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수동적 집중

공부를 위한 최소한의 방법(02)

by 김똑띠

집중을 연장하는 최소한의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마인드 원더링 현상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려 합니다.


마인드 원더링은 쉽고 분명하게 관찰되는 현상임에도 아직까지 정확하게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일어나는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몇 가지 마인드 원더링을 설명하는 이론들이 있고, 그중에서는 '주의-집중 이론(Attention focus theory)'이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주의-집중 이론은 사람이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작부터 집중을 유지하는 과정이 몇 가지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사람이 무언가를 포착하는 주의 단계에 들어갑니다. 어떤 동작이나 물건을 다른 배경과 구분해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의 단계에 들어간 뇌는 관심 대상을 다룰 수 있는 뇌 부위를 활성화하게 됩니다. 어떤 소리를 포착하는 주의 단계에 들어갔다면, 음정이나 리듬 등을 다루는 뇌 부위를 깨우는 것입니다. 주변의 뉴런을 깨우고 주변 혈관을 확장해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해지도록 합니다.


그렇게 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이 상태를 유지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이를 '집중 단계'라 부릅니다. 활성화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오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의 단계에서 시작해 집중 단계까지 이루어지기까지는 약 2초가 소요됩니다.


문제는 '집중 단계'를 뇌가 무한정 유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뇌는 굉장히 한정된 자원을 끊임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국소적인 부위에 예외적으로 많은 혈류와 영양을 장시간 공급할 수 없습니다. 마치 일반적인 가정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이를테면 난방기구를 다른 모든 가전제품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잠시 사용할 수는 있어도 다른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잠시 전원을 꺼두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집중 단계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최대 10분 정도인 것입니다.



멀티태스킹은 불가능


주의-집중 이론은 마인드 원더링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도, 본질적인 의미의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이유도 함께 알려줍니다. 앞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약 2초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건 새로운 주의 대상이 나타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강하게 하고 있었다고 하여도 새로운 일에 주의를 돌리는 순간 집중 모드는 꺼지고, 다시 2초를 들여서 새로운 집중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뇌는 주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하나의 집중 모드가 꺼지고 2초를 들여 새로운 집중 모드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시간 소모가 생기며 활성화가 자리 잡혀 집중이 유지되기까지 필요한 뇌의 자원 소모도 심해집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2가지 업무를 병렬(멀티태스킹)하는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일을 완료하기까지의 시간과 실수가 모두 50% 이상 증가합니다.


그러니 운전 중에 전화를 하는 등 멀티태스킹은 음주운전에 맞먹는 위험이라 합니다. 공부를 하기 전에는 집중 모드를 꺼뜨릴 위험 요소를 사전에 미리 정리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능동적 집중 vs 수동적 집중


심리학에서는 10분이라는 집중의 마지노선을 연장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능동적 집중'과 '수동적 집중'으로 구분합니다. 능동적 집중은 말 그대로 스스로 연장하는 집중입니다. 공부하는 자리에 타임타이머를 놓아 둔다든가, 눈이 쉽게 미끄러지는 부분에 동기부여 문구를 적어 놓는 등의 노력으로 집중의 이탈을 '자발적'으로 막는 것입니다.


수동적 집중은 이와 반대로 공부하는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의 개입을 통해 집중을 연장하는 형태입니다. 10분의 집중 마지노선을 넘기 전에 미리 주의-집중의 새로운 먹잇감을 매번 제공하는 것입니다. 숏츠나 릴스 등의 숏폼이 바로 대표적인 수동적 집중을 잘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등장인물, 스토리, 보상, 사건 등을 집중이 힘들어질 즈음에(혹은 힘들기도 전에) 새롭게 전환시켜 줌으로써 집중 모드도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는 겁니다. 영화나 게임의 '재미'가 바로 여기서 오는 것입니다.


자습과 수업의 차이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생이 보통 스스로 책 읽고 공부하는 것보다 인강/학원 등의 수업을 통해 공부하기를 '편하게' 느끼는 이유는 눈앞의 선생이 그들의 집중을 이끌어 주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칠판을 쿵! 목소리의 높낮이나 제스처를 변화시킨다든지. 웃긴 얘기를 하거나 동기부여를 한다든지. 선생은 학생의 집중 모드에 이상이 생기는 지점을 유심히 관찰하고 대비해서 적절히 대처해 주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늘이는 집중력은 분명 덜합니다.


편리함과는 다르게 대체로 박진감이나 재미는 인강보다 현강(현장 강의)이 낫고, 강의보다는 소수나 개인 지도가 대체로 뛰어난 이유는 학생 개인의 집중 모드를 선생이 더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학생의 주의-집중을 이끌어낼 콘텐츠를 학생 맞춤형으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의-집중의 묘미를 살리는 수업을 하는지 살피는 것도 현장 수업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엔 그래서 10분의 집중 마지노선을 염두에 두고, 50분의 수업을 통으로 기획하기보다는 20분-5분-20분-5분의 흐름을 가지고 구성하는 편입니다. 주요 내용 소개("오늘 배울 내용은...") 10분과 간단한 응용 10분("기본 문제를 풀어보면...")으로 20분을 진행한 뒤에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휴식, 책 소개 등으로 5분의 분위기 환기를 합니다. 나머지 20분과 5분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가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일종의 '뽀모도로 식' 수업이라 할 수 있겠네요.



능동적 집중이 답이다


여기까지의 내용만으로 짐작하자면 "수동적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업과 선생을 잘 고르면 공부는 쉬워지는 건가?"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은 수업과 스승은 물론 공부에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수업이라는 것도 하루에 2~3시간이 고작이며 나머지는 스스로가 손과 몸을 부지런히 익히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Input이 Output이다"는 말, 기억하시죠? 문제 풀이와 실기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능동적 집중을 발휘해 나머지 시간을 공부에 쏟아야 합니다. 능동적 집중을 발휘하는 경우에는 같은 내용을 수동적 집중을 통해 배울 때보다 6배의 기억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공부의 흐름이나 효과, 어느 면을 보아도 능동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중 최소한의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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