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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01. 2022

해 보니까 되더라고요

김용만 씀

중학교 통합교육을 말하다

영어 교사와 특수교사가 쓴 통합교육 이야기_조금이 아주 많은 것을 바꾼다


이수현, 김민진 지음 / 새로온봄 / 2022.05.


<우영우와 같은 발달 장애인은 없습니다.>

통합교육 :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같은 교육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것.

특수학교 : 특수교육대상자(일반적으로 장애학생)에게 유, 초, 중, 고등학교의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


  우리나라에서 장애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공교육은 위에 소개된 두 방법뿐입니다. 다시 소개드리자면 통합교육은 일반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고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만 다니는 학교입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통합교육의 경우 일반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며 배우는 것이 있을 수 있고 특수학교는 특수교육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통합교육이라고 해서 모든 일반학교에 특수전공 교사가 근무하시지는 않습니다. 일반교사들은 아무래도 전문적인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였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통합학급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도 장애학생과 같이 생활합니다. 저희 학교에는 특수교사가 안 계십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 부모님들이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아이와 지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애’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장애’ 학생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의 생각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장애’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SNS에 어느 날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습니다.


7.21일 오전 1시 42분.

  침대 옆에 똥을 싸고 온 방바닥이 침 범벅인 우리 집..

  드라마 우영우의 인기 때문에 저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거든요. 보통 사람보다 매력 있지 않냐고, 연우도 어릴 때 책을 줄줄 외웠는데 우영우처럼 변호사 되는 거 아니냐고, 정우는 웃는 거 보니 멀쩡해 보이던데 우영우보다 똑똑한 거 아니냐고. 농담인지 위로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들의 말은 우리에게 폭력이나 다름없습니다. 내 아이들은 중증장애인입니다. 오늘 밤 모든 것이 허무하고 나 자신이 가증스러워 페북을 닫으려다 다시 마음을 다 잡습니다. 이왕 알리기로 한 거 적나라한 일상을 써 봅니다. 우리 아이들보다 힘든 발달장애인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힘든 아이들도 있겠지만, 우영우와 같은 발달장애인은 없습니다. 우영우와 같다면 이미 발달장애인이 아닙니다.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입니다.


  sns 이웃이신 이수현 님의 글이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해진 시간에 TV를 보지 않습니다. 요즘 하도 우영우, 우영우 하길래 시청률 높은 드라마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우영우 내용 중 학교 장면에서 교사가 학생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며 요즘 그런 학교가 어디 있냐며, 아직도 학교를 저렇게 인식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는 교사들의 한숨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우영우에 대한 저의 인지도는 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수현 선생님의 포스팅을 읽으며 뭔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이수현 선생님과 김민진 선생님께서 통합교육에 대해 책을 내셨더군요. 그 책이 바로 ‘해보니까 되더라고요.’입니다.


  저자이신 이수현 선생님은 중학교 영어교사로서 일반학교에서 통합학급 담임을 하신 분입니다. 김민진 선생님은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14년째 학생들을 만나고 계시는 특수교사십니다. 즉 이 책은 통합학급의 선생님과 특수학급 선생님의 경험담,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소개, 통합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고민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저도 처음 책을 펼칠 땐 단순히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 정도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읽으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학생들을 대할 때 큰 벽이 될 정도의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는 다만 그 학생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틱이 너무 심한데 그냥 교실에 둬도 되나요? 특수반에 보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들의 염려 중 특수반에 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가장 마음 아팠다.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특수반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수업에 방해가 되면 특수반에 가야 하는 건가? 특수반은 수업에 방해되는 아이들을 수용하는 곳인가? 특수반에 가면 틱 장애가 치료되나?

  교사는 믿어 주고 포용해 주고 따뜻한 눈빛으로 지지해 주는 것으로 아이의 성장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크게 어려움이 드러난 사람을 포용하는 분위기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울타리는 울타리 안의 모두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이것이 통합교육의 가치이고 지향이 아닐까?

  지원의 기준은 ‘결과’가 아닌 ‘기회’에 초점을 두고 마련해야 한다. 장애 학생에게 똑같은 시험지를 제공하는 결과의 평등이 아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기마다 한 번 하는 장애이해 교육, 이 시간에 더 이상 학생들에게 장애극복 신화만 보여주고 끝내는 식의 교육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의 힘든 삶이 장애인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인 것처럼 그리는 것은 그 자체가 장애인에겐 폭력이다.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특수학교나 장애인 시설 설치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특수학교나 장애인 시설이 혐오시설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통합교육의 방향일 것이다.
(본문 중)


  드라마 우영우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면 다행이겠지만 ‘장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면 아쉽습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생활합니다. 장애등급을 안 받았을 뿐이지 학교를 다니기 힘들어하는 학생은 아주 많습니다. 즉 학교는 ‘장애’ 학생을 대하는 것이 유일하게 어려운 곳이 아니고, 그만큼 ‘장애’가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 결정적 어려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 체제가 바뀌지 않은 이상 중, 고등학교에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는 통합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쉽지 않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생각을 달리해 보고 싶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 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틈을 찾아 조금씩 스며들 듯이 시도해보기, 특수교육대상 학생만을 위한 통합교육이 아닌 우리 반 모든 학생을 위하고 통합교육에 대한 좋은 경험들이 쌓일 수 있도록, 또 그런 경험을 한 일반 교사들이 늘어갈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본문 중)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닙니다. 통합교육은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교육입니다. 누가 더 양보하고 누가 더 많이 누리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함께 노력하는 교육입니다.


  거창한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만큼은 적어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적만 우선시하며 학생들을 줄 세우는 곳이 아닌, 학생 개인의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단지 점수로만 기록하는 곳이 아닌 종합적 관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12년의 학교 생활은 한 학생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즐거운 학창 시절의 추억, 공감받고 격려받았던 경험이 살아가다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학창 시절 편했던 친구가 살다 보면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그 친구는 비단 ‘비장애’ 친구만은 아닙니다.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선 그 벽을 보다 더 낮추고 친구들이 보다 더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면 됩니다.


  학교는 상위 학교 진학을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맛있는 급식을 먹기 위해, 친한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집에선 못하는 체험을 하기 위해 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장애’가 기준이 아니라 ‘통합’이 기준입니다.


  이 책이 해답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통합교육에 대한 마중물임은 틀림없습니다. 교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 특히 우영우를 재밌게 보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합니다. 실제 우영우 같은 분들이 TV 속이 아니라 우리 이웃집에, 우리 반에, 우리 동네에 계심을 불편해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 아닌 모두를 위한 함께의 한 걸음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조금이 아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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