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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균 Nov 20. 2016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결혼 16년이 지난 지금..

[결혼 후 16년의 세월]

결혼을 한 지 16년이 되었다. 이제야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했다. 역설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때밀이 기능사 자격증'이나 '피부미용 관리사 자격증'처럼 특정 과목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으면 결혼생활을 잘 할것처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젊은 시절, 사랑에 관해 낭만적인 관점을 지탱해왔고 결혼을 하기 위해선 세 가지를 족히 통과해야만 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그 또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나를 받아들여주었다. 그러나 당연히 진짜 러브스토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허구한 날 싸우고, 아이들과 배우자 몰레 바람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몇 번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는 것..


국어사전에 부부 사이란 : "부부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단일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 수많은 진전, 단절, 재협상, 소원한 기간, 감정적 회귀가 엄청나게 깔려있어 적어도 스무 번 이상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것" 우리가 이렇게 정의된 문장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그것도 오직 한 사람과 말이다.


결혼을 했을까?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한동안 결혼 생활을 해보니 어때?"


흥미롭고 걱정스럽게도, 뚜렷한 파국이나 큰 행복 없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축에 들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노화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잠을 아무리 많이 자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조금씩 더할 것이다. 올해 찍은 이상한 사진은 내년에 보았을 땐

"내가 이렇게 젊었었나!"

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알았던 나이 많은 아저씨들처름 우리 손에도 우리의 얼굴에도 순식간에 검버석과 기미가 생길 것이다.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씩씩한 태도로 내 인생을 관대하고 희망적으로 보는 관점을 찾고 나 스스로에게 친구가 되어줄 줄 알아야 한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

우리의 젊은 시절은 숨이 막힐 듯 커플 중심으로 돌아가고 애인이 없으면 마땅히 전화를 걸 곳도 사라진다. 나와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괜찮은 사람을 발견하면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허약함 그리고 약점. 그것을 서로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가 지지자로서의 큰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면서 때론 자신의 아픈 경험을 공유도 하면서 우리는 가까워지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순간이 지나 사랑의 초기단계에 이르면 반드시 감추는 게 적절해 보였던 많은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들춰내 보인다. 마침내 순진한 안도감이 생기게 되는 시점이다. 그때 이미 우리는 나 자신보다 어쩌면 나를 더 훨씬 더 잘 이해해 줄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순간 감정은 최고조에 달한다. 나의 연인은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유치하고, 공상적이고, 때론 거칠며, 희망에 들떠있고, 허 악하고, 다중적일 수 있는 나를 이해하고 눈감아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는 우리의 지인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어?", "저 친구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지만 정작 본인의 삶과 결혼에 대해선 엄정한 분석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충은 알고 있다. "그냥 사랑해서지 뭐.... 이유가 있어야 돼?"


[결혼을 하는 이유]

서로가 상대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존하고 '동결' 시키길 원해서다. 우리는 그것을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황홀한 기분이 영원해지길 기대한다. 바로 그 순간, "이 사람이 바로 나와 함께 늙어가고 싶은 여자? 남자?라는 느낌이 확실해진다.


[결혼 후 별것 아닌 일들로 싸우는 것들..]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들(회사 문제, 박근혜 문제, 나라 문제, 아버지 엄마 문제....)에서는 복잡성을 감안하여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나 가정에서만큼은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감정을 세우곤 하며, 이 때문에 협상이 오래 걸리는 데에 대해 날카로운 반감이 생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어찌 보면 신체적인 이유가 아닌 감정적인 이유에서 말이다.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 없으면 기분이 점차 비통해진다. 원인도 잊은 채 자꾸만 화만 나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쪽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려 들지 않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이 끝내기만 바라고, 잔소리를 듣는 쪽은 자신의 반발이 합리적 반발이라고 욱인다. 양 당사자는 지루하기만 한 이 문제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우리가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걸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결혼했을까?


[삐짐과 토라짐]

이 감정의 핵심에는 상대에 대한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자체가 모욕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만 하는 이유]

의사 전달을 잘하는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그런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고백과 솔직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용기의 매우 귀중한 원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그렇게 되지는 못했지만 성장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이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당신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야.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우리 잔고의 공동 소유자이고, 우리 아이들의 공동책임자야. 그래서 당신 마음속 기이한 구석구석들을 알고 싶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싶어. 당신이 바라는 모든 일을 하거나 당신이 바라는 모든 존재가 되진 못할 거야.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서로 용기 있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는 있다고 믿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침묵과 거짓말인데. 그건 사랑의 진짜 적이잖어?"


