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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Oct 01. 2021

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베너 주니어, 헤럴드 C캐넌, 著. 이창신 옮김. 풀빛출판사

차승민 씀.

  “선생님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배움을 전수하고 가르치는 일을 한 지 24년째이지만 아직도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짙어져 갑니다.


  가르치는 테크닉에 대한 책은 많았습니다.  가르치는 테크닉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목적과 그 바탕이 되는 가르치는 자의 자세에 대한 것은 별로 감흥이 없었습니다. 


  권재원 선생님의 [교육 그 자체]를 읽으며 교육과 가르치는 것에 대한 목적에 대한 큰 줄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편으론 가르치는 자의 자세에 대해서는 언급된 것이 부족해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어느 선생님이 권해준 [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에서 묵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003년 초판 된 이 책은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되었으며 저도 중고 책방에서 구했습니다. 


  먼저 제임스 M베너 주니어는 교육학자이면서 교사이고 대학에서는 역사를 가르쳤습니다. 헤럴드 C캐넌은 대학교수를 하면서 빈민가의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고 하네요.


  둘 다 미국 교육자이고 미국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긴 했으나, 많은 부분 가르치는 자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할애합니다. 아니 목차를 보면 전체를 자세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학습: 맡은 과목에 능통한 교사는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권위: 교사의 권위는 정확한 자기 인식과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도덕: 교사의 도덕적 의무는 학생의 필요와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질서: 교사는 수업의 체계와 분위기에 질서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상상: 상상력이 풍부한 교사는 학습 효과를 높일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연민: 연민을 가진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인내: 교사의 인내심은 학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약점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다

인격: 교사는 자신의 성격과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인격을 계발해야 한다

즐거움 :교사의 기쁨은 학생이 교사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이렇게 단출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를 목차에 둔 교육서적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학습, 권위, 도덕, 질서, 상상, 연민, 인내, 인격, 즐거움.


  목차가 제시한 항목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업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관계 형성에 있어 핵심 되는 가치를 유목화했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학교라는 공교육의 장으로 오면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는 교육계획서를 만들고 그 계획에 의거하여 학교의 교육활동은 일관성을 가집니다. 그러나 실제 교육활동은 교육계획서대로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일 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예측 불가하며, 단위 시간 안에서도 교실에는 교사와 학생수만큼의 변수가 발생하고 조절하며 진행해 나가는 예측불허의 예술적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불협화음을 기본적으로 내재한 활동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비교적 계획적이고 권위적이며 당위를 가지고 하는 행동임에 비해, 배운다는 것은 그 순서와 절차가 개개인이 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이 책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중간지점에서 교수와 학습이 일어나는 그 상황과 순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핵심적이고 총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가르치고 배운 것이 예술적인 활동이라 칭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무계획적인 우발성이 난무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즉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의도한 방식이 아닌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그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뜻도 되지만 훌륭한 계획도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들은 그런 모호한 중심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습]을 잡았습니다. 


  [능통한 교사는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게으르지 않게 공부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일이지만 게으르지 않게 학습하는 대상은 궁극적으로 학생이 학습하도록 조력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습을 하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내용이 바로 [권위]입니다.


  이제껏 가르치는 자의 권위를 말한 교육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권위가 깔려 있기는 했으나 권위란 단어를 직접 쓰는 글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권위주의와 권위가 다르듯 교사는 가르치는 것 자체에 권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은 자기 인식과 자신감에 기인하며 그것은 다시 학습으로 연결됩니다. [도덕]과 [질서]는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에게 나침반과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도덕이 나침반이라면 질서는 가이드와 같습니다. [상상]과 [연민]은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핵심을 알려줍니다. [인격]과 [즐거움]은 가르치는 교사가 오랫동안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준다. 이것은 반대로 가르치는 일 자체가 겉으로 보기엔 별 성과도 없고,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으며 교사 자체가 소진되는 것 같아 오는 권태로움에 대해 지치지 말도록 저자가 하는 당부라고 생각됩니다.


  책 자체는 그렇게 두껍지도 내용이 길지도 않습니다. 사례들은 미국의 것이라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쓱 훑어보면 교육에 대한 그렇고 그런 좋은 말만 나열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교실에서 치열하게 가르치며, 실패하고 허탈한 그 무수한 감정을 겪어본 교사들에게는 달리 보일 것입니다.


  매일매일 치이고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가르친다는 것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구하기가 어렵지만 꼭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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