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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Nov 17. 2023

이별의 단상들

써왔던 일기들. 여러분의 연애는 안녕하길.

1.

생각에 잠길 때면

항상 네가 떠올라

전에는 설렜었는데

지금은 많이 아파



2.

모든 것은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야 니은, 네가 된다.

그 뒤엔 디귿 리을 미음, 드라마가 된다.


끝은 히읗이다.

해소의 웃음은

허탈한 웃음,

후회의 웃음은

회한의 웃음,

결국 회상의 웃음.


히읗은 다시 기억이 된다.

그렇게 영원히 너의 생각으로 산다.



3.

마음, 감정,

그것들이 위스키 같을 줄 알았다.


오크통에 오래 숙성해 둬야 깊은 맛을 내듯이,

마음도 오랜 기간이 지나야 깊어지는 줄 알았다.



어떤 마음은 이미 깊이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굳이 숙성하지 않아도 이미 깊어져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이 미심쩍어 오크 통을 부수었다.

정말 그 짧은 시간으로도 숙성이 되는지.



부순 오크 통은 재조립되지 않았다.



4.

어떤 노래는 왜 향기를 머금고 있는 걸까.


왜 그 향기는 코로 맡을 수 없는 걸까.

왜 그 향기는 수많은 향기들 사이에서도 섞이지 않는 걸까.



귀로 맡은 향기는 기관지로 가지 않고,

방향을 틀어 홀로 묵묵히 뛰고 있는 곳에 머문다.

짝 없이 뛰는 것이 외롭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어떤 노래는 향기를 머금고 있다.

코로는 맡을 수 없는

어떤 조향사도 흉내 낼 수 없는.




5.

우주는

흙탕물이 균일하게 섞여 조화를 이룬 상태를 무질서로 본다.


물과 흙이 정확히 나뉜 상태,

이탈리안 드레싱 소스가 식초와 기름으로 정확히 나뉜 상태,

그 모양새를 질서로 본다.



사랑도 그렇다.

너와 내가 '섞이'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섞이'지 않은 채로 온전히 나누어진 상태.

그것이 사랑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바꾸는 것,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내가 바뀌는 것,

그것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엔트로피가 증가해 좀 더 높은 확률의 구성 상태, 즉 이별로 마무리된다.


어떠한 사랑은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다.

서로가 물이어서, 서로가 기름이어서, 서로가 같은 구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제자리를 찾은 듯 하나가 된다.


컵에 반 씩 담겨있던 물이 하나가 되듯 그저 한 컵을 꽉 채운 것 같은 상태가 된다.

사라지는 순간, 빈 공간을 공허감으로밖에 채울 수 없는 그런 상태.

뒤늦게 채워보려 하지만, 주변엔 온통 기름과 식초, 액상 과당밖엔 없다.


이곳은 사막,

수분이 모두 증발해 버린,

이곳은 사막,

무질서의 향연,

엔트로피의 증가,

무의미의 축제.




6.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데칼코마니처럼

정해진 규칙을 따르듯,

쌓아둔 일들을 처리하는 내 손은

짐짓 노련해졌다.



그러나 마음은 같지 않다.


빈자리에 온기는 다 식어버렸다.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잔상을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데칼코마니가 아프게 찍힌다.


그때와는 다르게


그날과는 다르게.



같지만 다른 하루,

나는 그 하루 속에서

그리움을 억지로 찢어본다.




7.

음표는 그림을 그린다.

아지랑이처럼 지면 위에서 일렁인다.

그 일렁임이 아리다.


동화됐던 음표는 횡으로 진행한다.

그 음표들은 비가시적이다.

보이지 않기에 더 쓸쓸하다.


차에 타면 오른쪽이 휑하다.

빈자리를 음표로 채워보았다.

음표는 그림을 그린다.

여러 번 반복된다.

아지랑이처럼 지면 위에서 일렁인다.

그 뿌연 일렁임이 나는 시리다.




8.

네 시간엔 내가 없지

황금으로만 가득 차야 하니까



나는 황금이라고 착각한 황동

변할 수 없는 동적 가벼움



10원, 구리, 1과 0, 이분법.