우리는 이런 식의 대화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고?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사랑하는 사랑을 '가르친다'는 개념은 건방지고 부적합하고 몹시 해롭게 느껴진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가 변화하기 바란다는 말은 꺼낼 수 없다. 오로지 상대의 인격을 발전시키고자 진심으로 노력하는 수 밖에는...


[양립할 수밖에 없는 욕망]

잘 다려진 셔츠, 깨끗한 스커트 시크한 분위기 심플하면서도 낙낙한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저녁의 길거리를 점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지만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에게 밤은 격정과 흥분 그리고 모험을 약속한다. 몇 시간 내에 사람들은 분위기 좋은 술집으로 들어가 알코울과 와인에 취하고 고동치는 음악 위로 몸을 마구 흔들기 시작한다.

어느덧 취기에 모험을 추구하고 동시에 외로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긴다. 유부남과 유부녀들은 섹스와 애정, 열정과 일상을 통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취기이든 취기가 아니든..

우리는 여기에서 물어본다.


모험과 안전이 양립할 수 있을까?


사랑이 넘치는 가정과 아이들 자신의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평생을 함께할 서약인 결혼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둘 다 낭만적이고 매력적이라고 해도 두 가지 동시에 만족할 순 없다. 그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지 않다. 다시 말해 양립할 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여자의 욕망]

여자들도 여자들만의 욕구가 있어서 가끔은, 설사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훌륭한 어머니라 할지라도 어떤 모르는 낯선 사람이 그를 알아봐 주고 그들을 절박하게 원해주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상의 분별력을 잃는다거나 아이들이 먹는 간식거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남자에게만 내면세계가 있고 욕정을 풀고픈 마음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서로의 비밀 유지]

우리는 살면서 '정직성'에 대하 너무 많이 감명을 받았다. 늘 솔직한 것이 최고의 미덕임을 제도권 교육 내에서 허구한 날 받아왔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훈의 1순위 목록에 들어있는 항목이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는 정중함의 미덕과 화이트 레벨의 거짓말 같은 미덕들은 자꾸 망각한다.


아끼는 사람에게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비밀을 털어놓아버리는 사람 이런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남편이나 혹은 부인이 간밤에 어디에 있었는지, 자꾸 의심이 들어도 날카롭고 무자비한 검사처름 질문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현명하고 사랑의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왜냐?

진실이 거짓보다 부부의 관계를 훨씬 더 왜곡할 수 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

나이가 들면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미숙함을 새로이 자각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각자의 부부보다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심리치료는 늘 농담 거리로 삼았다.


심리치료는 시간과 돈이 남아도는 미친 사람의 전유물로 여전히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 제대로 된 치료사를 찾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부부의 특정 문제들은 드문 현상이 아니라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온 보편적인 문제라는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심적으로 약간 불안정한 사람은 상대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질투심을 분출하고, 서로의 관계가 '더 가깝지' 않는 것을 슬퍼하며 일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쉽다. 또 한편으로 회피적인 사람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때때로 성적 친밀함에 대한 요구를 힘겹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든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은 어렸을 때 부단한 실망을 극복해야 했고 그 결과 감정의 노출이 어색하기만 한 대단히 방어적인 성인이 되었을 수 있다. 그들은 공격전략과 요새 구축에 능하지만, 경계를 늦추고 자신의 약점과 슬픔을 인정할 때 오는 불안을 견디는 일에는 대단히 서툴다.


우리는 왜 배우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을까?


결혼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선물? 바로 그들의 서로의 취약점에 대한 안내서를 주고받지 못한 것을.... 사랑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기술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스스로에게 전해야 하는 중요한 통찰은 대개 밤이 되어야 찾아온다. 어둠이 내린 후에야 들리는 도시의 교회 종소리 처름....


[결론]

결혼은 시간이 지날수록 낭만에서 멀어져 현실에 점차 가까워진다. 영원히 사랑에 정박해 있는 결혼은 드물거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삶은 지치고 감정은 메말라간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결혼 생활의 진정한 동력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난 요즘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삶의 추함을 인정하고 낭만주의를 뛰어넘어 짧고 뜨거운 사랑을 일생으로 확장하는 일에는 철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랑이 성숙함으로 이르는 길에서 두 사람은 토라짐, 갈등, 다툼, 배신 등을 겪는다.


일상의 비끗거림은 맹독으로 작용하기 쉽지만 성찰을 담으면 묘약으로 연금된다.


우리는 서로가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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