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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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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Jun 17. 2022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김현규 씀

윌 듀런트 지음 / 신소희 옮김 / 유유 / 2020.01.

  2019년 9월 세계 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매년 80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2019년 국내 자살 사망자 수를 1만 3,799명, 1일 평균 37.8명으로 집계했다. 인구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6.9명이다.


  이 책은 우선 제목이 강렬하다. 퓰리처 상이야 들어는 봤어도 그게 어떤 영향력이 있는 상인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데 제목은 범상치 않다. 표지에 편지 봉투가 있다. 이게 뭔가 했는데 편집자 서문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서 자살할 생각인데 자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저자가 남자에게 <계속 존재해야 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설득되지 않은 기색이 뚜렷한 채로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저자는 100명의 인물에게 삶의 의미에 관한 기본적인 답변(일반적으로)뿐만 아니라 그들 각자가 삶에서 어떻게 의미와 목적과 만족을 찾았는지(개별적으로)도 이야기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지.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는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 12쪽


  이 책은 의미를 찾아 나선 과정과 저자에게 보낸 유명 인사들의 답장, 저자가 삶의 의미에 관해서 쓴, 스스로에게 보낸 답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에게 답장을 쓴 유명 인사들은 문인, 연예인, 예술가, 과학자, 교육자, 지도자, 종교인, 여성, 감옥에 갇힌 종신형 죄수, 회의론자 등 다양하다. 그저 이름만 아는 사람도 있고 세계사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도 있어서 뭐랄까. 이름 보는 재미가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문장이 명료하다. 간결한 문장도 있고 만연체도 있는데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니 읽기 쉽다. 단순히 답장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답장을 쓴 사람들의 사진과 약력, 저서 등의 정보도 실려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답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걸듯 중간중간 나온다. 그러니까 저자가 답장을 늘어놓고 이 사람은 이렇게 답장을 보냈어, 이 답장은 참 유쾌하군 하며 품평을 해 주는 식이다. 마치 내가 저자와 함께 답장을 받은 기분이 든다. 거참 다정하다. 저자는 이 딱딱하고 심각한 주제를 독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많은 안배를 해 두었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나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혹은 가까운 사람들과 가깝지 않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던져 봤다. 그런데 1930년대에 저자가 받은 답장이나 내가 들은 대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조밀하고 정교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명쾌한 해답을 말한 사람도 있고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한 사람도 있다. 밝고 긍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암울하고 비관적으로 답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사람의 고민,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한 고민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보통 <~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쓴 책들의 내용은 <~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의 결론 역시 <다들 그게 고민이다> 일 거라고 예상했다. 책의 내용도 그렇다.


  이 책을 읽고 함께 모여서 얘기해 보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살아야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오늘, 나도 생각한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


  길을 찾아 나선 사람만이 방황한다는 문장에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사람만이 고민한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실패한다. 삶이란 어쩌면 방황하고 고민하고 실패한 흔적의 연속이 아닐까.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그래서 오직 과정에만 그 가치가 있는 여정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나처럼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유명 인사들과 저자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줄 것이다. 당신이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 자신들이 생각한 걸 말해 줄 것이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편집자 서문

1부 의미를 찾아 나서다

1 유명 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2 화두와 종교
3 화두와 과학
4 화두와 역사
5 화두와 유토피아
6 지적 자살

2부 현대인의 불만에 관한 상념들

7 문인들의 응답
― 시오도어 드라이저, 헨리 멩켄, 싱클레어 루이스, 존 어스킨, 찰스 비어드, 존 카우퍼 포위스, 에드윈 로빈슨, 앙드레 모루아
8 연예인, 예술가, 과학자, 교육자와 지도자들의 견해
― 윌 로저스, 찰스 메이요, 오시프 가브릴로비치, 빌?무르 스테판손, 해블록 엘리스, 칼 래믈리, 어니스트 홉킨스, 아돌프 옥스, 자와할랄 네루, 찬드라세카라 라만
9 종교인들의 대답
― 모한다스 간디, 존 헤인즈 홈스, 에르네스트 딤닛
10세 여성의 해석
― 메리 울리, 지나 롬브로소, 헬렌 윌스
11 감옥에서의 단상
― 오언 C. 미들턴: 뉴욕 싱싱 교도소 종신형 죄수 79206번
12 회의론자들의 발언
― 버트런드 러셀, 헤르만 카이절링, 버나드 쇼

3부 나의 답장

13 삶의 의미에 관하여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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