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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May 31. 2021

다이너마이트

정기진 씀. 다이너마이트/동화작가 7인/ 사계절

  고학년 단편집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아니 리뷰를 오랜만에 쓴다고 해야 하나. 고학년 단편집을 읽으면 대체로, 씁쓸하고 마음이 어지럽다. 작가들로서는 써야 할 내용을 썼을 뿐인데, 왜 마음이 좋지 않을까. 그건 이 세상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나는 외면하고 싶은 거지. 속이 시끄러우니까. 


  좋은 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사계절 아동문고」가 100권째를 맞이했다. 그래서 특별히 기획한 단편집 두 권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훌륭한 전작들을 가진 쟁쟁한 작가진들로 구성되어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책에는 일곱 작가의 작품이 담겼다. 각각의 다양한 문제의식도 담겨있다. 그것들이 위에서 말한 대로 참 씁쓸하지만 이 책은 따뜻함과 부드러움도 같이 담겨 있었다. 


  김민령 작가님의 『고양이가 오지 않던 날』은 재앙 속에서도 살아남을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재앙은 너무 큰데 희망도 그에 못지않게 커서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을 붙들고 싶다. 그 희망이 재앙을 줄어들게 한다면 좋겠다.


  긴박한 순간에도 엄마의 눈을 피해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지키려던 자매. 진짜 ‘죽을 고비’를 넘긴 엄마는 새끼 고양이를 받아들인다. 세상에 인간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했다. 사람을 믿었다가 당한 끔찍한 일들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무너지려는 다리 앞에서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차를 막아선 사람, 끼니를 못 챙겼을 아이들을 보고 막 싸온 김밥을 나눠준 사람. 이런 사람들 또한 실제로 많다. 세상은 살벌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작품을 첫 번째로 배치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강력했다. 


  이금이 작가님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심리묘사는 짧은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제목인 『구멍』은 판타지로 연결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 판타지란 것이.... 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던 것이 판타지가 된 세상이 온 것인가. 그냥 “판타지는 그때그때, 대상에 따라 달라.”라고 말하고 싶다. 아빠의 판타지, 엄마의 판타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구멍 앞에 엎드린 뒷모습만 살짝 보여주었을 뿐. 우리 집에 저 구멍이 있다면 나는 어떤 세계로 가게 될까. 


  박효미 작가님의 『나의 탄두리 치킨』에서 탄두리 치킨은 화자인 이동완이 사모하는 정영주의 별명이다. 까무잡잡하고 운동을 잘하는 정영주는 남학생들로 구성된 축구팀에 낄 만큼 적극적이고 자신만만하다. 동완이 고백하고 1일째 시작하는 날, 정영주에게 불미스러운 큰일이 터졌다. 힘든 내색 없이 또박또박 혼자 감당하는 영주에 비해 동완은 어떻게 도움을 줄지 몰라 어버버 하고만 있다. ‘이쯤에서’ ‘대충’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은 당사자에게는 상처이고 이기적인 마음일 수 있다. 이렇게 동완이의 연애는 시작도 못해보고 끝났다. 


  『상병차포마』 김선정 작가님의 이 제목을 지그시 보고야 장기말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역시 경험과 아는 것이 많아야 작품을 잘 쓸 수 있다. 장기로 이야기를 쓰시다니 작가는 장기도 좋아하시나 보다. 나는 각 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정도밖에 모르고 누구랑 두어본 기억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각 말의 이름과 맞춰 진행되는 이야기가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런 게 이야기의 맛이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나'에게 학교에 가기 싫었던 이모가 들려준 이야기. 이제 학교 가는 게 꽤 괜찮아질 것 같다. 날마다 새로운 기대도 생기고 말이다. 


  김중미 작가님의 『다이너마이트』는 표제작이다. 표제작이 되기에 적절하게 간결하고도 인상적인 제목이라 생각한다. 노래 제목과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거였다. BTS의 다이너마이트! 도훈이의 학교에는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이 많고 도훈이도 그중의 한 명이다.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고 아빠는 엄마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며 장애인이고 두 분은 이혼했다. 사연은 기구하지만 모두 착한 사람들인 것 같다. 도훈이도 그렇다. 여리고 여성적인 면이 많아 따돌림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며 “노래 가사처럼 내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불꽃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어둠 속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담임인 김현아 선생님의 격려 때문이다. 교사가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참 고맙게 느껴지는 반면에, 내 모습을 비춰보니 자신 없었다. 나는 코로나 시대에 가정방문을 할 만큼 아이들을 깊이 찾아가는 교사가 아니어서. 세상의 ‘김현아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면서 내게 주어진 격려의 역할을 한 번이라도 더 수행해야겠다 마음먹어본다.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김태호 작가님의 『멍든 하늘』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생각보다 아주 많이 존재하는, 그래서 가끔 참사로 언론에 보도되는 아동학대 이야기다. 그들이 자신이 갇힌 수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구덩이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 비좁은 지옥이 세상의 전부인 삶을 살다가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아프다. 참담한 현실은 생각보다 참 많은 것 같다. 그 수렁에서 혼자는 벗어날 수 없으니 주변에서 도와줘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마지막 작품은 박하익 작가님의 제목도 발랄한 『5학년 1반 연애편지 사건』이다. 난 솔직히 연애편지, 연애사건 별로다. 하는 건 다 좋은데 좀 요란 떨지 말았으면 좋겠고, 세상사가 그것밖에 없는 듯이 호들갑 떨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은 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애도 좀 조용히 고상하게 하란 말이야. 할거 하면서 사귀는 건 불가능한 거야? 왜 온 동네 시끄럽게 하고 일상을 방해하면서 요란하게 연애를 해야 되냐고.... 나의 성향 때문이지만 난 정말이지 너무나 질색이다. 이런 성향이 흘러넘치는 아이들을 맡았을 때 평생 중에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것을 표출하는 게 건강한 거다 라는 생각으로 참았는데, 겪어보니 지나친 표출은 건강한 게 아니었다. 너무 감추는 것도, 너무 표출하는 것도 건강한 게 아니다. 그저 무엇이든 적당해야 하느니라.... 적어도 연애는 당사자들끼리만.... 주변에 떠벌리지 좀 말고. 연애편지도 본인들끼리만 좀 주고받고. 남의 편지 다 같이 모여 보면서 낄낄거리는 그런 몰상식한 짓들 좀 하지 말고.


  그 해에 여자아이 하나가 자기 연애편지 내용을 다른 아이가 알고 있다면서 대성통곡을 해서 한참 수업이 지체된 적이 있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달래주고 싶지도 않았다. 상대 남자아이는 다른 반 아이였기에 굳이 불러다 혼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여자아이한테만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현실을 말해준다면, 연애편지를 너는 종이에 썼지만 실제로는 게시판에 쓴 것과 같은 거야. 그런 아이한테 니가 편지를 쓴 거지. 앞으로 또 편지를 쓰려면 그걸 각오하고 써. 그게 싫다면 다음부터는 편지 쓰지 말고 직접 만나서 말로 해.”


  이 이야기의 주제가 그건 아닌데, 연애편지 돌려보는 장면이 나와서 옛날의 분노 기억이 소환됨.^^;;; 아이들아 부디 건강한 연애를 해라. 너희들의 일상까지 망가뜨리진 말고. 서로를 세워주고 성장시켜 주는 존재가 진정 귀한 사람이다. 아이들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길. 


  사계절 아동문고 101번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었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는 건데, 그게 어려운 현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다.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시선들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돌아보는 시선들이 많을수록 희망도 그만큼 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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