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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Feb 13. 2021

생각을 빼앗긴 세계

혼자의 시간, 사색의 시간을 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 - 함은희 씀.

'생각을 지키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우리나라에는 적절하지 않은 문장형태이긴 하지만 '생각이 지켜지다'라고 쓴 것은 생각을 지키고 싶다고 능동적으로 내가 애를 쓴다 해도 실은 구조적으로 지킬 수 있은 세계가 아니라는 자각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초반부터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어떻게 지식과 사상, 프라이버시, 문화를 파괴하는가”이고, 그 한결같은 이야기를 차분함과 열정과 흥분의 어조를 섞어가며 마치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자신의 생각을 삶의 경험과 섞어가며 진지하게 유머러스하지만 열정적으로 전하고 있다.


번역을 잘하신 것인지 프랭클린 포어가 글을 역동적으로 쓴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함께 책을 읽은 분들과 반응했던 공통점은 처음엔 이 분의 이야기에 반박하다가 동의하다가 그러다가 저자가 너무 개인감정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다가 그렇게 저자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이 책의 마지막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덮었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우리가 진보와 자유, 혁신의 선두에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 거대 테크 기업이 어떻게 가장 역설적인 형태로 독점과 폐쇄의 길을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구글에 대한 영화나 회사 문화를 보아도 부럽기 그지없는 기업문화와 혁신적 기술의 발전이었고 그 모든 것이 애플과 페이스북과 아마존에 공통되게 있을 것이어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상상만으로도 우리 이방인들에게는 그들은 분명 혁신과 진보의 상징이었다. 게다가 처음. 그들이 어떻게 이러한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들의 처음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 기업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길을 여는 새로운 도전이고, 개척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중반부에 자신의 경험을 통해 또는 자신의 직업적 경험을 통해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독점하고 있으며, 우리의 생각을 지킬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가는지를 설명하는데 점점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실제 상황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228쪽 페이스북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쉽게 서로 연결되어 의견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단기적, 장기적으로 세상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그들이 내놓은 이상과 완전히 반대편으로 사람들을 끌고 간다. 페이스북은 일라이 패리서가 “필터 버블"이라 부르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우리가 읽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질 만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그런 충동이 가져올 지적, 정치적 위험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알고리듬은 독자가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편향을 확증하게 하는 텍스트와 동영상을 부지불식간에 제공하지만 사용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모르는 반대의견은 보여주지 않는다 진보적인 사람들에게는 진보적인 견해가 잔뜩 등장하고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채식주의 주장이 끝없이 나타나며, 대안 우파에게는 대안 우파들의 쓰레기 같은 주장만 주입되는 식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노트북을 내던질 정도로 화를 돋울 만큼 심한 반대의견을 읽지 않도록 보호해주지만, 이런 반대 의견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거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 257쪽 이는 자기 결정권의 문제이다. 우리의 데이터에 포함된 사적인 세부 사항은 우리에게 불리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데이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소비 습관이나 지적인 습관을 형성하는 선택에 영향을 주는 데에 사용된다. 데이터는 사용자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내적 자아를 찍은 사진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재화로 바꾸어 당사자들 모르게 사고 판다 -


생각을 지켜왔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오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신념을 유지하는 테크 기업이 그 어떤 불한당도 하지 않을 기업행태를 하고 있으며, 가장 정의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신념을 유지하며 행동하는 어떤 정치적 입장의 사람들, 어떤 종교적 입장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 또한 그런 생각에 생각을 빼앗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가장 교육적이야, 내가 이렇게 좋은 벗들과 교류하고 있으니 난 최소한의 교육의 정도에서 벗어나진 않을 거야라는 착각과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쳐가면서 그야말로 이 책은 나에게서 말을 빼앗아 가는 것 같다. 정말로 너는 진보인가. 정의인가. 참되게 교육을 하고 있는가라는 존재적 질문을 하게 하니 말이다. 하하하... (실제로는 연말이라 바빴지만^^)


그러면서 그동안 그토록 애정 하던 페이스북에 말을 올리기가 주저스러워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아무리 주변에서 관종이어서 하는 페북이 아니냐, 구박을 받아도 주저함 없이 좋은 벗들과의 소통의 통로로 삼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정말 그러한가 라는 생각과 바쁘고 다사다난한 연말 일정으로 잠시 말을 잊는 시간이 왔지 싶다.


이 책 첫 부분에 의외의 문구가 적혀 있다.  


    따뜻한 생각 하나 가 발하는 빛이 내게는 돈보다 더 가치가 있다 ( The glow of one warm thought is to me worth more than money) 토머스 제퍼슨, 1773년

  

저자가 배치해 둔 이런 구절들을 오래 곱씹으며 읽는 편인데, 중반을 넘어가면서까지도 이 구절의 의미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에 대해 해답을 찾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부분을 읽게 되었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 따뜻한 생각 하나가 전해져... 아직도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책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291쪽 우리 문화에는 이런 작은 귀퉁이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충동이 존재한다. 남들과 어울려 네트 워킹하고, 협업하고, 창조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사상가들이 사회에서 승자가 될 사람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그룹으로 모여 공부하고 팀 프로젝트를 해내야 한다. 일터에서는 사무실 내의 벽을 허물고, 조직은 부문단위로 함께 일한다. 또한 거대 테크 기업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크라우드에 동참하게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검색어를 보여주고, 그들이 가진 알고리듬은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읽는 것과 동일한 기사, 트윗, 포스팅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대화가 지닌 창조적인 힘, 주위 사람들로부터 겸손하게 배울 때 얻게 되는 지적 잠재력, 그리고 집단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들 중 그 어느 것도 사색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대체해서는 안된다. 그런 시간이 있어야 사람들은 비로소 독자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


나 자신, 페이스북을 끊임없이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지적 자극을 받고 코로나가 준 선물로 이웃들과의 공부모임 책 읽기 모임을 하면서 나름 성장하고 있노라고 착각과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혼자만의 시간, 사색의 시간을 상대적으로 잃어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혼자의 시간, 사색의 시간을 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생각 한다. 너 자신을 잘 갈무리해서 세상을 따뜻하게 할 생각 하나 해내라고 저자가 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분주함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힘을 내서 생각을 지키시는 일상이 되시길 기원하고 이 책을 권해드린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2월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우린 몇 학년 몇 반 담임이 될지 미궁 속에 있다. 늘 마음으로 종종거리고 그날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애달아했는데... 이번 2월은 실천 교사에서 준비한 알찬 만남과 협의의 장들을 통해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통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기분이다. 올 한 해도 함께 즐거이 갑시다.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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