이곳에 쓰인 모든 글은


1과 0으로 이뤄진


너의 공간


발 없는 말이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네가 선택해야 닿을 수 있는

무의미한 공간


내가 먼저 노크할 수 없는

공허한 공간



달이 되지 못한 내가

달이 된 사람을 향한 시기, 질투 그리고 응원



반성을 반추하는

나의 기록

바람을 소망하는

나의 이기심



더는 없을

는 없을

넌 없을

넌 없는



파편의 정리는

치워지지 못할 방

어지럽혀진 마음


그대로 남아 촘촘히 박혀버린

먼지 쌓여도 더 이상 열어볼 수 없는

그래서 더는 보지 않을

소중과 미련 어딘가에 머무는



과거형으로 쓰인 현재

미래형으로 쓰일 현재



성장과 방황


네가 가르쳐 준 모든 것

내가 준 피해의 모든 것


내가 한 후회의 종착역




9.

밤을 위한 빛은 말이었다

천리를 달리는 발 없는 말


침묵의 말은 없다

한 리도 못 가는 말 없는 말


적막을 깨우는 건

내가 사랑하는 할머니의 잠소리

네가 가끔 얘기하던

할머니의 잠소리


할머니도 모르는 할머니의 잠소리에도

넌 발 없는 말을 담았었구나


천리를 가버려 지쳐버린

이제는 잊혀야 하는 발 없을 말


네 입에서 계속 맴돌던

어느 여인들의 노랫가락




10.

나는 울었다.

달이 바다를 끌듯 무언가가 내 눈물을 끌어당겼다.

너도 울었다.

하지만 네 눈물은 내게는 아깝다.


누군가가 너의 달이었다.

나의 기조력보다 더욱 강력한,

나보다 더 깊었던 바다.

위성처럼 너의 주위를 돌던.

언제나, 어디서나.


그가 너의 입꼬리를 끌어당겨줬으면 좋겠다.

너의 인력이 자꾸만 아래로 처지려 할 때, 그가 너의 달이 되어 너를 끌어올려 줬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아니어서 아프다.



11.

촘촘히 박혀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도 존재하고

어떤 장소에도 존재하고

어떤 물체에도 존재한다.

그것들의 근원은 추억이다.


그것들은 주로 칼이 된다.

그것들은 칼이 되어 내게 꽂힌다.

어떤 대화 속에서 날아들고

어떤 장소에서 날아들고

어떤 물체에서 날아든다.


피와 비슷한 점도를 가진

물보다 투명한 것들이

상처로부터 쏟아져 나올 때

그것들은 후회가 되고 미련이 된다.



12.

마음을 두드리는 사람의 주먹은 가냘프다.

몇 번의 노크에도 금방 너절해진다.


가녀린 두드림에도 쉽게 바스러지는 자의 의지는 아프다.

그럼에도 문에 묻은 피가 채 마르기 무섭게 다시 두드린다.

부드럽게, 때론 거칠게, 제를 파괴하면서까지도.


문은 네게로 열렸다.

시기가 적절치 못했던 내게는 닫히고,

언제나 우직했던 네게로 열렸다.


네 손을 감싼 이의 따뜻함을 나는 안다.

그 온기가 네게는 과분하지 않기를.

경중을 몰랐던 치기 어린 내게는 그것이 벌처럼 과만했으니.



13.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가령,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웃길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동석한 사람의 치부를 드러내며 웃기는 거야.

남에게 피해를 줄수록 내가 얻는 이득이 많아져.

제로섬 게임이라고 하잖아, 다들.

근데 피해를 받는 사람도 얻는 게 있어.

대체로 '~~ 함'을 받곤 하지.


강함이란, 타고난 천성이 피해에 둔한 사람이야.

피해를 받는다고 해서 쉽게 주눅 들거나 개의치 하지 않지.

사실 강함은 타고나는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아.


성숙함이란, 감도가 무뎌진 거야.

남들이 봤을 때 꽤 심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하다는 거지.


현명함이란, 피해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이야.

이 피해가 나에게 얼마 큼의 상처를 남길지, 그렇기에 이 피해를 오롯이 받아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지.


냉철함이란, 피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야.

누군가가 내게 피해를 주었을 때, 그것이 피해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감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지.


제일 멍청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같은 피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사람이야.

그건 피해야 할 사람이야, 기피 대상이지.

그보다 멍청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자신이 피해를 주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야.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법을 어기고,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데도 그걸 몰라.

근데 그보다 더 아둔한 사람이 있어.

알면서도, 자신이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짓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야.

무지는 깨달을 여지라도 있지, 알면서 행하는 잘못은 참작할 가치도 없어.


이 글이 널 가리키는 거 같다고?

전혀 아니야.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날 가리키고 있어.

사실 한 손가락마저 날 향하고 있어.


삶이란 게 그렇대.




웃어야 복이 온답니다. 웃으세



앞으로는 이런 재미없는 글 말고 음악 칼럼만 올리겠습니다. ^오^(사실 슬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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