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다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초등학생 아들이 매일 하는 말이다
ㅡ 넌 이미 네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 마음대로 해 봐. 안 되면 다시 해 보고.
내가 매일 하는 말이다.
이 말을 나에게 좀 더 일찍 말해줬다면 나도 조금 더 일찍 달라졌을까?
난 공부 잘하고 조용한, 존재감은 없는 학생이었다.
감정을 읽히기 싫었나? 무표정하고 무뚜뚝한,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친구들이 그렇게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할 때, 나의 유일한 여자 사촌이며 나의 베스트 친구인 K가 H.O.T의 토니를 좋아해서 얘기를 나눌 때야 나도 스으윽 "그런가" 하며 묻혀가듯이 멋진 것 같다고 인정할 정도로 뚜렷한 개인적 취향은 없었다.
그런 내가 대학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였지만 늘 미지근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ㅡ 그래. 솔직할 수는 없었을까. 더 열심히 해 볼 수는 없었을까.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게 나의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이 있어서 지금도 있는 거니까.
교사 임용에 번번이 실패를 하고 기간제교사로 일하면서도 어쩌면 스무스하게 조용한 삶, 남들 보기에 착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결혼으로 인한 안정감?
엄마로서의 용감함?
불편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친절하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싫을 때는 웃으며 거절할 줄 아는,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외유내강. 처음에는 체념인가 했지만, 체념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믿음이 아닌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나, 그런 말을 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세상의 흐름을 알고 흔들려도 꺾이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자.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는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김수영 시인의 <풀>처럼.
까짓 껏 누우면 어때? 마음대로 해 보고 다시 하든지 아니면 주변에 도와달라고 하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