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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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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31. 2022

위험한 도서관

구소희 씀

엘런 그라츠 / 다봄 / 2022.09.


  제목이 흥미 있다. 위험한 도서관이라니...


  표지에는 한 소녀가 도서관 서가 사이에서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쉿!"이라고 하는 것 같다. 무슨 내용일까?


  초등학교 4학년인 에이미 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이다. 일을 하시느라 바쁘신 부모님과 두 명의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맏이라는 이유로 동생에게 양보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왜 나만!'이라고 문득문득 화가 나기도 하지만, 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냥 삼키는 아이였다.


  이런 앤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도서관의 책이다. 그래서 부모님께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귀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학교 도서실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책이라고 지목받아 대출 금지 도서가 되었다. 처음엔 11종의 책이었지만 그 종류와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위험한 도서관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아이들은 금지된 책을 여러 방법으로 모아서 그들만의 비밀 도서관을 만든다. 그리고 감탄할 만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자세한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 


  모든 책들이 항의를 받는 이유는...(중략) 어느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하고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책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그건 괜찮았다. 누구나 얼마든지 원하는 방식으로 책을 해석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건 뭐냐면, 자기의 해석만이 유일한 해석이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누가 나쁜 애고, 누가 착한 애일까? 절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한 번도 말썽에 휘말리지 않는 에이미 앤일까, 아니면 학교 이사회가 내린 나쁜 결정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고 뭔가를 행동에 옮기는 에이미 앤일까?


  아이들 각자가 무얼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없는지 결정하는 권한은 부모님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죠.


  아이들이 어떻게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할 말을 꿀꺽 삼키고 침묵하던 주인공이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영웅적으로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점차 참여 인원을 넓혀가며 연대하는 방식,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과 대화하는지 살펴보며 읽어보아도 좋을듯하다. 


  아이들이 책을 선택하고 읽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등장인물의 성장,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어른들의 모습, 의견이 다른 타인을 악마화 하지 않고 나름으로 이해하려는 모습 등이 담겨있어 더 좋았다.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온작품읽기나 함께 작은 책 모임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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