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뉴스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였다니

학군지 친구를 만나고 온 날

by 우당탕탕엄마

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입학생은 100명이 조금 넘었고
한 반의 정원도 20명이 넘지 않았다.
1학년 2반 45번이었던 나는 오전/오후반이 있었다던 남편에겐 명함도 내밀지 못했고,
우린 아이들 수가 정말 줄긴 했다며 웃어넘겼다.

며칠이 지난 주말.
아이의 유치원 친구와 키즈카페에서 만나 시간을 보냈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유치원에 다녔지만 7살 여름 무렵 근처의 학군지 동네로 이사를 간 친구였다.
첫째가 7살이 되니 많은 친구들이 학군지를 찾아 이사를 갔는데,
5살 때 함께 유치원 버스를 탔던 친구들은 6살이 되자 반으로 줄었고, 7살이 되자 1/3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도 학군지로 이사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복잡한 사정(a.k.a. 자본 부족)으로 마음을 접었을 뿐.
아니, 완전히 접은 것도 아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지역, 어떤 아파트로 가고 싶은지도 남편과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학군지로의 이동의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초등 5학년때까지 열심히 돈을 모아 이동해 보자 미뤄둔 것이었다.

어쨌든, 서울 유명 학군지의 초등 입학 풍경은 우리 동네에서 느낀 것과 꽤 달랐다.
입학생은 첫째가 다니는 학교의 3배가 넘어 그 지역의 모든 학교는 과밀학급이었고,
아이들을 서로 다른 학교로 보내려고 아파트 간 다툼이 있을 정도라 했다.
'우와.. 우리 옆 학교는 곧 없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하던데..'
[서울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양극화 심해...]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학교가 과밀인 건 우리 아이에겐 좋지 않을 수 있겠다' 애써 위로할 수 있었지만,
다음 이야기는 온통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학군지이다보니 아이들 학원이 정말 다양해서 선택지가 넓다고 했다.
유명한 학원 체인점은 모두 근처에 있었고 그 외에도 별의별 학원이 다양했다.
워킹맘도 많다 보니 학원 간 연계가 잘 되어 아이 동선 파악이 좋고,
동네에 온통 취학 아이들이니 키우기가 좋다고 했다.

이번에 첫째 스케줄을 짜면서 이런저런 학원들을 알아보다
동네에 보낼만한 학원이 몇 개 없고
유명한 학원도 차량 픽업이 오지 않는 동네에 사는 것이 답답했던 차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학군지는 다르긴 다르구나, 이래서 다 학군지를 가는구나' 싶었다.

첫째 친구들이 하나 둘 이사를 갈 때마다 느꼈던 감정.
나도 가야 하나?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지? 불안, 초조함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본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옮기고자 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뭐랄까 그만큼 급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서 잠시 미뤄둔 것이긴 했다.

우린 학군지의 면학 분위기와 학원 등의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재정적으로 무리하게 움직이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비학군지에서 자랐지만 나름의 길을 찾아온 우리 부부기에 '꼭 그래야만 할까' 생각했던 것일지도

이제 초등학교 입학했는걸.
아직은 체력 기르고 공부습관 잡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물론 그것마저 잘 안되고 있지만),
내 마음은 또 가시 돋친 방석에 앉은 듯 불편해졌다.

남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대번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 어디 보자. 지금 집이 얼마고 가고 싶은 집은 oo 억이니까 이사하려면 N억이 더 필요하네? 못 가겠는데?"

하하..
파워 T인 남편의 대답은 순간은 짜증 나지만,
곱씹어 보면 또 맞는 말이라
끓는 물마냥 팔랑거리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고마워 죽겠네.

지금의 입시 중심의 과열된 사교육 현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사교육 시장에 다시 발들이게 되었다.

또 티브이나 신문에 나오는 부모처럼
사교육 일절 없이 아이를 키우는 그런 용감함은 나에게 없다.

그러다 보니 이왕 사교육 하는 거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사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없고
대출 없이 이자 없이 줄 수 있는 건 내 사랑뿐이니
가능한 사랑을 많이 주는 수밖에.. 다짐한다.

그리고는 유튜브 추천 영상에 뜨는
'초등 저학년 때 꼭 해줘야 할 것',
'이것만 알면 비학군지 문제없다' 같은 영상을 클릭한다.

분명 10분쯤 보다 말 거고,
반도 실천하지 못할걸 알지만
이 영상이라도 하나 봐야
오늘 밤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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