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통지서는 반드시 아이와 보호자 한 명이 함께 학교에 직접 방문해 제출해야 한다.
아이가 다닐 학교는 이틀에 나눠 접수를 받았고, 첫날은 저녁 8시까지 학교가 열려 있었다.
초등학교가 그렇게 늦게까지 열려 있는 일은 드물 텐데, 워킹맘과 워킹대디를 배려한 조치처럼 느껴졌다.
퇴근 후 아이 손을 잡고 오후 6시 반쯤 학교에 도착해 안내받은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는 밝은 얼굴로 맞아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선생님들이시구나.
1학년을 맡으시는 걸까?
이 중 한 분이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되실까?
오늘은 취학통지서 때문에 야근을 하시는 거겠지?
야근 수당은 받으실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직장인으로서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쭈뼛쭈뼛 의자에 앉아 있던 아이에게 선생님들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름, 함께 온 사람이 누구인지, 부모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까지.
아이의 안전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들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국가가 내가 한 인간을 제대로 키워왔는지 점검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렇지.
아이는 내 아이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기도 하다.
국가는 아이에게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동시에 부모인 나에게는 학교에 보내야 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고,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지,
내가 잘 챙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머릿속으로 점검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질문과 답변이 끝났고,
1학년 몇 반이 될지,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던 아이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약간 뾰로통한 얼굴로 학교를 나섰다.
나는 여러 장의 안내문이 담긴 서류더미를 들고 복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 서류 속에는 가장 궁금했던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학사 일정, 돌봄 교실, 늘봄교실(맞춤형 교실), 방과 후 수업 안내와 신청 방법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단어들이었다.
돌봄, 늘봄, 방과 후... 이제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계산해야 할 내 일이 되었다.
아이의 하교 시간은 날마다 달랐다.
어떤 날은 점심을 먹고 바로 하교하고, 어떤 날은 한 시간 더 수업을 듣고 집에 온다.
결국 내가 채워야 할 시간은 대략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초등학생이 오후 1시에 하교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5시간의 공백을 채우는 과제를 받자 생각보다 더 막막해졌다.
돌봄 교실은 무엇이고, 늘봄교실은 또 무엇일까...
아홉 시에 데려가 다섯 시까지 봐주던 유치원이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작년 한 해는 유치원과 태권도를 조합해 나름 완벽한 스케줄이었는데.
유치원, 1년만 더 다니면 안 될까요….
며칠 동안 검색하고, 주변에 묻고, 혼자 공부하듯 정리한 끝에 일단은 결론을 냈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맞춤형 교실을 이용하고, 방과 후 수업은 일정과 비용을 보고 결정하기로.
올해는 다행히 친정엄마의 도움이 있어서 반드시 저녁 여섯 시나 일곱 시까지 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 도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돌봄 교실을 신청하거나, 방과 후와 학원으로 시간을 채우거나,
아니면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7년간 아이를 잘 키워 의무교육의 현장까지 데려다 놓았지만,
돌봄 공백은 오히려 더 커졌고,
회사에서도 그동안의 잦은 휴직과 단축근무에 대한 청구서를 내미는 것만 같다.
나 계속 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