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천교육교사모임 Feb 02. 2022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

김현규 씀

김윤상, 경북대학교출판부, 2021


  ‘공정’은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단어다. 사방에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 제도를 성토하고 정치권은 연일 ‘공정’한 대한민국을 약속한다. 하지만 ‘나에게 유리한 것이 공정’이라고 우기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가? 어떤 책으로 학생들과 공정한 사회, 이상적인 사회 제도에 대해 공부하면 좋을까 하다가 추천을 받은 책이 『토론으로 찾아가는 이상사회』(김윤상. 2021)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도 이성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대구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지식과 세상>에서 교육의 진정한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첫 교재로 이 책을 기획하여 2021년 1월 펴냈다.


  비교, 분류, 예시가 많이 사용되었고 특히 개념을 분명하게 밝히는 정의를 자주 사용한다. 같은 용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면 논의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의에서 다룰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해서 독자가 용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범할 수 있는 오류와 혼란을 미리 방지하는 방식은 연구자의 글쓰기인 논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교수였던 저자는 이런 방식의 글쓰기에 익숙할 것이므로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고 볼 수 있다.


  표도 많이 나온다. 굳이 표로 정리해서 보여야 할까 싶은 부분에도 표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비교할 때 표를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글쓰기 훈련의 결과 같다. 사실 표를 사용하니 비교가 한결 쉽기는 하다. 논문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표 1], [표 2]과 같은 형식으로 제목이 붙어 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형식이 내용을 단단하게 담아내는 글쓰기 방식 덕분에 내용이 낯설고 다소 어렵지만 읽기 어렵지 않았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대결에서 화합으로


토론 1. 인간의 성향과 사회제도

토론 2. 균형형 제도에 어울리는 분배

토론 3. 환생 후의 사회제도를 설계한다면?

토론 4. 특권의 사례와 대책

토론 5. 특권 다시 보기

토론 6. 운은 ‘이상한 놈’

토론 7. 현실의 주민은 어떤 제도를 지지할까?

토론 8. 균형형 제도로 충분한가?

토론 9. 민주 사회에도 특권이 많은 이유

토론 10. 정치 개혁과 공직 개혁

토론 11.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시민

토론 12. 뜻을 버리지 않는 한 개혁은 가능하다


인용 문헌

해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특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소득의 원인으로 노력, 특권, 운을 제시하면서 특권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상 사회는 대등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성향을 지녔든지 이타적인 성향을 지녔든지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는 균형형 제도를 가지고 있는, 자유롭게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고 특권이 없는 사회로 요약할 수 있다.


  특권 이익 즉, 지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이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높아졌다. 특히 사례에서 학벌 특권을 다루고 있는데 시험 만능주의와 능력 주의를 특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신자유가 대표하는 보수 쪽에서 “경제 효율을 위해서라도 특권 자체를 없애야 하며 그게 어렵다면 특권 이익이라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상적이다. 이 세 사람은 다음과 같은 균형형 사회 제도의 특권 대책 3원칙에 합의한다. 

하나, 꼭 필요한 최소한의 특권만 인정한다. 
둘, 특권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 
셋, 특권 이익을 환수하여 공평하게 처리한다.

  이 책은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토론자 세 사람(고복지, 나중도, 신자유)과 토론 사회자 한 명(이상향)이 등장하는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토론자 세 사람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이성과 논리에 의해서만 신중하게 판단하고 상대를 존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적인 사회제도를 모색하기 위해서 비전 제시 방식, 연역 방식, 주민 합의 방식 중에서 주민 합의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합의 상황에 대해 가정을 두고 ‘환생 사회 설계’라고 명명한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어렵고 복잡하며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대담 형식의 대화체와 문답법으로 수월하게 풀었다. 수월하게 풀었고 판형이 작고 분량이 136쪽으로 두껍지 않지만 담긴 내용의 깊이는 만만하지 않다. 대체로 저자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경북대학교출판부에서 펴낸 책들을 인용했는데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 책이 눈에 띈다. 인용 문헌 뒤에 해설을 덧붙였다. 체계적인 글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읽는 데 익숙한 사람이 보면 좋아할 책이다.


  학생들과 수업을 위해 읽는다면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특권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은 후 현재 우리 사회 모습에 비추어 논의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은 특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중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에겐 용어가 약간 어려워서 용어를 따로 정리하게 해야 할 것 같고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한 살 감정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