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도전하는 사람이 되자.
IB학교에 근무하며 낯선 용어를 많이 접했다. IB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부모로서 나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배워보니 학생들의 이해, 표현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특히 IB 학습자상은 초등학생 아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나는 그중 '도전하는 사람'을 아이에게 자주 강조하고 있었다. 위험한 일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새로운 시도,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보는 사람이 되자고.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고 얘기한다.
우리 아들은 많이 쿵쾅거리고 겉으로나 속으로나 꽤 시끄러운 1학기를 보냈다. "저러다 큰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 보내기에는 믿음이 덜 가는, 늘 늦되고 덜 성숙한 아들은 이것저것 배우고, 나름 호된 정신 훈련과 같은 방학을 보내고 조금 자란 모습으로 2학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곧 새 학기 반장선거 소식을 나에게 알렸다.
"엄마, 다음 주에 반장 선거 한다고 해요. 나 이번에도 나가볼까요?"
공부에 있어서는 아웃풋이 좋은 아들은 사실 장난꾸러기에 외동티가 많이 나는, 예민한 아이로, 1학기 반장 선거에 나가서 단 1표만 받고 떨어지고, 부반장 선거에 또 나가서도 1표만 받아서 온,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보는 참한 학생은 아니다. 아이가 조용히 말해준 그 1표의 비밀, 역시 자기가 쓴 것이었다. 그러나 1학기 때는 거의 반 전체가 나가는 분위기였고, 2학기 때는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또 떨어질 텐데, 속상하다고 울거나 화내면 어쩌지? 나가지 말라고 할까?'
고민 끝에 아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해 보겠다는 아들.
"그래, 나가보자. 그럼 어떤 준비를 할까?"
우리는 유튜브를 찾아봤다. 세상에나. 전교학생회장 선거도 아닌데 정말 기발하고 다양한 의견 발표 방법이 있었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이름 삼행시. 아들에게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를 적어보자고 했다.
"○,○●■이 변했습니다.
●, ●※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급식도 잘 먹고 친구들을 도와주고 화내지 않는 ○●■이 되겠습니다.
■, 현재와 미래 모두 잘하는 ○●■이 되겠습니다."
이것은 반장선거글이 아니라, 아들의 다짐글이었다. 친구들에게 하는 약속. 얼마나 지켜질지 알 수 없으나, 교실 앞으로 나가서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말하는 약속, 다짐.
선거날 아침, 나는 아들에게 몇 번이나 확인하고 다독였다.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그럴 수 있지?"
"그럼. 나 그냥 나가볼 거야."
그리고 그날 오후. 아들은 나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엄마, 나 반장선거는 떨어질 것 같아서 안 나가서 여자 친구 ♡♡♡이 반장이 됐어요. 대신 남자 부반장 선거에 나갔는데 4표 받았어요!"
아들 말대로 아들은 반장 선거는 나가지 않았다. 1학기 때도 누가 봐도 똑 부러지는 여학생이 반장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똑똑한 여학생이 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하고(?) 남자 부반장 선거에 나갔는데, 친한 친구이자 누가 봐도 점잖고 모범생인 친구 @@이가 나와서 단 2명의 후보로 발표를 하고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연습한 대로 발표했는데 친구들이 박수를 많이 쳐 줬어요. 그리고 4표나 받았어요"
말하는 아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평소 발표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지만, 삼행시 발표 후 박수를 받은 것과 누군가가 자신에게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굉장한 기쁨이 된 듯했다. 물론 4표 중 1표는 역시 자기가 쓴 것이었지만.
정말 기특했다. 나도 아이도 사실 반장, 부반장 욕심에 나간 것이 아니었는데, 정말 나가봐서 기특했고, 기분이 나쁘고 속상할 수 있는 결과였는데도 만족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놀라웠다.
설마. 조금 속상한 반응을 했겠지. 그런데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의 통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담임 선생님도 아들과 친구가 경쟁을 하게 되었고, 떨어져서 많이 속상해할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 없이 인정하고 만족해해서 칭찬해 주셨다는 말씀이었다.
"잘했어. 떨리긴 해도 해보니까 재밌고 좋았지? 떨어졌어도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한 다짐이니까 그 약속은 꼭 지키자."
아마 아들은 앞으로도 프로참석러가 될 거다. 주저하다 흘러 보내지 않고 한번 해 보는 참석자. 실패가 두렵지만 해 보고, 실패 후 속상하지만 스스로 털고 일어나는 도전자. 그런 도전하는 사람이 되자.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