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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Jul 01. 2021

죽이고 싶은 아이

정기진 씀. 이꽃님 지음, 죽이고 싶은 아이, 우리학교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읽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만 책이 널리 읽히면 많은 이들이 결말을 알게 되니, 스포가 범람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점이 좀 걱정된다. 하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서 별 걱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정말 결말이 미치도록 궁금한 책이다. 하지만 결말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된다. 결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가 죽였느냐는 작가의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진실은 얼마나 쉽게 그 모습을 바꿔 둔갑하며, 얼마나 쉽게 그 크기가 팽창하며, 얼마나 쉽게 꼬리에 꼬리가 달라붙으며, 원래 단순했던 모습은 간 데가 없고 파악할 수 없는 기괴한 형체로 우리 앞에 서게 되는지. 진실 앞에 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다. 그 거울 속 모습은 참혹하다.  


  비록 영화가 나오면 스포가 난무할지라도 이 리뷰에서 스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해 본다. 나는 스포를 개의치 않고 리뷰를 쓰는 스타일인데 왠지 이 책의 결말은 입밖에 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남 생각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서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간 너무 피곤해 불도 못 끄고 잠에 빠져들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곤 했다. 그럴 때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폰이나 뒤적거리며 잠을 청하곤 했는데, 하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알쓸범잡>을 불러왔다. 깜깜한 새벽, 프로파일러가 말해주는 강력범죄자들의 경악할 이야기들을 들으며 잠을 청하고 있다니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프로파일러는 내게 알려줬다. 악인은 있구나. 어쩔 수 없는 환경이 그를 죄악으로 몰아붙인 게 아니고 그냥 저 자는 악하구나. 저런 자들을 사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런가 하면 악으로 몰아붙여진 이들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뭔가 실수한 점, 미숙한 점, 잘못 판단한 점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 점이 발가벗겨지고, 확대되고, 억측이 끼어들고, 변형되어 재생산된다. 결국 엄청난 괴물의 모습으로 내몰려진다. 누구의 문제인가?


  이 책에선 두 여고생이 나온다. 그중의 한 명 서은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나머지 한 명 주연이는 지금 살인 용의자다. 이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면서 1인칭 시점이 섞여있다. 장마다 다른 이들이 인터뷰 형식의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그걸 읽고 있자면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단순한가? 그렇다고들 한다. 하지만 진실은 한 면에서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자기 각도에서 본 대로 말한 것이 오해였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본 사람을 꼭 비난할 수만도 없다. 다만 자기 시각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 아쉬울 뿐. 


  진실을 알기는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무척이나 조심해야 한다. 그 조심의 틈을 타 자신의 악행을 가려버리는 악인이 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참 무섭고 어지럽다는 생각이 요즘은 많이 든다. 


  나는 대의보다도 눈앞에 닥친 일에 더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라서, 작가의 주제도 주제지만, 이 인물들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서은이, 불쌍해서 어떡해. 서은이 엄마, 이제 어떻게 살아. 주연이, 얘를 어떡하면 좋아. 그리고....ㅠㅠ


  가상인물일 뿐인데 이렇게 가슴을 흔드는 작가의 필력은 이제 놀라운 경지에 오르신 것 같다. 가장 처음 읽었던 동화 <악당이 사는 집>도 좋았고 이후 나온 청소년 소설도 괜찮았지만 이 책이 가장 속도감 있게 한달음에 읽혔다. 물론 힘들게 읽었지만....  영화로도 잘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겠다. 진실이란 인간에게 너무나 큰 주제지만 그래도 한 번쯤 우리가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충격적인 제목의 이 책은 엽기가 아닌 아픔이 그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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