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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pr 05. 2021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

길을 잃을 때마다 생각나는 그 사람 - 함은희 씀

#실천교사서평단 #3월 #북적북적


존 듀이 저/ 엄태동 역/ 박영스토리/ 신봉고등학교 함은희 씀


  해마다 2월이면. 나는 이 책이. 그 사람이 생각난다. 내가 무엇을 위해 교육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서 이 책을. 그 사람을 꼭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든 한 번 읽고 새 학기를 맞이하리라 했으나. 역시 현실은 가깝고 이상은 먼 것이라. 그리하여 이제 늦었지만 서평을 빌미로, 또한 서평 덕분에 다시 한번 뒤져보기로 한다. 


“저는 이 책에서 특정 ‘주의’에 편중되지 않는 하나의 교육철학을 정립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저는 특정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공정하게 분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분석에 기초하여 경험의 철학을 형성하려고 하였으며, 이 경험의 철학과 일관성이 있는 교육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


  어떤 주의에 편중되지 않으려 하는 그의 서문과 관계없이 그의 교육철학은 이미 무슨 무슨 ~주의로 암기하는 대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임용고사 내용으로 그를 만난 대학시절 공부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교직 10년 차가 지나는 시점에 듀이의  이 책을 읽고 이상하게도 친밀하긴 한데, 교육의 관점에서는 학생들과 멀어져 있고 무엇인가 본질과 벗어나 겉돌고 있다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듀이에 대해 임용고사 준비를 위해 만난 교육학자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그에게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그럼에도 그분의 이 얇은 책을 읽고 여태껏 우려먹을 정도의 많은 배움을 얻었기에. 이 책의 내용을 이 글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다. 


  우리가 아는 그의 주장. 또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철학으로,  기존의 교육에 대한 관점을 뒤집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교육내용은 일종의 완성품, 완전한 진리로서 가르쳐집니다. 그런데 의미 있는 교육내용은 삶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의미상의 변화를 겪게 마련입니다. “ 


   “양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새로운 교육철학을 탐구하려고 하며, 교육이 실제적인 경험(삶)의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실제적인 경험(삶)의 과정과 긴밀한 관련을 맺을 때에 의미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


  내가 처음 교단에서 추구했던 것은 지식의 전달자. 내지는 효율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개그우먼의 정체성에서 새롭고 놀라운(?) 수업 기법의 도입으로 활기 있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이렇게 재밌고 신나게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점차 아이들의 삶(과거, 현재 미래 모두) 과는 멀어지고 이것이 교육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뭐지 이 고민은? 이렇게 열심히 연수를 다니며 배우고 날마다 새롭게 적용하려 하는데 왜 이런 괴리감이 오는 것이지 하는 생각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실제로 나의 수업은 주당 5차시에서 3차시는 활동학습위주였지만 활동이라는 말로 아이들과 놀기는 하지만. 지식의 전달을 위한 것이라 이게 맞나? 하는 갈등이 있었고 시험 직전 지식을 요약 전달하는 과정에서 또한, 많은 시간을 활동수업에 썼지만 역시 지식 수업이 있어야 하기에 두 가지 극단적인 교육철학을 구현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듀이가 말하는 두 가지 극단을 다 넘어선 새 교육은 무엇인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학습의 원리를 위배하지 않으면서 미성숙한 학생과 성숙한 어른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그는 참 친절하게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그러니 실제 현장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는 가는 여전히 안갯속과 같은 미지의 세계였다. 


  게다가 그간 나의 수업을 평가하시는 정확한 한 말씀. 내 가진 모든 뼈를 때리는 말씀. 


  네가 학생에게 준 경험이 교육적 경험이었냐고 물으시는 준엄함이 담겨 있는 질문과 같은 다음 구절을 접했다. 


  “하나의 경험 그 자체만 가지고 볼 때에 그 경험은 즐거움을 주고 아주 유쾌한 것일 수 있지만 다른 경험과 아무런 관련을 맺지 못하며 누적적인  발달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험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경험에 쏟아부은 정열은 아무런 가치 있는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 채 낭비되며 경험 당사자는 그저 단편적인 경험된 사실만을 갖게 될 뿐입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고립된 경험들은 산만하며 일관성 없는 태도와 습관을 조장하게 됩니다. 그러한 좋지 못한 습관이 형성됨으로 해서 우리는 이후에 오는 경험으로부터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교육에 대한 방향을 바꾸었는지는 일단 한 가지만 정리하기로 한다. 


  그 후 수업을 구상하면서 늘 고민했던 것은 학생들과 하고 있는 모든 경험이 교육적 경험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과정이었다.  나와 함께하는 이 모든 경험이 학생들의 계속적인 성장을 돕는지. 성장 방향을 바르게 끌어가는 경험을 수업에 녹여낸 것인지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비교육적 경험이 되어 되려 성장을 방해하고 걸림돌이 되고 무용한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분별을 끊임없이 하려 했다.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할지. 어떤 지식 수업을 할지. 무엇을 거론하고 무엇을 거론하지 말지. 어떤 주제의 글쓰기를 시킬 것이며 얼마나 오래 쓰게 할 것이며 수업기법은 무엇을 해 볼까 다양한 궁리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학생별로 이것이 진정 이 학생의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더 단순해지고 더 본질과 연결된 수업의 경험들을 찾아내고  실제 수업에서 조정해가면서 여전히 안갯속을 더듬어 헤매듯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기쁨이 되는 것은 교육내용,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의 기준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학생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교육적 경험을 찾아내는 것이 수업 구성의 핵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나는 여전히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로 시작하는 사람처럼 늘 겸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러하기에. 해마다 2월이면 듀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시 기억하려 한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이 일 년 동안 가고 싶은 곳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신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길을 잃지 말고 가라는,  뼈 때리는 말씀들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있어야 겨우 겨우 이 한 해를 잘 버틸 힘을 얻을 것만 같다. 


  교육과 수업에서 길을 잃었다고 망연한 마음이 들 때, 뼈 때리는 그분을 만나 우리 동료 선생님들이 위로를 받으시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앞부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얇은 책의 중반과 후반에 담긴 많은 영감과 교육과 수업에 대한 통찰들을 많이 나눠주시고 공유해 주시고 실천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길 기대한다.  함께 가는 이 길… 부끄러운 고백도 성실히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번 달의 부끄러운 고백도. 용기 있게 내어 놓는다.


  새싹이 저마다의 아우성으로 솟아나듯…. 번잡하고 열정적이며, 새싹의 아우성 같던 3월도 이제 끝이 보인다…얼씨구나 좋을시고이다. 


  다들 부디 4월엔 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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