람의 나라 OST – 국내성 BGM

초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 중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 ‘주몽’이야. 재밌게 봤던 드라마 역시 ‘주몽’이었지. 그래서인지 나는 역사 관련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어. 고풍스러운 UI와 판타지스러운 스킬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퀘스트들까지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게임이었지. 고구려의 광팬이었던 나는 캐릭터 국적 선택을 항상 고구려로 했었어. 활기차고 진취적인 느낌을 내는 BGM은 나를 고구려 어디쯤으로 데려갔었지. 아직도 국내성 BGM을 들으면 가방을 방에 던지고 컴퓨터를 켜던 내 어렸을 적이 생각나. 그땐 게임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하겠는데 말이야.

5. 테일즈 위버 OST – Reminiscence, Delight

테일즈 위버는 내가 즐겨했던 게임은 아니었어. 아이디를 만들고 마을을 몇 번 돌아다니다 그만뒀던 게임이었지. 근데 게임 BGM이 좋아서 MP3에 넣어두고 듣고 다녔던 기억이 나.

지금 다시 들어보니 [Reminiscence]는 DJ Okawari를 연상시키는 곡인 거 같아. 당시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힙합 드럼 비트를 얹은 곡들이 유행했었어. 키네틱플로우의 [몽환의 숲]이나 MC 스나이퍼 곡들이 주로 그랬었지. 아마 누자베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던 거 같아.

[Reminiscence]는 선율 자체에서 오는 아름다움도 있어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해도 잘 어울려. 실례로 일본 콰르텟 그룹인 바닐라 무드가 리메이크한 [Reminiscence]도 있고,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된 버전의 [Reminiscence]도 있지. 게임 BGM 하면 아직도 회자되는 곡 중 하나인 [Reminiscence]. 게임보다 더 유명한 BGM 하면 단연 이 곡이 1등이 아닐까 싶어.

Delight

난 같은 게임에 수록되었던 [Delight] 역시 좋아했었는데 [Reminiscence]와는 달리 활기찬 음악이야. 여름 바다 위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연상시키지. 게임 음악들을 쭉 듣다 보면, ‘나도 게임 음악 작곡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부터라도 천천히 아카이브를 쌓아볼까?

6. 메이플스토리 OST – 엘리니아 필드, Happyville : white christmas

추억의 크기를 환산할 수 있다면 아마 메이플스토리의 크기가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메이플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난 주로 마법사를 했었는데, 그때 엘리니아 마을 UI와 BGM이 엄마의 품만큼이나 포근하게 느껴져서였던 거 같아.

아직도 [엘리니아 필드]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려와. 왜일까. 분명 슬픈 음악은 아닌데 말이지. 그때의 내가 너무 그리워서 그런 걸까.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현재가 행복하지 않아서라던데, 나는 지금도 나름 행복하거든.

잠이 안 올 때 [엘리니아 필드] 1시간 영상을 틀어놓으면 잠이 잘 와. 멜로디도, 악기들도, 쓰인 공간계 이펙터도 되게 몽환적이어서 그런가 봐.

Happyville : white christmas

[Happyville : white christmas]는 유명한 캐럴 음악인 [White Chirstmas]를 리메이크한 BGM이야. 이 노래 역시 가슴이 아려와. 난 어린 시절을 춘천에서 보냈었거든. 겨울엔 눈이 미친 듯이 내려. 어떤 날은 내 무릎까지 눈이 쌓였었다니까. 요새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거 같아. 눈 좀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난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뛰어다니거든.


날씨가 고민이 많은지 차가운 한숨을 너무 자주 내뱉어. 태양이 위로해 줄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달이 날씨를 놀리는지 밤만 되면 한숨의 횟수가 늘어나. 뭔 말이냐고? 추워 죽겠다고. 이왕 이렇게 추운 거밖에 나갈 엄두도 안 날만큼 추워졌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집에서 메이플스토리나 하면서 귤이나 까먹게. 가끔은 행복한 사람도 추억을 회상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말이야. 혹시, 좋아했던 게임이 있어? 있다면 댓글로 얘기해 줘.


이 글은 이곳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