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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균 Nov 11. 2018

오만과 편견을 읽고

삶의 윤리에 대해 강제없는 호소

1. 책 소개


- 원제 : Pride and Prejudice 

- 초기제목 : 첫 인상.

- 시대배경  : 18 ~ 19세기 영국

- 첫 발행일 : 1813년 1월 28일

- 번역본 : 2016.10.27일/시공사/ 옮긴이 고정아.


2. 책의 줄거리.


영국 남부 하트포드셔의 작은 마을에 사는 베넷家(Mr. Bennet)에는 결혼적령기의 다섯 자매가 살고 있다.(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키티, 리디아).그 중 맏딸(제인)과 둘째 딸(엘리자베스)이 결혼 적령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때마침 이웃 마을(하트포드셔의 옆 마을인 네더필드 파크)에 귀족 가문의 잉글랜드 북부출신의 부자이자 젊은 남자인 빙리가 이사를 오고, 그의 친구 다아시가 방문 한다.


당시 18,19세기 영국에서는 아버지인 베넷 씨가 죽으면, 남자가 있는 다른곳에 재산을 상속시킨다는 계약에 따라(한사상속-여지에게 상속을 금지하는 조항 때문에)재산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여있었고, 그럴 경우 베넷 씨의 친척인 목사 콜린스 씨가 재산을 상속할 예정이었다.


그저 그런 집안의 여성들에게 유일한 신분상승의 길이며 생계대책이었던 결혼을 위해 베넷부인(Mrs. Bennet)은  딸들을 최대한 빨리 결혼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베넷 씨는 베넷부인과 달리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으며 반면 주인공인 엘리자베스(Elizabeth Bennet)는 경제적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사랑을 위해서만 결혼하려 하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그에 반해 큰 딸 제인은 자매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엘리자베스만큼 활발하거나 영리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상냥하며 사려 깊은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착하고 예의바른 성품으로 사람들을 잘 의심하지 않고 흉보거나 미워할 줄 모르는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하여 빙리씨와 잠시 틀어지지만 결국 빙리가 그녀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둘은 이어지게 된다.


둘째 엘리자베스역시 계층과 돈으로 옥조이는 사회적 부조리에서 벗어나 팸벌리 라는 대영지를 소유한 피츠윌리엄 다아시(Fitzwilliam Darcy)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엘리자베스의 편견과 다아시의 오만함이 제인 오스틴의 치밀한 필체로 묘사되고 그러한 선입견이 사라지는 순간, 둘의 사랑은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2005년에 개봉한 오만과 편견


3. 독후록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일반적인 윤리학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한다. 작가가 보여준 인간군상에 대한 식견과 통찰을 함께 하는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책을 쓰는 일도 그러하거니와 숙성시킨 생각을 날카로운 문장으로 길어올린 섬세함은 깊고 서늘하다. 인간의 성격에 대하여 곱씹고 싶은 문장들이 산재해 있음은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나 책 속에서 보름간을 통해 만나본 사람에 대해 “누가 어느 상대를 안다”는 것은 상대 자체의 진실이 아니라 상대에게서 얻어낸 말과 행동에 따른 자의적 해석과 몇가지 그 사람 주변을 형성하는 군더더기 정보들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기준에 맞는 몇가지 정보를 조합하여 상대의 전체로 착각할뿐 그 나머지는 오만과 편견속에 방치된다.편견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는 진부한 진리를 강제없이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 한지를 몇몇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두꺼운 철학책 보다 소설에서 말하는 윤리학이 우리가슴에 더욱 와닿게 한다. “삶의 윤리” 라는 것이 도덕책에 나온 “바르게 사는 삶”, “행복하게 이르는 삶” 의 추상적 개념어가 아닌 일상생활의 언어로 생생하게 묘사된다면 좋은 소설은 그 자체로 삶의 윤리적 가능성에 말없는 호소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속 등장인물의 행동양식이 작가의 윤리학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느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준 다섯 가지 강제없는 삶의 윤리학은 다음과 같다.  


첮째, 피할수 없는 악덕을 당했을 때

콜린스씨는 주인공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품어 청혼을 하였으나 거절을 당하고 만다.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따님의 행동에 분개하지 않습니다. 피할 수 없는 악덕은 체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그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체념이 가장 완벽할 때는 원하던 것을 거절당한 뒤에 그것이 애초에 생각하던 만큼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달을 때 입니다.”


둘째, 세째 딸 메리 가 생각하는 '오만' 이라는 성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오만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단점이지.오만은 널리 퍼져있고 인간 본성은 특히나 그러기 쉽게 되어 있어 우리중에 자신이 실제로 가졌거나 가졌다고 상상하는 속성들에 흡족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허영심과 오만은 흔히 비슷한 뜻으로 쓰지만 별개의 것이야.오만하지만 허영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오만은 자기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뿌리를 두고 허영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지.”


셋쩨, 위컴과 다아시 사이에 누가 정당한가에 대해.


위컴의 말과 다아시의 말들을 놓고 과연 누가 정당한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엘리자베스는 말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어. 선택은 자유지만 한쪽에 만족해야 해. 두 사람 사이에는 한 사람만 괜찮은 사람으로 만드는 그 정도의 미덕밖에 없어.나는 다아시가 한 말에 기울고 있지만, 언니는 언니의 선택이 있는 거니깐”.


넷째, 우리는 타인이 결정할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되는 이유


다아시의 사촌이자 다아시의 공동후견인인 피츠윌리엄대령과 엘리자베스간의 대화가 잠시 이어진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아시가 친한친구 빙리의 부주의한 결혼을 막아주었다는 사실을 피츠월리엄에게 전했고 그 이야기를 엘리자베스에게 말한다. 그것이 자기의 언니일이라 엘리자베스는 몹시 불쾌해 했고 그 말을 듣고 피츠윌리엄 대령에게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왜 다아시는 남의 일에 재판관 노릇을 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분 친구가 품은 애정이 옳은지 그런지. 그 타당성을 결정할 권리가 다아시 씨에게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요.친구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를 왜 다아시 씨가 판단하고 정하고 지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친구가 행복할 방법을 오직 자기 생각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도요. 그런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모르면서 비난하는건 옳지 않죠.” _246 page


다섯째,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전개된 캐서린 드 버그 숙부인 과 엘리자베스의 대화속에서 우리가 느낀것은...


엘리자베스가 숙부인 앞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 용감하지 아는게 아니라 실제로 용감해 지는 것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아는게 아니라 스스로 정의롭게 되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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