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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로운 생각 Mar 07. 2024

퇴직 후에도 잘 사는 사람이 가진 것

회사를 떠나기 전에 이것부터 준비하세요

  

안 쓰는 집안 물건을 내다 파느라 중고마켓 앱을 열었다. 간혹 찾아보는 나의 평점, 간만에 들어가 보니 나와의 재구매 희망률이 100%가 아니었다. ‘이상하다, 늘 100%였는데….’ 신경이 쓰여 지난날을 돌아보는데 언뜻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쿵쿵쿵쿵’ 사무실 현관문 너머로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온다고 약속된 사람이 없던 터라 그냥 위층으로 올라가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발소리는 내 사무실 앞에서 딱 멈췄다. 순간 의아했다. '누굴까.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 그런데 아뿔싸. 잠시 뒤 나는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아니, 대체 양심이 있는 겁니까?”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전날 내게서 물건을 사 간 사람이었다. 붉으락 푸르락 얼굴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계단을 올라와서 그랬는지 여튼 금방 불이라도 날 것 같았다.      


“아무리 중고라지만 못 쓰는 물건을 팔면 어떻게 합니까?” 그때까지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게서 사간 책상 2개와 의자 2개, 나는 거의 쓴 적이 없는 새것 같은 물건인데 못 쓰는 물건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사이도 없이 거칠게 몰아붙이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그분이 내게 사간 책상의 다리 하나가 수평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차도 없이 버스 정거장 두 개 거리를 낑낑거리며 겨우 들고 갔는데 몹쓸 물건을 팔았다고 화를 내셨다. 그러시며 그 큰 물건을 버리지도 못하고 어찌할 거냐며 다그치기를 반복하셨다.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회사에 다니며 숱하게 고객 컴플레인을 처리했건만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속이 말이 아닌데 가슴에 화염 하나가 던져진 것 같았다. 사업장을 오픈한 지 1년도 안 돼 폐업 신고를 하는 것만도 서러운데 다짜고짜 맞닥뜨려진 상황에 속이 상했다.     


게다가 내가 팔았던 책상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물품들을 가구점에서 한꺼번에 사다 둔 후 그대로 모셔만 두고 있었다. 사업이 잘됐다면 써도 여러 번 썼을 텐데 아쉽게도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다리의 수평이 안 맞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리고 어쩌면 그분이 직접 그 먼 거리를 가지고 가는 동안 뒤틀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 무엇보다 빨리 상황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가 드릴 수 있는 제안은 다 드렸지만 모두 싫다고 하셨다. 그렇게 반 시간 뒤, 그제서야 성이 풀리셨는지 다 필요 없다며 소리 지르며 나가신 후에 상황이 마무리됐다. 그 순간,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이 그대로 얼 것만 같았다. 전기료 걱정에 보일러 없이 생활하기가 여러 날이었다.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방금 전 일 때문인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정리하게 된 사업장 때문인지, 아니면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난 이유 때문인지... 그저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울고, 울고, 또 우는 일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퇴직 준비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그만큼의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자격증부터 따라 하고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한다. 만약 누군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려 한다. 퇴직 전에 진짜 해야 할 준비, 그것은 마음의 준비이다.     


회사를 나오기 전 어떤 준비를 할지라도 생각처럼 되는 법이란 없다. 자격증을 딴들 활용할 만한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들 그게 유용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 어떤 준비를 했어도 처음부터 계획처럼 흘러가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준비가 마음의 준비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도 외로워하지 않는 마음.      


퇴직 후에는 자기와의 싸움이 많아진다.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세상을 향한 숱한 준비보다 나를 향한  하나의 준비. 머지않아 회사를 떠나실 분들이라면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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